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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서울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석열 보석 청구 인용' 집회를 열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석열 보석 청구 인용' 집회를 열고 있다. ⓒ 정초하

경찰이 극우 단체 집회에서 "짱깨" 등 중국인 혐오 표현을 처음으로 제한한 가운데, 중국과 무관한 '윤어게인' 집회에서도 노골적인 '혐중 구호'가 잇따라 등장해 논란이다. 정치권이 '무비자 관광객 입국'을 계기로 혐중 정서를 선동해온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보석 인용 촉구 집회'에서는 혐중 메시지가 수시로 터져 나왔다. 유튜버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 20여 명이 모인 이 집회에는 '천멸중공(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이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깃발이 휘날렸고, 참가자들은 "윤어게인" 구호를 외치다 돌연 음악에 맞춰 "짱깨, 북괴 대한민국에서 꺼져라"라고 합창하기도 했다.

연단에 선 한 청년 참가자는 "중국은 인육을 먹는 시장이 존재한다", "(중국인이) 한국 아이를 납치해 자기 나라 사람으로 가득 채워 대림 같은 곳이 탄생했다", "좌파 사상에 물든 중공인들이 대림동 일대를 장악하고 있다"는 등의 혐오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2일 오전 서울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석열 보석 청구 인용' 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 현장 한켠에 '천멸중공(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이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깃발이 휘날리고있다.
2일 오전 서울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석열 보석 청구 인용' 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 현장 한켠에 '천멸중공(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이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깃발이 휘날리고있다. ⓒ 정초하

'혐중 집회'는 그간 중국인 관광객과 거주민이 많은 명동·대림동을 중심으로 열려왔지만, 최근 들어 장소와 방식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자, 지난 29일부터 이틀간 국회 앞에서 이를 "안보 위협"이라며 반대하는 극우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허무맹랑한 괴담이 퍼지고 있다"며 이날 혐중 집회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가짜뉴스에 기댄 혐오, 외교적으로 국민만 피해 본다" 시민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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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혐중 집회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법원 인근에서 만난 구아무개(35, 남성)씨는 "반대로 한국인도 외국인에서 입국을 반대 당한다고 생각하면 기분 나쁘지 않겠냐"라고 반문하며 "어느 나라 국민이 자기 나라 욕하는 걸 좋아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비자 입국도 국내 관광을 활성화시켜 상인들이 숨을 쉬라고 하는 취지"라며 "혐중 집회가 열강들 사이 외교 줄타기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해를 끼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틀 전 국회 앞에서 열린 '중국인 무비자 입국 반대' 집회를 지켜본 시민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10년째 가게를 운영중인 조아무개(80, 여성)씨는 "편의점 매출이 100배 올랐다는 뉴스 같은 것을 보면 서민으로서 (중국인 관광객 덕에) 내수가 살아나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라며 "중국인이 오며가며 교류하는 것이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혐오하면 피해는 늘 국민이 본다"라고 강조했다.

9월 9일 오후 ‘차이나 리(재명) 아웃’ 행진에 참여한 자유대학 등 윤석열 지지자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서울 중구 명동을 행진하며, “차이나 아웃” “닥쳐!” 등 혐중 구호를 영어로 외쳤다.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 토의중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한복판에서 열리고 있는 혐중시위에 대해 "관광객을 늘려야 하는데 얼마 전 기사를 보니깐 특정국가 관광객을 모욕하는 집회를 하고 있더라”며,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깽판’이라고 지적하고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9월9일 오후 ‘차이나 리(재명) 아웃’ 행진에 참여한 자유대학 등 윤석열 지지자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서울 중구 명동을 행진하며, “차이나 아웃” “닥쳐!” 등 혐중 구호를 영어로 외쳤다.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 토의중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한복판에서 열리고 있는 혐중시위에 대해 "관광객을 늘려야 하는데 얼마 전 기사를 보니깐 특정국가 관광객을 모욕하는 집회를 하고 있더라”며,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깽판’이라고 지적하고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 권우성

여의도에 작업실을 두고 매일 출근중이라는 프리랜서 정아무개(51, 여성)씨도 "'중국인이 전산망 화재 범인'이라는 등 그들(집회 참가자)이 퍼뜨리는 괴담을 듣고 있으면 한심하다"며 "(무비자 입국 반대) 집회를 출근길에 봤는데 너무 과격하고 기분 나빠 눈길조차 주기 싫었다"고 밝혔다. 또한 "10월에 시진핑이 방한하는 등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에 왜 자꾸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반중 감정을 자극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혐중 집회를 주도해온 극우 단체 단체 중 하나인 '자유대학'은 혐오 구호가 문제되자 뒤늦게 선을 긋기도 했다. 서울종로경찰서가 자유대학의 개천절 집회에 대해 "특정 인종·국적·종교·성별 등에 대한 혐오성 표현을 금지한다"는 제한 통고를 내리자, 자유대학은 지난달 30일 이에 대한 효력 정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면서도 1일 내부 공지를 통해 "이번 집회는 여당·대통령·정부의 무비자 입국 정책, 중국 공산당 정권 등 사회 현안에 대한 문제점을 국민들에 알리고 정당한 비판을 표현하기 위한 자리"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보수 정치권, 책임 회피 위해 '혐중 프레임' 선동" 지적

전문가들은 혐오 표현이 확산되는 배경에 정치인의 선동이 있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나경원·김민수 국민의힘 의원 등은 그간 중국인 관광 무비자 입국을 비난하며 꾸준히 '혐중' 정서를 자극해왔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음모론성 주장을 유포하는 식이다. (관련기사 : 또 '혐중' 선동하는 국힘..."무비자 입국 중국인 정체가 궁금하다" https://omn.kr/2fhrj).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가 국정자원관리원 화재와 출입국 심사는 무관하다며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입국 심사 행정절차만으로 무비자 입국자들이 불법 체류로 전환되거나 신원 미확인자로 남는 사례를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비난하며 전산망 화재를 중국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듯한 해당 발언은 '혐중' 정서 자극으로 논란이 됐다. ⓒ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법무부가 국정자원관리원 화재와 출입국 심사는 무관하다며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입국 심사 행정절차만으로 무비자 입국자들이 불법 체류로 전환되거나 신원 미확인자로 남는 사례를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비난하며 전산망 화재를 중국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듯한 해당 발언은 '혐중' 정서 자극으로 논란이 됐다. ⓒ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 정초하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는 "정치권이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중국이라는 '적'에 전가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계엄 시기 '부정선거' 담론에서 비롯된 반중 정서를 이용해 혐오를 부추기고 오프라인 집회 참가자들도 이에 감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소장은 "북한 이슈가 소구력을 잃자 보수 정치권이 진영 결집을 위해 '중국'을 적으로 두고 무비자 입국 위험론 등을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분열을 유도함에 따라 집회 현장의 혐중 구호도 확산될 수밖에 없는데, 향후 우리 사회의 갈등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정치권이) 편가르기 혐오 선동을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정당한 정책 비판"이라는 자유대학의 입장문을 두고도 "그간 집회가 이뤄져온 맥락을 따져보면 정당한 정책 비판이 아니라 노골적인 배제와 인종차별이 본질이다"라며 "경찰이 제한 통고를 하니 이제와서 한 발 물러선 꼴이고 결국 혐오로 시작된 집회를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극우 단체 자유대학의 개천절 집회를 두고 서울종로경찰서는 '혐중 구호' 사용을 금지하는 제한 통고를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스레드
극우 단체 자유대학의 개천절 집회를 두고 서울종로경찰서는 '혐중 구호' 사용을 금지하는 제한 통고를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스레드 ⓒ 정초하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부대표)는 "조직적으로 혐오 표현을 하는 집회가 과거에는 없었는데 이것이 시작된 것은 보수 정당이 지속적으로 '혐중' 프레임을 제시하고 집회에 직접 참여하거나 이를 지지하는 듯한 메세지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 중국인 관광객 입국으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가 팩트로 확인되고 있고 허위 정보나 이에 혐오 표현은 단호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 방법으로서 한국에 혐오 표현 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이기에 혐오 표현의 외부 노출을 제한하기 위해 집회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결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도 '짱깨' 같은 표현은 이미 모욕적 표현으로 규정해온 만큼 표현의 자유를 벗어난 집회와 시위에 대한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혐중집회#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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