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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병래 작가가 쓰고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강녹진,2019년 결성)가 공동 기획한 '파괴된 청춘: 강제징집과 프락치 강요 공작이 남긴 상처'(294 쪽, 출판사 원더박스)는 녹화공작으로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청춘들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책이다.
민병래 작가가 쓰고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강녹진,2019년 결성)가 공동 기획한 '파괴된 청춘: 강제징집과 프락치 강요 공작이 남긴 상처'(294 쪽, 출판사 원더박스)는 녹화공작으로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청춘들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책이다. ⓒ 원더박스 출판사

5·16 쿠데타와 광주 학살 등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이 저지른 범죄는 잘 알려져 있지만, 민주화 운동을 했던 학생들을 군대에 끌고 가 강제로 프락치로 활용한 범죄에 대해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아는 이 중에서도 그 피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군사정권은 당시 학생운동에 가담했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대학생들을 '강제징집'(일명 녹화공작, 선도공작)했다. 이는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강제로 군대에 끌고 간 '납치' 행위였다. 신체검사도, 입영 통지서도 없이 경찰서나 보안사로 끌려가 곧장 군부대로 보내졌고, 가족에게는 실종 신고가 접수될 만큼 기밀리에 진행됐다. 병영 안에서는 감시와 통제 아래 사상 개조와 동료를 배신하라는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았다. 이 과정에서 끌려간 녹화공작의 피해자만 2921명에 이른다. 살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도 여럿이다.

민병래 작가가 쓰고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강녹진,2019년 결성)가 공동 기획한 '파괴된 청춘: 강제징집과 프락치 강요 공작이 남긴 상처'(294 쪽, 출판사 원더박스)는 녹화공작으로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청춘들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책이다. 단순한 과거사 기록을 넘어, 국가가 조직적으로 자행한 중대한 인권침해의 실체를 생생하게 고발하는 최초의 대중서다.

의문사와 파괴된 영혼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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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폭력과 협박 속에서 강요된 프락치 활동으로 파괴된 청년들의 영혼을 깊숙이 파고든다.

성균관대 학생이었던 고(故) 이윤성씨의 사례는 녹화공작 과정에서 숨진 이들의 전형을 보여준다. 고인은 강제징집되어 복무하던 중 제대를 불과 8일 앞두고 보안부대에서 조사를 받다 영내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고(故) 김두황씨도 강제 입대 후 3개월 만에 해안 초소에서 총상으로 사망했다. 군 당국은 이들의 죽음을 모두 자살로 발표했다.

이 책은 죽음에 이른 한영현, 한희철, 김용권, 최우혁, 정성희, 김두황, 이윤성 등 일곱 명의 청년들에 대한 약전과 조사를 통해 젊은 나이에 부당하게 목숨을 잃었음에도 오명을 뒤집어쓴 채 묻혔던 '먼저 간 그대들'의 억울한 사연을 조명한다. 나아가 살아 돌아왔지만 전향과 프락치를 강요당하는 과정에서 고문 후유증과 파괴된 영혼으로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그 고통이 한 가족 전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증언한다.

국가폭력의 메커니즘을 고발하다

이 책의 1부는 군 복무 중 의문사 당한 일곱 명의 청년들에 대한 약전과 조사로, 작가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을 보강했다. 2부는 의문을 추적하여 수천 명에 대한 범죄가 어떻게 자행되고, 왜 처벌받지 않았는지를 취재했다. 처벌받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공로로 인정받아 영전을 거듭한 실태를 고발한다.

'파괴된 청춘'은 국가기관이 어떻게 개인의 인권을 유린하고, '국방의 의무'를 가장 잔인한 통치 수단으로 변질시켰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건에 대한 기록과 고발을 넘어, 국가폭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한홍구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추천사에서 "강제징집 녹화공작에 동원된 국가기구는 민간인 학살의 경우보다 광범위했다"라며, "대통령을 정점으로 청와대, 보안사, 국방부, 병무청, 내무부, 치안본부, 중앙정보부, 문교부, 대학 당국 등 다양한 국가기구가 잔혹한 국가범죄의 하수인으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민병래 작가는 책 머리에 이 사건을 "제노사이드에 버금가는 국가폭력이며 반인도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내란, 외환죄만이 아닌 고문과 같은 반인도범죄, 강제징집이나 프락치 강요 같은 국가폭력에 대해서도 죄를 물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피고인들을 역사의 법정에 세우는 것은 12·12 같은 쿠데타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성벽을 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파괴된 청춘'은 과거가 아닌, 아직도 고통받는 이들의 현재이며, 우리 모두가 마주해야 할 진실임을 몇 번씩 일깨운다.

"진실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

백태웅 전 유엔 인권이사회 강제실종 실무그룹 의장은 "이제라도 진실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평했다. 이형숙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직시해야 재발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진실을 기록했다"고 했고, 김홍경 스토니브룩대학 한국학연구소장은 "만행을 징치하는 고발장이 되어 겨레의 서고에 보존되기를 기대한다"며 일독을 권한다.

민 작가는 1998년부터 한글을 모르는 노인과 이주민을 상대로 문해교실과 다문화도서관을 운영하는 '푸른'의 이사를 맡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사진과 수필로 쓰는 만인보'(사수만보)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호암미술관에 있는 아름다운 문화재>, <민병래 사수만보>, <송환,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파괴된청춘#민병래#강녹진#강제징집#프락치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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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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