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청문회 불출석과 관련해 "얼토당토 한 궤변 하지 말고 당당하게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진실을 밝히기 바란다”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뭐라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국회 청문회를 거부하나"라고 말했다. ⓒ 유성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석 다음 날 "상기하자"를 주제로 연달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12.3 계엄 이후 처음으로 맞는 추석 연휴, 정 대표가 7일 가장 먼저 올린 게시물은 "상기하자 12.3 비상계엄, 잊지 말자 노상원 수첩!"이었다.
'노상원 수첩'은 현재까지 12.3 비상계엄 이후 구상을 추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록이다. 이 수첩에는 이른바 '수거 대상처리 방법' 외에도 헌법 개정, 국가안전관리법 제정, 선거제도 개선 등 각종 메모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월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정 대표가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하자,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발언한 당사자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논란도 일어난 바 있다.
내란 특검팀 수사 기한이 오는 12월 16일까지로 늘어난 상황에서, 정 대표의 글은 향후 당 차원의 진실 규명 움직임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노무현 대통령께 보고드립니다"... 눈시울 붉혔던 정청래

▲지난 8월 7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 참배 당시 모습. ⓒ 윤성효
정 대표의 그 다음 게시물은 "상기하자 검찰만행, 잊지 말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었다.
지난 8월 7일 정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수 차례 눈시울을 붉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정 대표는 방명록에 "노무현 대통령님! 정청래입니다. 잘 하겠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지난 달 2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 대표는 정부조직법 수정안 본회의 가결 소식을 전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정 대표가 처음으로 했던 말은 "검찰청이 폐지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 보고드립니다"였다.
"78년 간 수사권·기소권 독점을 무기로 본인들 입맛에 맞게 수사하기도 하고 기소하기도 하고 기소를 안 하기도 하고 봐주기를 반복했습니다. 2003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검찰의 오만한 실상을 봤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 스스로 변화할 시간을 주었지만 검찰은 오히려 보복했습니다... (중략) 검찰청 폐지에 즈음해 노무현 대통령이 더욱 그립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제 편히 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검찰 출신 대통령은 불법 계엄을 선포해 국민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지금 감옥에 가서 재판받고 있다"면서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올린 정 대표의 '잊지 말자' 세 번째 글 역시 "상기하자 조희대의 난, 잊지 말자 사법개혁!"이었다. 지난 달 30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상황도 함께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우상호 "보복하듯 보여지는 건 올바른 방식 아냐"

▲지난 8월 4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을 예방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 남소연
공교롭게도 전날인 6일 KBS 라디오에 출연한 우상호 정무수석은 '대통령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이 왜 저런 결정을 내렸는가 그 배경을 잘 알고 싶어 한다"면서 "당의 입장이나 취지에 전부 동의하지만 가끔 속도나 온도에 차이가 있어 그로 인한 고민을 할 때 제일 난감하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면서 우 수석은 "마치 복수를 하고 보복을 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 수석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진 다음 날, 정 대표는 '잊지 말자' 시리즈로 자신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