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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진위가 제작·홍보한 '가을국화 당진시민 어울림 한마당' 포스터. 축제를 주관하는 '가을국화 어울림마당 위원회'는 시의회에서 예산이 심의되기도 전에 미리 초대가수까지 섭외해 홍보물을 제작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홍보 자료에는 한마당어울림마당 행사로 11월 8일 초대가수 공연, 전통 줄타기 공연 등의 일정이 담겨 있다.
추진위가 제작·홍보한 '가을국화 당진시민 어울림 한마당' 포스터. 축제를 주관하는 '가을국화 어울림마당 위원회'는 시의회에서 예산이 심의되기도 전에 미리 초대가수까지 섭외해 홍보물을 제작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홍보 자료에는 한마당어울림마당 행사로 11월 8일 초대가수 공연, 전통 줄타기 공연 등의 일정이 담겨 있다. ⓒ 어울림한마당위원회

충남 당진시의회가 이철수 충남도의원(당진시 제1선거구, 국민의힘)의 재량사업비로 배정된 '가을국화 당진시민 어울림 한마당' 축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해당 축제 사업이 급조됐고, 준비 과정과 내용 전반에서 타당성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더 나아가 축제 추진위원회 측은 예산이 확정되기도 전에 미리 초대가수까지 섭외해 홍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시의회 측 "객관적 심의자료 부족"... 시비부담분 2500만 원 전액 삭감

<오마이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당진시의회는 지난 1일 제1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이철수 충남도의원이 재량사업비로 배정한 '가을국화 어울림 마당위원회'(추진위원회)의 축제 예산 5000만 원 중 시비부담분 25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김덕주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모두 부결에 표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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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포스터를 보면, 11월 8일 오후 1시 부터 5시까지 합덕농촌테마공원 야외무대에서 가을국화어율림한마당위원회 주최로 초청공연과 팝스오케스트라공연, 전통줄타기 공연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심의·표결에 참여한 A 당진시의원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시의원들이 사업에 대해 집행부에 질의했으나, 집행부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며 "당시 해당 읍·면에서도 축제 계획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를 주최하는 위원회가 언제, 어떻게 구성됐는지도 불분명해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라며 "게다가 사업비가 큰 축제 사업임에도 엄격한 심의 대신 도의원 재량사업비로 신청돼 객관적 심의 자료가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도의원 재량사업비는 지역 민원 해결 명목으로 지방의원이 직접 편성해 집행부(도청 및 시군청)에 요구하며, 의원별로 일정액이 배정돼 '쌈짓돈'처럼 쓰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충남도의회와 충남도는 의원 재량사업비를 '지역 현장 밀착형 건의사업'이라고 명명했다.

축제 측 "시민 행복 기준으로 심의하라"... 항의시위 열기도

예산안 부결 소식이 알려지자, 1일 '가을국화 어울림 추진위원회 일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대다수 의원들이 나서 부결시킨 것은 시민 행복을 기준으로 심의해야 할 문화예술 예산을 외면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의회에 ▲부결 사유 공개 ▲대화 및 대안 마련 ▲시민 행복 기준 심의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2일 오후 2시 당진시의회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으로 항의했다. '시민 축제 예산 부결, 시민 뜻을 짓밟은 시의회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내걸었다. 추진위는 오는 10일에도 추가 집회를 예고하는 등 지속적으로 항의 수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실제 충남 당진시가 추진·준비하는 당진국화전시회 포스처와 행사내용. 추진위 측은 당진국화전시회 행사에 초청가수 공연 등을 일부 프로그램을 붙여 같은 장소에서 '가을국화 당진시민 어울림 한마당' 을 개최한다며 5000만 원의 사업비를 요구했다.
실제 충남 당진시가 추진·준비하는 당진국화전시회 포스처와 행사내용. 추진위 측은 당진국화전시회 행사에 초청가수 공연 등을 일부 프로그램을 붙여 같은 장소에서 '가을국화 당진시민 어울림 한마당' 을 개최한다며 5000만 원의 사업비를 요구했다. ⓒ 당진시

이런 와중에 축제를 여는 위원회 측이 시의회에서 예산 심의도 전에 미리 초대가수까지 섭외해 홍보물을 제작해 온 것으로 취재 결과 나타났다. 홍보 자료에는 어울림한마당 행사로 11월 8일 초대가수 공연, 전통 줄타기 공연 등의 일정이 적혔다. 이들이 시의회에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조건을 내건 이유로 보인다.

이에 대해 당진시의회 관계자는 "국화전시회의 경우 당진시농업기술센터가 담당 부서"라며 "지난 8월 7일 충남도에서 당진시문화예술과로 당진시민어울림한마당사업계획서를 보내달라고 해서 보낸 것 외에 지금까지 한마음행사와 관련해서는 어디에서도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고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사업부서도, 읍면에서도, 집행부에서도 잘 모르는 사업을 예산심의가 확정되기 전에 추진했다가 이제와서 '이미 사업을 추진했으니 책임을 져라'(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라)'라고 하는 건 시의회를 비롯해 시민들에 대한 횡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담당 부서인 당진시 농업기술센터와 당진국화연구회가 추진하는 '국화전시회' 포스터 자료에는 당진시민 어울림한마당 행사포스터에서 밝힌 가수 초청공연 등의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반면 '가을국화 당진시민 어울림 한마당' 포스터에는 당진시농업기술센터에서 마련한 '국화전시회' 프로그램과 관련해 초대가수 공연, 전통 줄타기 공연, 팝오케스트라 공연 등이 언급됐다.

 '가을국화 어울림 추진위원회'는 2일 오후 2시 충남 당진시의회 앞에 '시민 축제 예산 부결, 시민 뜻을 짓밟은 시의회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가을국화 어울림 추진위원회'는 2일 오후 2시 충남 당진시의회 앞에 '시민 축제 예산 부결, 시민 뜻을 짓밟은 시의회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 심규상

한편, 추진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당진시의회 앞에서 기자와 만나 "초청 가수 섭외 다 끝내고 오케스트라는 반주에 맞춰 한창 연습 중"이라며 "홍보까지 다 돼 있는데 시의회에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이 관계자는 '왜 예산 확정 전에 홍보부터 했냐'는 질문에 "9월 초에 도비가 확정돼 내려와 당연히 당진시의회에서도 예산이 통과될 줄 알았다"라며 "만약 예산이 확정된 후에 준비한다면 행사일까지는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언제 섭외하고, 언제 홍보하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추진위 구성 현황에 대해 "지난 9월 초에 다양한 지역 인사 등 16명으로 추진위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당진시의회#가을국화어울림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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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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