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조직법 가결 선포하는 국회의장우원식 국회의장이 9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공소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9월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0월 검찰청은 78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게 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앞서 7월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대전과학기술대학교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추석 귀경길에 검찰청 폐지 소식 들려드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그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러나 검찰청 폐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이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검찰에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보완수사권을 반대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보완수사 요구권'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검찰청 폐지와 보완수사권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고자,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법무법인 민국의 최석군 변호사와 지난 3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최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중수청으로 가는 검사들, 수사관 이름으로 가야"
-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매우 뜻깊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적으로 78년 만에 검찰의 수사 기능이 없어지고, 검찰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는 공소 유지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로 돌아가는 입법이 통과된 것이죠. 기존의 검사들이 자행했던 권한 남용이나,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위법·불법 행위들에 대한 마무리인 것 같아서 매우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뀌는 건가요, 아니면 검찰청이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나뉘는 건가요?
"둘 다 맞아요. 형사 사법 발전의 역사라는 게 수사·재판·판단하는 사람들을 분리하는 과정이었어요. 처음부터 수사하는 사람과 재판·판단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면 그 사람이 생각한 대로 다 이루어지게 되잖아요. 옛날에 소위 '원님 재판'같은 것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일 먼저 판사가 생겼죠. 그리고 수사하는 경찰과 공소를 제기하는 검찰로 분리가 됐습니다.
근데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경찰의 권력이 원체 강했고 경찰의 권한 남용이나 위법 등이 훨씬 더 두려웠던 시대였기 때문에 검찰을 강하게 만들었던 겁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정권과 검찰의 유착이 강해졌어요. 최근 들어 단순한 유착이 아니고, 검찰이 스스로 정치 집단처럼 활동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검찰의 수사기능이 문제가 됐던 것이죠.
검찰이 누군가를 찍어서 수사하겠다고 하면 그 수사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니, 영장도 청구하고 수사도 하고 공소 제기까지 모두 다 해서 법원까지 끌고 갈 수 있었잖아요. 무리한 수사, 강압 수사 또는 부적절한 공소 등이 계속 반복돼 왔고요. 그래서 검찰은 원래 본연의 역할대로 공소권만 가지고 있도록 하자는 게 지금의 개혁 방향입니다."
- 그럼 중수청은 검찰이 아닌 건가요?
"중수청은 수사관들이 소속된 것이고요, 검사는 공소청에만 있게 되는 거예요. 정부에서 후속 입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중수청에는 검사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요. 검사의 영장 청구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어요. 영장청구권은 검사만이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공소청이 기소와 영장청구 등을 전담할 것입니다. 공소청에는 검사들이 있고요. 대신에 중수청으로 수사하기 위해 가야 하는 인력들은 검사의 이름을 갖고 가는 게 아니고 수사관이라는 이름으로 가게 되는 거죠."
- 노만석 검찰총장대행 등 검찰 일각에서는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헌법에 검찰총장이라는 이름이 한 번 나오고, 검사가 영장을 청구한다는 내용이 한 번 나와요. 그렇기 때문에 공소청에서 검사들이 영장을 청구하는 것에 위헌성은 없을 것 같아요.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검사들이 있잖아요. 공수처 검사들이 영장을 청구하고 수사권을 행사하는 부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앞서 2021년 (공수처법 위헌 여부 판단에 대해) '법률적인 부분이니 국회가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린 적이 있어요.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어쨌든 (헌법에)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이 있다는 겁니다. 헌법 제89조 제16항의 내용은 '검찰총장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검찰총장 직위에 해당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위헌성이 없다는 것이 현재 다수 의견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학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서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공소청법을 만들어야 되잖아요. 공소청법이 만들어지면 아마 그 법에 '공소청장을 헌법에 있는 검찰총장으로 본다' 정도의 내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러면 검찰총장이라는 이름은 공소청장인 것이고, 그 공소청장을 뽑을 때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게 되면 위헌성이 높지 않다고 봅니다."
- 그러면 굳이 이름을 공소청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검찰청이라고 하면 안 되나요?
"이름은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공소청으로 바꾸자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역사적으로 검찰이라는 이름이 쌓아온 이미지들, 그 역사적 과오에 대한 단절을 위해서라도 이름을 바꾸는 게 옳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가 검사들이 미워서 검사들을 없애는 건 아니잖아요."
"수사기관에서 암장할 수 없도록 제도적 보완 필요"

▲'검찰청 폐지' 정부조직법 통과시킨 추미애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9월 24일 전체회의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신설, 기획재정부 분리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25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이날 회의에서 의사 진행을 하는 모습. 오른쪽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 남소연
-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검찰을 악마화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다 다르잖아요.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고 여러 사람이 섞여 있죠. 문제는 그게 조직의 이름으로 운영될 때, 제 역할을 못 하거나 아니면 올바르지 않은 일을 했을 때 조치는 필요한 것이잖아요. 조치라는 건 그 조직이 왜 이렇게 위법한 행동을 하게 됐는지 원인을 살펴봐야 되는 것인데, 그 원인은 검찰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역사적으로 수사 과정과 판단 주체가 나뉘게 된 이유는, 범죄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수사 과정에서) 다른 증거가 발견됐는데도 불구하고 범죄자로 낙인 찍혀서 처벌 받지 않도록 여러 번의 판단을 공정하게 받을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거든요.
근데 검찰은 수사권, 영장 청구권, 그리고 재판에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 세 가지 판단을 혼자 할 수 있기 때문에 권한이 너무 컸죠. 그 권한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분들의 기본적인 입장일 거고요. 또한 실제로 검찰이 자행해 온 일들에 매우 반인권적인 행태가 많어요."
- 어느 조직에나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일들(반인권적인 일들)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당연히 그렇지만, 그게 특정 조직의 이름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내부의 위법한 행동들이 계속 용인되는 구조는 문제가 있죠. 가령 최근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관봉권 띠지 분실'에 대한 청문회에서 수사관들이 '기억 안 난다'는 말만 계속했죠.
청문회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김필성 변호사라는 분이 '지금 국회에 나온 저 수사관들은 국회의원과 국민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고, 검찰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다. 왜 검찰만 눈치 보면 되느냐면, 내부에서 이런 위법한 일들이 있었어도 검사들이 수사하지 않거나 축소하고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오히려 위법한 일을 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인사 승진하는 시스템이 계속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그 시스템이 가능했던 건 검찰이 수사권, 영장 청구권, 기소권까지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고요. 공수처가 생긴 이유도 검찰이 (사건을) 다 묻어버릴 수 있는 걸 막기 위해서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검찰청의 문제는, 내부적으로 자정 작용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20년 이상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결국 조직 분리를 하게 된 거죠."
- 중수청에서도 사건을 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중수청뿐만이 아니고 경찰에 국가수사본부가 있습니다. 그곳에서도 그럴 수 있고, 공수처도 그럴 수 있고요. 그리고 경찰이나 중수청, 공수처에서 기소 의견으로 공소청에 넘겼는데, 공소청이 기소를 안 할 수도 있죠. 그런 부분에 대한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한 부분이고요. 민주당이 발의했던 기존 법안에서는 그런 역할을 국가수사위원회에서 하도록 만들었어요. 앞으로 정부에서 법안을 다듬으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수사기관이 수사를 암장하는 것에 대한 통제 수단은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있었잖아요. 당시 만들어진 체계는, 경찰이 송치하는 사건은 검찰이 가져가게 되고요. 불송치하는 경우 사건 기록을 검찰에 송부해요. 검찰이 그 기록을 보고 '사건 묻었구나'라고 생각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어요. 근데 그 재수사 요청이 기간 제한도 있고 재수사를 한 번밖에 할 수 없어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요. 아마 그 부분은 1년 동안 정부에서 검토하면서 수사 기관에서 암장이 될 수 없도록 적절한 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완수사권과 보완수사 요구권은 별개"

▲서울지방검찰청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 ⓒ 이정민
- 보완수사권 문제도 화두인데, 민주당에서는 보완수사권을 검찰에 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편에서는 경찰이 사건을 '암장'할 때 (검찰에) 보완수사권이 없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완수사 요구권이 있어요. 보완수사를 요구했을 경우 경찰로 사건이 넘어가서 다시 공소청으로 사건이 넘어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또 문제가 있으면 수사가 너무 길어지고 지연되면서 피해자들이 피해를 많이 입고 있다는 게 특히나 인권 변호사님들이 많이 우려하시는 부분인 것 같아요.
검찰 쪽에서는 보완수사권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하지만 보완수사권이 필요한 사건의 숫자는 되게 적어요. 극단적으로는 99%의 사건에는 보완수사가 필요 없고 1%만 가지고 보완수사를 한다고도 얘기해요. 이 주장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에요.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그 1%의 수사는 방법이 없는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수사와 기소가 더 잘 분리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수사 단계에서부터 검찰이 어느 정도 사건을 파악하고 (경찰과) 서로 협력하잖아요. 수사 지휘가 아니고 협력하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본 경험과 들은 이야기들을 봤을 때,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3~4년 동안 그 운용이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특히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시, 사건 번호의 관리와 같은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과 검찰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이유가 됐는데요. 이는 개혁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운용의 문제라고 보입니다. 협력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세부적인 운용을 정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 일각에서는 보완수사 요구권도 남길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보완수사 요구권에서, 원래 수사와 별개로 이상한 것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 정도는 필요하겠죠. 그런 제한 내에서 보완수사 요구권은 인정하는 게 (검찰개혁 주장의) 일반적일 것이라고 봅니다. 보완수사 요구권과 보완수사권을 합치는 건 문제가 있을 것 같고요. 보완수사 요구권과 보완수사권은 별개이고, 보완수사 요구권은 지금도 인정되고 있어요.
보완수사권을 남겨두게 되면 또 보완수사를 위한 인력이 필요하잖아요. 검찰에 수사관, 실무관 등 실무 인력이 현재 약 7800명 있어요. 검찰의 수사관 중 일부 인지 수사하는 사람들을 중수청으로 빼는 것 외에는 (달라질 게 없다고 봅니다). 검찰에 수사 인력을 다 남겨두게 되면 그 취지가 무색해지는 거잖아요.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지고 있으니까, 수사관도 가지고 있고 공소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 있었던 거예요.
수사와 관련되거나 공소에 무관한 사람들은 다 떼어서 중수청에 주든지 국수본에 주든지 공수처로 가든지 해서 수사하는 기관으로 가게 만들어야 수사·기소 분리의 취지에 맞다고 생각해요.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면 그 보완수사권을 이유로 해서 수사관들 대부분을 남겨놓으려고 할 거예요.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쉽게 그 인력을 이용해서 다시 수사를 재개할 수 있겠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