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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과 달라진 폭우와 폭염의 기세에 기후위기가 우리 곁에 도달해 있음을 느낀다. 개인의 불안과 피해를 넘어 우리동네, 지역에서 시작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충남 천안지역의 활동가 몇 명이 숫자(예산서)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타지역에는 있는 정책이 왜 우리동네에는 없는지 의구심을 갖게 됐다. 그 공백에 대한 답은 기후위기 대응을 우선순위에 두고 예산을 반영하는 의지와 지금 우리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상상력의 영역이 아닐까 생각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하며, 서로를 돌보는 삶에 대한 희망을 담아 5주간 '슬기로운 기후생활'을 연재한다. 우리의 상상력을 모아 세상을 바꿀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충남 천안추모공원 헌화대에 놓여진 꽃. 플라스틱 조화로 버려지는 월 배출량은 400~500리터다.
충남 천안추모공원 헌화대에 놓여진 꽃. 플라스틱 조화로 버려지는 월 배출량은 400~500리터다. ⓒ 천안NGO센터

매년 명절 때면 전국의 공원묘원은 성묘객들로 북적거린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자리에 대부분 사람들의 손에는 꽃송이가 소중히 들려 있다. 언제부터인가 금방 시들어버리는 생화보다 오래간다는 이유로 조화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모 풍경이 됐다.

하지만 성묘 이후 남겨진 수많은 조화가 우리의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소각하면 다이옥신 발생, 오래두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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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조화는 합성섬유와 중금속이 함유된 철심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심지어 플라스틱 조화 중 99% 이상이 중국으로부터 수입되기 때문에 정확한 재질을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여러 가지 재료의 혼합품인 조화는 폐기할 때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방법밖에 없어 탄소배출량을 증가시킨다.

플라스틱 조화에서 검출되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미량의 농도에서도 암이나 내분비계 장애 등을 유발하고, 소각 처리 시 발생하는 대표적 독성물질 다이옥신은 단 소량만으로도 사망에 이르게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사람의 건강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버려진 조화는 햇빛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풍화되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이는 작은 입자로 흩어져 토양과 대기까지 오염시킨다.

이러한 플라스틱 조화의 위험성에 주목해 경남 김해시는 2022년 전국 최초로 공원묘원 내 조화 반입 금지 시책을 추진했다. 시는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근절하기 위해 민·관의 자발적 협약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끌어내 이듬해부터 공원묘원 내 조화 헌화율을 0.1%까지 감소시키는 큰 성과를 거뒀다. 김해의 사례는 환경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으로 공감을 받았고, 다른 지역의 선도 모델이 돼 경남도 전역뿐만 아니라 부산, 울산, 강원, 충북, 충남 등 전국 지자체로 확산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부재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어온 가운데, 지난해 9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입법발의되며 제도적 뒷받침의 기반이 마련됐다. 이 개정안에는 '공원묘원 내 조화 사용 금지' 내용이 담겨 있으며, 국회를 통과하면 국가의 환경보호와 탄소중립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천안에서도 시작된 변화의 움직임

친환경 추모문화가 확대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천안에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다. 천안도시공사가 운영하는 천안추모공원에 따르면 2024년 다녀간 방문자 수는 11만8169명으로 플라스틱 조화의 월 배출량은 400~500리터이며, 이는 연간 4800~6000리터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천안도시공사는 지역의 환경운동단체인 천안녹색소비자연대, 천안NGO센터와 함께 지난 5월 '천안추모공원 봉안시설 플라스틱 조화 저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이해 추모공원을 방문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플라스틱 조화 대신 생화 나눔 캠페인'을 시작으로, 9월 12일부터 '플라스틱 조화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 중이다. 조사 결과는 11월 토론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공론화할 계획이다.

하루아침에 공원묘원에서 플라스틱 조화가 사라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공원묘원의 의지만으로는 추진되기 어렵고, 지자체의 제도적 노력과 추모객의 인식 변화 및 실천이 수반돼야 한다. 더불어 환경보호의 목적이라지만 조화 제조업체와 판매상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집중해 보자. 다가오는 추석 성묘길에는 조화 대신 예쁘고 향기 좋은 생화를 품에 안고 가자. 나로부터 시작된 작은 변화가 깨끗한 공원묘원을 만들고, 나아가 친환경 추모문화를 정착시키는 귀중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25년 어버이날을 맞이 조화 대신 생화 나눔 캠페인을 진행한 모습
2025년 어버이날을 맞이 조화 대신 생화 나눔 캠페인을 진행한 모습 ⓒ 천안NGO센터


* 플라스틱 조화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참여하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천안NGO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천안아산신문에도 실립니다.


#추모문화#조화대신생화#추석#플라스틱#기후위기
댓글1

천안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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