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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09 13:42최종 업데이트 25.10.09 13:42

인형 뽑기, 얼마까지 써보셨어요?

너도나도 멈추지 못하는 인형 뽑기... 아이들도 위험합니다

 인형뽑기 기계에 인형이 쌓여있다.
인형뽑기 기계에 인형이 쌓여있다. ⓒ 이서홍

한 달 정도 된 것 같다. 새로운 취미가 생긴 후로부터 나는, 그것을 점차 즐기는 수준을 넘어 약간의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나의 정신을 쏙 빼놓은 그 취미는 바로 '인형 뽑기'이다. 요즘 너도나도 다 빠져있다는 그것이다. 실제로 근 1개월 내, 동네에 인형뽑기 가게가 2~3개 이상씩 신장개업을 할 정도로 그 유행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인형 뽑기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며 일명 '대형 뽑기방'이 큰 인기다. 이런 뽑기방에는 수십 가지의 인형은 물론 뽑기 방식도 가지각색인 다양한 기계가 사람들을 현혹한다.

또한 번화가에는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형뽑기방이 여러 군데 위치한 모습을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람들은 여러 인형뽑기방을 탐방하며 원하는 인형을 찾거나, 인형이 가장 잘 뽑히는 곳을 발굴하기 위해 셀프 테스트를 거치기도 한다.

도박은 아니라는데 중독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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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인형 뽑기는 '도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게임산업법상 전체이용가 등급의 게임이며 경품의 가치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형 뽑기의 사행성은 충분히 인정되고 있는 추세이며, 극심한 중독을 호소하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두려운 점은 아이들이 중독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형 뽑기의 특성상 어린이의 게임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인형뽑기방은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출입 규정을 두는 일 또한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학교나 학원가 근처에 자리한 인형뽑기방에는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그곳에서는 게임을 위해 용돈을 거침없이 소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얼마 전 내가 마주한 상황은 성인 보호자가 함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초등학생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뽑기를 더는 하지 못하게 한다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었다.

이것이 단순히 스쳐 지나갈 유행이라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혹시 모를 문제에 대비하여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인형뽑기방에서는 주로 적은 금액을 사용하기에 단순 오락으로 즐기고 넘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 횟수가 늘어난다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대부분 뽑힐 듯 뽑히지 않는 인형을 얻기 위해 여러 번 게임을 시도한다. 그렇기에 3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몇만 원씩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형뽑기방은 각각의 '세팅'이 존재한다. 이는 사업주가 기계의 설정값을 조절하는 것을 말하는데, 집게의 힘을 강하게 혹은 약하게 설정할 수도 있고 무작위로 힘이 세지도록 만들 수도 있다. 마치 도박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잭팟'처럼 인형 뽑기 세계에도 잭팟과 같은 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형 뽑기는 그 사행성과 중독성을 인정받고 있다. 평소 게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던 나 또한 몇만 원을 허비하며 결국 중독 증세를 느꼈으니 말이다. 직장인도 학생도, 남성도 여성도 모두 가릴 것 없이 빠져들고 있는 인형 뽑기를 이대로 지켜만 보아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다.

건전한 오락 문화를 위해서는 분명 관련 규정이 필요하다. 기계의 세팅을 제한한다든지,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의 출입을 불허한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물론 앞서 말한 규정을 꼭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와 사용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자는 것이다.

아무쪼록 인형 뽑기의 유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동안만큼은 적절한 대응책을 통해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개인 역시 일정 금액을 사용하면 게임을 멈추는 등의 규칙을 세워 스스로 절제할 줄 아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꼭 필요해 보인다.

#인형뽑기#중독#도박#유행#뽑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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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홍입니다. <스물셋 손자와 여든셋 할머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42년생 외할머니와 유튜브 <귀한 녀자 귀녀 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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