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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향 행렬이 시작된 명절,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귀향 행렬이 시작된 명절,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 정지운

기차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이 붐비기 시작한 날, 나는 집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SNS에는 '귀향 준비 완료'라는 글과 캐리어 사진이 줄줄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떠나기 위해 분주했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떠날 이유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다. 창밖 도로 위로 행렬처럼 이어지는 차량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명절은 반드시 이동을 전제로 해야 하는 걸까?'

상실 속 첫 명절

작년에 어머니를 떠나보낸 친구와 아침에 통화했다. 명절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잠시 말을 고르고 조용히 말했다. "차례상 차릴 필요 없이, 그냥 엄마 생각하며 조용히 있으려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어 그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어제까진 괜찮았는데, 명절 당일 아침 TV에서 제사 음식이 나오는 순간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엄마를 기억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명절은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고향 대신 선택한 침묵

직장 동료는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명절을 피로하게 느꼈다. "명절에 내려가면 취조 당하는 느낌이에요." '결혼은 언제 하니, 누구는 애 낳았대' 이런 말이 피곤해요. 그냥 안 가요." 부모님과 연락은 하지만 굳이 내려가지 않는다. 명절은 이동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부담과 관계 피로를 견디는 시간이다. 그는 스스로를 지키기로 선택했다.

집에서 보내는 생존의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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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명절을 집에서 보내지만 '혼자'라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아기를 키우는 친구는 남편과 함께 집에서 연휴를 보냈다. 그에게 명절은 차례나 친척 모임보다 현실적 숙제에 가까웠다. "아기가 아직 어려서 어디 가기도 힘들고, 시댁 내려가면 음식 준비하고 아이 챙기고, 웃는 얼굴로 인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힘들어."

누군가에겐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일 수 있지만, 그에게는 피로를 피하는 생존의 방식이었다.
명절은 가족과 함께가 아니라, 버티는 시간일 수도 있다.

 영화 < 82년생 김지영 >의 한 장면. 조용히 집에서 아기와 시간을 보내며 현실적 명절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영화 < 82년생 김지영 >의 한 장면. 조용히 집에서 아기와 시간을 보내며 현실적 명절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달라진 한가위, 1인 가구 시대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섰다. 한가위 풍경도 변화했다. 더 이상 '모두가 고향으로 향하는 날'이 아니라, 혼자 보내거나 선택적으로 움직이는 명절이 늘고 있다. 집에서 차례를 생략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키고, 온라인으로 가족과 연락하며 연휴를 보내는 1인가구, 24시간 카페, 온라인 모임까지. '명절 생존 전략'은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가족이 있어도 혼자인 시대

상실, 선택, 현실. 사람마다 명절을 보내는 방식은 다르다. 누구가는 차례를 생략하고, 누구가는 메시지로만 안부를 전하며, 또 누군가는 집에서 하루를 버틴다.

예전 같으면 이런 상황을 '혼자 지내는 명절'이라고 불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혼자인 채로 연결되고,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고립을 선택하는 시대. 누군가는 차례를 생략하고, 누군가는 메시지로만 안부를 전하며, 또 누군가는 집에서 아기와 하루를 보낸다.

가족이 없는 게 아니라, 가족이 있어도 혼자인 시대.

#명절#추석#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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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운 (jjucth) 내방

부서 순례자에서 시민기자로. 대기업에서 다양한 부서를 거치며 조직의 앞과 뒤, 사람과 숫자를 모두 경험한 직장인입니다. 그 안에서 쌓인 이야기들, 일상 속 작지만 울림 있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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