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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짓떼라이자 비건이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기록한 브이로그
주짓떼라이자 비건이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기록한 브이로그 ⓒ 양민영

이번 여행의 타이틀은 '주짓수 여행'이지만 음식에 관한 영상도 한 편 만들 계획이었다. 일단 나부터 여행지의 식당과 음식을 영상으로 구경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음식은 감각의 총아로서 아름다운 여성이나 귀여운 동물보다 더 즉각적으로 이목을 끌어당기는데 그 안에 한 나라와 민족의 성향까지 담기는 게 너무 재미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칼로리 폭탄 버거나 벨기에의 말기름으로 튀긴 감자 같은.

그러나 '도쿄에 가서 음식 영상을 찍어온다'라는 단순한 계획에 두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하나는 내가 비건이라는 것, 또 하나는 주짓수 대회를 앞두고 체급에 맞추느라 감량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나마 비건이라는 조건은 차별화할 여지라도 있으니 마냥 걸림돌은 아니었다. 내가 유튜브에서 '도쿄 비건 레스토랑'을 수없이 검색했듯 누군가는 분명 도쿄에서 채식 먹는 영상을 원할 것이다. 마침 도쿄는 서울보다 채식 문화가 더 발달했다고 하니 만들기에 따라서 재미있는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체중 감량이었다. 감량한 채로 일본까지 가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프로 선수도 아닌데 몸무게에 체급을 맞추고 감량하지 않는 편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도전기에 감량을 반드시 포함하고 싶었다. 주짓수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자면 체중 감량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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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누구나 한 번쯤은 다이어트한 경험이 있어서 감정이입이 쉽다. 타이틀은 '이기러 일본에 갑니다'이지만 사실 승패보다 중요한 건 영상을 보는 이들의 감정이입이 아닌가? 그러자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 여성의, 약간은 가학적인 시행착오나 고생담이 필요했다. 직접 도전하긴 싫지만 멀찌감치서 구경하고 싶은 그런 서사 말이다.

그래서 운동량을 늘리면서 적게 먹는, 고난을 자처했다. 지금까지 체급을 낮추느라 두어 번 감량해 본 바로는 목표를 정하고 몸무게를 의식하면 그때부터 체중은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몸을 지나치게 통제할 때 나타나는 저항 현상이 따로 있는 건지 몰라도 내 몸은 매트 위에 오르기 직전까지, 아니 여행이 끝날 때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

식물성 프로틴바, 견과류, 오트밀을 이미 터질 것 같은 가방 안에 밀어 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계획을 실행이나 할 수 있을까? 이미 식생활이 빈곤할 대로 빈곤해진 와중에 촬영은커녕 굶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식욕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의구심이 현실로 나타났다. 원래는 공항 내에 입점한 채식 레스토랑에 가서 첫 끼부터 맛있는 채식을 먹는 게 계획이었다(식당의 평점은 꽤 높았다). 그러나 허기진 채로 무거운 짐을 들고 반대편 터미널로 이동하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모두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가까이 있는 샐러드 가게로 향했다. 그곳에서 샐러드, 호밀빵,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채소 수프로 배를 채우고 우에노역으로 이동했다. 6월 중순인데도 날씨는 한여름처럼 무더웠다. 우에노 공원, 도쿄 국립박물관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동안 불렀던 배가 빠른 속도로 꺼졌다. 채식의 장점이자 단점은 수분 함량이 높아 소화가 너무 잘된다는 것이다.

우에노에서 나는 정말 도쿄까지 왔다는 사실에 흥분했고 나의 실행력에 취해서인지 행복이 임계치까지 치솟았다. 얼마 만의 여행인가! 물론 뙤약볕 아래에서 행군하듯 걸으며 다음 날의 컨디션을 걱정하기도 했다.

만약 경기에서 이길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장 경기장과 숙소가 있는 치바현으로 가서 짐을 풀고 쉬어야 했다. 그러나 낯선 곳에서의 자유와 해방감은 피로와 수면 부족까지 말끔히 걷어갔다.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심지어 경기와 승패마저도! 그렇게 주짓수 여행에서의 무게추가 주짓수가 아닌 여행 쪽으로 완전히 기울며 주짓수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온몸이 부은 것을 보고서야 현실감을 되찾았다. 근처 공원으로 가서 3킬로미터를 달렸다. 그리고 계체 직전까지 몸무게를 걱정하다가 공복 상태로 허둥지둥 경기를 치렀다. 나중에 주짓수를 18년간 수련한, 감량 전문가이자 스승인 관장님에게 듣기론 선수들은 당일에 체중을 미리 맞춰놓고 호텔에서 즉석밥을 먹으며(오직 맨밥만) 탄수화물의 힘으로 마지막 기운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쌀밥이라면 그야말로 완전한 채식인데, 이제 겨우 초급을 면한 내가 그 사실을 알 리 있나.

그렇게 경기에서는 보기 좋게 패했고 소식을 들은 친구는 맛있는 거나 많이 먹으라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식이 조절과 몸무게에 너무 시달려서인지 몰라도 식욕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리 도쿄에 비건 식당이 많아도 절대적인 수가 작기 때문에 이동의 변수가 더해지면 도통 먹을 게 없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에 일행까지 있었다면 난감함이 배가 될 텐데 거의 모든 일정을 혼자 한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식물성 재료만으로도 풍성한 맛을



결국 비건 전문 식당에서 음식다운 음식을 먹을 기회는 여행 마지막 날에나 주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박한 식당인데 메뉴는 생각 이상으로 다양했다. 특히 아이스크림, 팬케이크 등의 디저트 사진을 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비건이 되고 가장 먼저 포기한 게 디저트였다. 거의 모든 아이스크림과 베이커리에 달걀이 들어가므로 디저트는 먹을 수 없는 음식으로 분류된 지 오래였다.

메뉴를 고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예전이라면 이런 고민은 하지도 않았을 텐데. 여행지에서, 특히 일본과 같은 외식의 천국에서는 식사의 횟수와 메뉴의 수량이 무제한이었다. 여행에서는 음식도 하나의 기념품이다. 커다란 종이 가방 안에 기념품을 쓸어 담듯 위장에 담을 수 있는 만큼 담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음식 외에 너무 많은 욕망이 충돌했고 그것들을 달래느라 준비한 체력이 바닥났다. 그래서 경기가 끝난 다음 날 도쿄의 이름난 주짓수 도장에 방문하고 훈련과 스파링을 촬영할 계획이었지만 조용히 폐기했다. 심지어 가고 싶던 도장 중의 한 곳에 방문해서 내일 오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도 말이다. 음식을 거저 줘도 먹을 수 없는 몸이 되어 과도했던 계획과 욕심을 반성하자니 한편으론 서글펐다.

그러는 사이에 샐러드와 수프가 나왔다. 일본에 올 때마다 채소와 과일을 특별히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기대가 컸다. 식당의 평점도 꽤 높았고 높은 가격 말고는 단점이랄 게 없다는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전언도 있었다.

과연 샐러드부터 마음에 들었다. 미소를 활용해서 만든 드레싱이 독특했다. 이어서 나온 파스타는 그간의 고난을 잊어버릴 만큼 맛있었다. 비건 파스타는 식물성 재료로만 만들다 보니까 소스가 면발에 달라붙지 못한다. 소스가 끈적하게 유화되려면 달걀, 버터, 크림 같은 동물성 지방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곳의 파스타는 바질과 캐슈너트로 만든 페스토가 겉돌지 않고 면발과 어우러져 식물성 재료만으로도 풍성한 맛을 내고 있었다.

디저트로 나온 비건 브라우니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허기졌던 이번 여행에 관해 생각했다. 비건이 되고 처음으로 떠났던 여행지는 제주도였다. 해산물과 고기를 먹지 않는 것만으로 여행의 상당 부분이 달라진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여행지에서 고유한 레시피에 따라 그 지역의 재료로 만든, 현지인들의 먹는 음식을 먹는 경험은 그 자체로 지역에 순응하고 그곳과 하나 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비건에게는 아직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지역색을 거부하고 저항할 수밖에 없다. 도쿄에서 스시와 라멘을 먹지 않는 것, 제주도에서 생선회와 제주 오겹살을 먹지 않는 것은 지역을 거부한 것을 넘어 배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고집스럽게 무엇을 배신하면 그에 따른 반대급부로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도쿄에서 먹은 가장 맛있는 음식이 바질 파스타일 줄, 그리고 제주도에서 예멘 음식을 맛있게 먹을 줄 누가 알았던가? 영상에 담지 못한 배고픔과 비건의 사정에 관해서는 언젠가 다채로운 비건 음식을 보여주며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이 극소수의 관심사라 할지라도.

#유튜버#비건#주짓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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