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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셀 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화성 아리셀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와 관련해 박순관 대표의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징역 15년 형량은 너무 적다"며 "항소심에서 죗값을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리셀 산재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화성 아리셀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와 관련해 박순관 대표의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징역 15년 형량은 너무 적다"며 "항소심에서 죗값을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유성호

2024년 6월 24일,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25년 9월 23일,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 등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에게 법원은 각각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번 아리셀 참사 1심 판결은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생명을 어떤 무게로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존재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한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판결문은 그날의 비극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현장에는 이미 여러 차례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있었고, 충분히 예방 가능한 재해였다. 그러나 경영진은 그 신호를 알면서도 묵살했고, 안전보다는 비용 절감을 우선시했다. 그 무책임의 대가로 23명의 삶이 사라지는 비극이 발생하였고, 가족들은 삶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 속에서 지금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러한 참혹한 현실 앞에서 만약 법원이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에 머물렀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그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선언적 법에 불과했을 것이다.

노동자의 죽음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한 명의 죽음은 그와 연결된 수많은 삶의 붕괴를 의미한다. 매년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지만, 경영진에게 실질적인 책임이 제대로 부과된 적은 드물었다. 과거 산업안전보건법은 존재했지만, 처벌은 주로 하청업체나 현장 관리자에게 집중됐다. 정작 권한과 자원을 가진 최고 경영진은 책임에서 비켜나 있었다. 바로 그 허점을 메우기 위해 제정된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사람이 일하다 죽지 않도록 하자"는 절박한 사회적 요구를 제도화한 결과다.

그러나 법은 제정만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 실질적 판결을 통해 그 정신을 살려낼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집행유예와 가벼운 벌금이 반복된다면, 기업은 여전히 안전을 비용으로만 계산할 것이다. '벌금을 내면 된다'는 인식 속에서 노동자의 생명은 또다시 효율과 이윤에 희생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원의 중형 선고는 단순한 형벌이 아니라, 법의 존재 이유를 구현하는 행위다.

경영진의 '조직적 방치' 짚은 법원... 아직,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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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참사는 경영진이 책임을 방기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위험은 수차례 지적되었지만 묵살됐고,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알면서도 외면한 조직적 방치였다. 법원이 이를 기업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중형을 선고한 것은, 단지 한 사건의 책임을 넘어서 우리 사회 전체에 보내는 메시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법조문만 있을 뿐, 법원이 참고할 만한 구체적 양형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사건마다 판사의 재량에 맡겨지다 보니 동일한 유형의 사건임에도 형량에 편차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솜방망이 판결이 반복될 경우 법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법원이 대법원 양형위원회를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전담 양형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피해 규모, 예방 가능성, 경영진의 사전 인식 여부 등 명확한 판단 기준을 세움으로써 법 집행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형 선고는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예방의 장치다. 법원이 엄중한 판결을 내릴 때, 기업은 안전을 비용이 아닌 필수책임으로 인식한다. 다른 기업 경영자들은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안전 투자를 경영의 기본으로 삼게 된다. 결국 이는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길이며,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아리셀 참사는 끝난 사건이 아니다. 희생자 가족에게는 현재진행형이며, 우리 사회에도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또 다른 아리셀 참사를 막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답은 법원의 판결과 제도개선 속에 담겨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본래 취지를 살려내기 위해, 이제 법원은 망설임 없이 그 책임의 크기에 걸맞는 중형을 선고해야 하며 동시에 양형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노동자 모두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할 때 비로소 노동자의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가 가능하다. 그것이 더 이상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자,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정의의 길이다.

덧붙이는 글 | 이번 글은 김용균재단 감사이자, 민변 노동위 노동자건강권팀 팀장 문은영 변호사가 쓰셨습니다.


#김용균재단#문은영#아리셀#참사#1심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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