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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추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예전에 양가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추석 전날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 본가에 내려가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고향 친구들을 만났다. 추석 날에는 차례를 지내고 친척들과 함께 성묘를 갔다. 추석 다음날은 처가를 찾아 처가 식구들과 만나서 한때를 보냈다. 세월이 흘러 양가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자식들은 장성해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이제 우리 부부도 늙어가는 60대, 노년으로 접어들 나이가 됐다. 명절을 명절답게 가족 모두 부담 없이 즐겁게 보내고 싶어, 명절이 다가오면 자식들과 함께 연휴 일정을 짜고 있다. 지난해 설과 추석, 올해 설에도 연이어 우리 부부는 부산에서 아들 딸이 사는 서울로 '역귀성'을 했다. 은퇴 이후 시간 여유가 많은 우리 부부가 이동하는 것이 아들 딸이 귀성하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서울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서울 시내 구경을 다녔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우리 부부는 아직 미혼인 아들 딸과 함께 단출하게 명절을 보낸다. 성묘는 부모님 기일에 하고, 형제들도 그때 만나 같이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연휴 길어 거창해진 추석 계획

▲추석을 맞아 아내가 잡채를 버무리는 모습(위), 내가 텃밭에서 가꾸는 무, 감나무에서 따 온 단감(아래) ⓒ 곽규현
그런데 이번 추석에는 예년과는 좀 다른 일정을 짜기로 마음을 모았다. 연휴가 길어 계획이 거창해졌다. 우선 자식들이이 부산 집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이에 우리 부부는 '추석 자식맞이' 준비에 돌입했다. 나는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들을 솎아 가져오기 바쁘다. 한창 익고 있는 단감과 무화과도 따다 나른다. 아내는 내가 솎아 온 배추와 무잎으로 물김치를 담근다. 쪽파와 부추는 깨끗하게 다듬어서 해물을 넣어 부침개를 만들 준비를 한다. 잡채 재료를 커다란 양푼이에 푸짐하게 담아서 먹음직스럽게 버무린다. 우리 부부는 아들딸이 좋아하는 먹거리를 준비하고 만든다고 신이 났다.

▲부모님과 큰형님이 잠들어 계시는 추모 공원 ⓒ 곽규현
집에서 추석을 보낸 다음날에는 오랜만에 고향 남해를 찾아 부모님 산소에 성묘를 가기로 했다. 내가 추석에 고향을 찾는 것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성묘에는 부산에 사는 큰조카네도 함께하기로 했다. 아들이 큰조카와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같이 성묘하기로 마음을 맞춘 듯하다. 큰조카는 벌써 40대 중반이다. 조카며느리와 중고생인 아이 둘도 같이 가기로 했단다.
고향에서 하룻밤

▲고향 마을 앞의 들판과 바다 풍경 ⓒ 곽규현
고향의 추모 공원에는 부모님과 큰형님이 잠들어 계신다. 성묘를 한 다음에는 고향 마을 바닷가에 있는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을 예정이다. 펜션에서 고향 마을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누나네도 만나려고 한다. 누나의 큰아들인, 조카가 낚시배를 소유하고 있어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며 고향 마을 앞바다에서 낚시도 즐겨볼 생각이다. 아들딸과 조카들도 고기를 잡아 소주 한 잔하자며 기대에 찬 눈치다. 아들딸은 조카들과 나이 차이가 있지만, 서로 단체 대화방으로 소통하며 가깝게 지낸다고 한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아들딸과 조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성묘를 하고, 고향 마을 바닷가에서 숙박하며 낚시 계획까지 세우다니, 그저 대견하고 고맙기만 하다. 오랜만에 세 가족이 만나는 거창한 고향 방문 계획까지 세우니 가슴이 설레고 기대된다. 이렇게 기분 좋은 추석 날에 아들딸의 아빠로서, 조카들의 삼촌으로서 한턱 안 낼 수가 없다. 이번 추석에는 한턱내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얘들아, 이번 추석에는 아빠가, 아니 삼촌이 한턱 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