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이 대구시가 발표한 신청사 설계 당선작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 ⓒ 조정훈
대구시 신청사 설계 공모 결과가 발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여전히 아쉬움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도시를 대표할 건물'을 짓겠다던 기대와 달리, "그저 그런 건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오후 달서구청에서 만난 이태훈 달서구청장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건물 하나가 도시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데 이번 설계안은 높이도, 디자인도 시민의 정신을 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9월 17일 대구시청 신청사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당선작으로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의 'FORETscape(숲이 깃든 문화청사)'를 선정해 발표했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FORETscape'는 'Foret(숲)'와 'Landscape(풍경)'의 결합어로 '숲이 깃든 문화청사'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청장은 다음날 입장문을 통해 "기대보다 실망감이 더 든다"며 유감을 나타냈었다. 그는 시민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점과 상징성의 부재, 지방자치분권을 염두에 둔 작품이 아니라며 "주변 고층 아파트나 향후 들어설 고층 건축물, 인근에 있는 금봉산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설계해 밋밋하고 초라해 보인다. 랜드마크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혹평했다.
이 청장은 대구시가 발표한 신청사 설계 당선작을 두고 "28년 전 부산시청과 다를 게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 번 지으면 40~50년, 또는 100년은 가야 하는데, 미래지향적이지 않고 창의성도 부족하다"며 "높이 24층은 대구와 특별한 연관도 없고, 디자인 역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건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 설계 공모라고 발표했지만 결과는 국내 업체가 모두 상위권을 차지한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청장은 "시민의 공론화 과정이 배제된 채 절차만 진행됐다"며 "신청사 건립은 단순 행정사업이 아니라 대구시민 전체의 축제가 되어야 했다"고 말했다.
"대구 침체를 벗어날 해법은 '화합', 시장 바뀔 때마다 정책 '오락가락' 문제"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이 대구시청 신청사 설계공모 당선작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 조정훈
이태훈 청장은 대구가 침체되고 청년이 떠나는 문제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30년째 GRDP 꼴찌를 면치 못하는 대구의 침체 상황에 대해 그는 "해법은 결국 화합"이라고 잘라 말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해 힘이 분산된다"며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통합해 산업구조 개편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 청장은 대구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대구는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전국 최하위권"이라며 "같은 일을 해도 보상이 적으니 청년들이 당연히 떠난다"고 진단했다. 이어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 지원이 핵심"이라며 "청년 반값주택, 출산 후 돌봄체계 강화 같은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3선의 임기 동안 달서구청장으로서 직접 운영해 온 '결혼 장려 프로그램'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9년간 약 200쌍이 결혼에 성공했다며 "청년 정책은 단순히 지원금을 주는 것을 넘어, 결혼과 주거를 통해 삶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장 출마? 때가 되면 말할 기회 있을 것"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30일 오후 자신의 집무실에 걸려 있는 대구시청 신청사 모습을 가리키며 "상징성이 있는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정훈
신공항 문제와 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청장은 "기부대 양여 방식은 처음부터 불안했다"며 "중앙정부가 비용과 기간을 책임지지 않은 채 지방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취수원 문제 역시 "대구·구미·안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며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서구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두류공원 국가공원 지정 사업에 대해 그는 "이미 법적 요건은 갖췄고, 대구시와 협력해 중앙정부 평가를 준비 중"이라며 "남구·중구·서구·달서구를 아우르는 교통 중심지라는 점에서 국가도시공원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대구를 대표할 통합적 도시공원을 만들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이 청장은 말을 아꼈다. 그는 "지금은 산적한 업무에 전념할 때"라며 "때가 되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다만 인터뷰 내내 대구의 미래를 향한 구상과 제언을 쏟아내는 모습에서, 정치적 행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