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햅쌀이 왔다. 막내 시누이가 보내준 것이다. 그 길고 긴 여름이 끝나니 벼가 익어 추수를 한 모양이다. 햅쌀이 온 걸 보니 마침내 가을이 된 게 맞나 보다. 무덥고 길었던 여름을 수습하고 햅쌀밥을 맛있게 먹으며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해마다 막내 시누이는 햅쌀을 보내온다. 시누이는 직접 농사를 짓지도 않는데 좋은 쌀을 수소문하여 반드시 햅쌀을 구매한다. 그런 후에 전국에 흩어져 있는 7남매 형제, 자매에게 보낸다. 그래서 시누이로부터 별의별 쌀을 받아 봤다. 지난해는 '봉황 골드'라는 쌀을 보내왔다. 올해는 강진 '쌀귀리'라는 쌀이 왔다.

▲강진 쌀 시누이가 보내온 햅쌀 ⓒ 차상순
시누이는 쌀 뿐 아니라 고구마, 감 등등 좋은 것이 있으면 형제들에게 보낸다. 그리고 형제들이 모일 때마다 먹거리를 잔뜩 챙겨온다. 회포를 풀며 재미있게 놀다가 흥이 오르면 시누이는 고무신을 신고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트로트를 불러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하는 시누이다. 그런 시누이 모습에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 그래서 시댁 형제들은 함께 모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13년 전, 내 아들이 사고를 당하여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다. 그때 시누이는 득달같이 달려왔으나 심장이 떨려 병원 바깥만 하염 없이 돌고 있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우리를 본 시누이는 그 자리에서 오열했다.
"언니야, 이게 무슨 일이야? 이를 어쩌면 좋아. 혹시 급하게 돈 부족하면 이거라도 팔아서 병원비에 보태."
그 말 끝에 자신의 예물 목걸이를 내게 건넸다.
'세상에 내겐 이런 시누이가 있는데 슬픔에 앉아 있지 말고 용기를 내야지.'
나는 맘 속으로 큰 힘을 얻었다. 기가 막힌 환란 속이었지만 시누이가 내민 따뜻한 손길이 지금까지 온기로 남아있다. 시누이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6형제(큰 누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심) 부부 12명이 다 함께 해외 여행을 가자고 했다. 경비 일체는 시누이가 댄다고 했다. 내년 1월에 패키지 여행을 가려고 이미 계약한 완료한 상태다. 항공권도 당연히 예약했다.
그래서 나는 AI로 '시댁 찬가'를 만들었다. 그걸 시댁 단체대화방에 올렸더니 모두 좋아하며 가사를 외우고 있다고 한다. 해외여행 중에 그걸 '떼창'을 한다나? 참 재미있는 가족들이다. 아무튼 이런 시누이, 세상에 또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