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 명령에 연방법원에 제동을 걸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카린 이머거트(Karin Immergut) 오리건 주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 명령이 권한 남용으로 판단해 임시금지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리건 주방위군 병사 200명을 60일간 배치하겠다고 명령했으나, 이번 판결로 파견은 중단됐다. 이머거트 판사는 판결문에서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동원한 것은 헌법상 권한을 넘어선 조치이며, 제10차 수정헌법(주권 분립)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해당 주방위군 병사들은 이미 오리건 해안에서 훈련 중이었으며, 주말까지 배치될 예정이었다. 이번 임시금지명령은 2주 동안 효력을 지니며, 그 사이 연방법원은 보다 장기적인 금지명령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다.
미 연방 판사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 명령, 선의로 이루어진 결정 아냐
연방법원의 이번 결정은 대통령에게 주방위군 파견 권한이 없다는 오리건 주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3일 열린 법정 변론에서 주 측은 "이번 파견 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보적인 정책을 채택한 오리건 주를 정치적으로 보복하기 위한, 자의적이거나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조치"라며 "연방과 주의 권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주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견 명령을 지시하기 몇 주 전부터 이미 ICE(이민세관단속국) 건물 앞의 시위 규모는 줄어들고 있었다는 포틀랜드 경찰청 기록을 제시하며 시위가 비교적 조용했고, 추가 지원이 필요치 않다고 역설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측은 "댈러스 ICE 시설에서의 총격 사망 사건과 수 개월간 이어진 시위로 인해 직원들이 극심한 두려움과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며, 주방위군 투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포틀랜드의 ICE 앞 시위에 대해선 "폭력적이고 잔혹한 급진세력이 포위 공격을 벌여왔다"면서 우리가 제출한 증거는 최소한 '반란의 위험'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머것 판사는 "최근 시위는 폭력적이거나 혼란스럽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명령이 주방위군 파견을 정당화할 수준의 긴급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연방정부의 주장은 최근의 시위가 비교적 평화적이었다는 증거와 상반된다"며 "대통령의 명령이 '선의(good faith)'로 이루어진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텍사스 아닌 포틀랜드에 군 투입 명령한 트럼프... 민주당 강세 지역 보복하나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나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전쟁으로 폐허가 된 포틀랜드와 안티파 및 기타 국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는 모든 ICE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병력을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며 "또한 필요할 경우 전면적 무력 사용(Full Force)을 승인한다"며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군병력 배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해당 명령은 지난달 24일 텍사스 주 댈러스의 ICE 구금시설이 공격받아 세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비롯된 조치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댈러스 구금시설이 공격받은 직후에도 "'미친 사람들'이 포틀랜드의 건물들에 불을 지르려 한다"라며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쳐왔다.
포틀랜드가 위치한 오리건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강세가 강한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D.C.에 이미 수천 명의 병력을 배치한 바 있고,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강세인 일리노이 주의 시카고에도 수차례 군 병력을 투입하겠다고 엄포를 놓아왔고 민주당 강세 도시들은 오는 2026 월드컵 개최 도시들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예고해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들을 향해 보복성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끊임없이 계속돼 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법원이 막아선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29일,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명령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했다며 해당 명령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지난 1일 미국 연방대법원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해임하라고 명령한 것을 두고 즉각결정하지 않고 내년 1월까지 숙의절차를 밟겠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