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40여 명의 시민들이 가덕도신공항 백지화, 가덕도신공항특별법 폐지를 외치고 있다. ⓒ 김찬휘
지난 2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한여름 폭염과 장대비를 견디며 이어온 농성이 100일을 맞아 마무리되는 자리에 4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가덕도신공항백지화를 위한 시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농성을 마무리하며 특별법 폐지 운동으로 투쟁을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장에선 노동·환경·정치·종교계에서 함께해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대통령과 정부가 오히려 위험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폐지 운동을 새로운 국면으로 선포했다.
김현욱 활동가는 100일 농성의 의미를 되새기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공허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새만금신공항 취소 판결은 가덕도의 승리와도 같다. 연대해준 투쟁 이웃들이 있었기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헌석 집행위원은 "무안공항 참사 이후, 가덕도신공항은 김해공항보다 8배, 무안공항보다 353배 높은 조류 충돌 위험을 지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면서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경고"라고 짚었다. 그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잇따라 철수한 사실을 지적하며 "수많은 토건 사업을 봐왔지만, 건설사가 스스로 포기한 사례는 처음"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특별법을 핑계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특별법 폐지 없이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이이자희 정책팀장은 서면 발언을 통해 "새만금, 흑산 등 전국 신공항 사업이 경제성·안전성 부족으로 흔들리고 있다"며 "신공항 건설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녹색교통과 지역 공동체 중심의 진정한 발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40여 명의 시민들이 가덕도신공항 백지화, 가덕도신공항특별법 폐지를 외치고 있다. ⓒ 희음
고유미 노동당 공동대표는 가덕도신공항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1년에 이미 폐기된 사업이 정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되살아났다"면서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사업은 결코 발전의 청사진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농성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 대표는 "모두가 '죽음의 신공항'이 될 위험을 증명하고 있다"면서"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여전히 정치적 이익만 앞세우며 강행하겠다고 말한다. 새만금 판결에서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상현 녹색당 공동대표는 신공항 건설이 '토건학살'이라며,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가덕도신공항은 30조 원이 넘는 혈세를 집어삼키는 사업"이라면서 "그 돈은 시민의 삶에 돌아오지 않는다. 건설사와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특혜와 특권으로 흘러간다. 사업성조차 없어 건설사들이 포기한 상황인데, 정부만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토건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면서 "신공항이 아니라 시민의 삶이 우선되어야 한다"라며 특별법 폐기 운동에 동참을 호소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조혜민 활동가와 원불교환경연대 이태옥 공동대표는 공동 성명서를 낭독했다.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개발 사업이 아니라, 예고된 중대재해입니다. 해상 매립 활주로는 부등침하라는 치명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대형 항공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낙동강 하구의 연장선상에 있는 가덕도는 국제적 철새 이동 경로이자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입니다. 신공항 건설은 생태계 파괴를 넘어 조류 충돌이라는 안전 문제를 극대화할 것입니다."
성명서는 또한 특별법 자체를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악법"이라고 규정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환경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법률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던 정부가 비민주적 절차로 만들어진 특별법에 기대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명백한 이율배반"이라며, 특별법 폐지를 통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성명서는 "법원이 생명의 편에 섰듯, 이제는 정치권과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편에 서야 한다. 가덕도신공항 백지화는 시대정신이며, 우리는 끝까지 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