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뷰티풀>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부모와 자식들이 가족 구성원의 중심을 차지하고, 형제는 물론 조부모와 손자에까지 포함하는 확대 가족의 형태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형태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할 부분은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점이라고 하겠다.
구성원들끼리 아주 격의 없는 사이로 친밀하게 지내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부부 혹은 부자 사이에 갈등의 요소가 존재해 일부 구성원들이 서로 어색하게 지내는 가족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떠올리는 '행복한 우리 집'은 가족의 이상적인 이미지이지만, 모든 가족이 다 친밀하고 행복한 생활을 꾸려가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가족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내용의 소설이나 영화 작품들이 끊임없이 생겨날 수 있다고 하겠다.

▲헬로 뷰티풀, 앤 나폴리타노, 복복서가, 2024.리뷰 도서의 표지 이미지 ⓒ 인터넷 서점 알라딘
이 작품에는 내용의 중심을 이루는 두 가족이 등장한다. 자신이 태어난 며칠 후에 누이가 죽어 부모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던 윌리엄이 '워터스 가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태어나서 엿새 동안은 외동이 아니었"지만, 그의 "세 살 많은 빨강 머리 누나 캐럴라인"은 "갓 태어난 윌리엄이 어머니가 아직 병원에 있을 때 열이 나고 기침을 시작해" 마침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남매 사이의 삶과 죽음은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그 이후 윌리엄의 부모는 아들의 존재를 지워버린 듯한 생활을 했던 것이다.
딸의 죽음으로 인한 '우울증' 증상임이 후에 밝혀지고, 그로 인해 윌리엄 역시 어려서부터 '우울증' 증세를 간직하고 살아야만 했다. 부모로부터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고 마치 존재가 없는 듯이 살아야만 했기에, 그는 어릴 때부터 고향의 프로농구 셀틱스팀을 응원하면서 농구에 빠져 살았던 과거를 지니고 있다. 시합을 하다가 부상을 당한 경력이 있지만, 큰 키에 농구를 잘해서 마침내 보스턴의 집을 떠나 시카고에 있는 노스웨스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급하게 결혼한 부모와 그들 사이에 태어난 딸 줄리아를 비롯해 네 자매가 구성원으로 등장하는 '파다바노 가족'이 나머지 하나이다. 어린 시절 언제나 하나인 듯이 함께 지냈던 네 자매와 각자 개성적인 그들의 역할에 대해 만족 혹은 불만족을 드러내는 엄마 로즈, 항상 딸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는 아빠 찰리가 파다노바 가족의 구성원이다. 그들의 맏딸 줄리아와 차녀 실비 그리고 쌍둥이 동생 에멀라인과 세실리아 등 네 자매가 부모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두 가족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결된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여, 작품의 구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변 인물들 또한 각자 소속된 가족의 구성원으로 등장하지만, 이 작품은 윌리엄과 줄리아가 포함된 두 가족과 그들이 결합하여 만든 새로운 가족들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같은 대학을 다니는 줄리아와 윌리엄이 만나서 사귀게 되고, 마침내 두 사람이 결혼을 하여 또 다른 하나의 가족이 형성된다. 대학에서 경기를 하다가 부상을 당한 윌리엄은 평소 관심이 많은 역사를 전공으로 선택하지만, 그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농구의 역사와 선수들의 부상에 관한 것임이 차츰 드러나게 된다. 줄리아는 매사에 소극적인 윌리엄을 대학교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여기고, 결혼 생활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부상 경력과 실력 등의 요인으로 프로로 진출할 수 없는 윌리엄은 그저 아내의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인물로 형상화되고 있다. 결혼도 적극적인 성격의 줄리아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윌리엄은 자신의 대학원 진학이나 직장 등의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 역시 아내가 이끄는 대로 따를 뿐이다.
평범한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던 두 사람 사이에 딸 앨리스가 태어나면서, 잠복해 있던 문제가 구체적인 현실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서먹한 부모와의 관계로 인해, 윌리엄은 자신 역시 딸인 앨리스에게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품고 있다. 윌리엄은 자신의 존재가 갓 태어난 딸을 불행으로 이끌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결혼식을 위해 부모로부터 받은 돈과 편지만을 아내인 줄리아에게 남기고, 윌리엄은 새롭게 형성한 가족으로부터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편 굳이 아이 아빠를 밝히지 않고 혼자서 낳은 딸을 키우겠다는 세실리아와 동성애자로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확인한 에멀라인이 파다노바 가족으로부터 독립해서 각각의 가족들을 형성하게 된다.
가족을 떠난 윌리엄이 자살을 시도하자, 그의 친구들과 줄리아의 동생 실비가 밤을 새워 찾아다닌다. 윌리엄은 호수에서 구조됐고, 두 사람과 친구들은 병원까지 동행하게 된다. 잠시 줄리아의 집에 머물던 실비가 열쇠를 잊고 밖에서 기다릴 때, 윌리엄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경험이 있다. 짧은 대화였지만 당시 실비는 언니이자 아내인 줄리아도 모르는 그의 마음을 읽었기에, 편지를 남기고 떠난 윌리엄이 자살을 할 것이라고 예견했던 것이다.
무책임한 아이 아빠에게 딸의 양육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줄리아는 끝내 이혼을 선택한다. 그리고 조력자인 쿠퍼 교수의 일을 돕기 위해, 6개월을 예정으로 시카고를 떠나 뉴욕으로 가서 직장 생활을 하게 된다. 줄리아 때문에 서로의 끌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던 윌리엄과 실비는 결국 서로가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결혼을 하여 새로운 가족을 꾸리게 된다. 하지만 줄리아는 딸 앨리스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자매들과 거리를 두며 지내고, 윌리엄 역시 앨리스와 부녀 관계가 없는 듯이 생활하게 되는 상황이 전개된다.
그 이전에 딸인 세실리아가 갓 낳은 손녀인 이지를 품에 안아보고 병원에서 귀가하다가, 네 자매의 아빠인 찰리가 심장마비로 죽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엄마 로즈는 세실리아를 더욱 멀리하게 되고, 쌍둥이 에멀라인은 세실리아의 거처로 옮겨 생활하게 된다. 쌍둥이 딸인 에멀라인이 동성애자로서의 성정체성을 밝히자, 엄마 로즈는 시카고의 집을 팔고서 플로리다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실비는 언니인 줄리아 집에서 잠시 생활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렇듯 처음 가족을 형성했던 윌리엄과 줄리아의 부모로 인해 형성되었던 '워터스 가족'과 '파다노바 가족'은 해체되었고, 그들의 자식들에 의해 새로운 가족들이 만들어져 작품의 내용이 전개되는 것이다. 윌리엄과 줄라아가 결혼을 하여 이뤄진 가족도 두 사람의 이혼으로 해체되지만, 우여곡절 끝에 실비와 윌리엄이 중심이 된 가족이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다.
두 사람과 줄리아와의 어색한 관계로 인해, 시카고에서는 실비와 윌리엄 그리고 쌍둥이 자매들의 가족이 함께 시카고에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생활하는 관계로 작품의 내용이 전개된다. 나머지 자매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줄리아와 딸인 앨리스가 뉴욕에서 그들과의 관계를 숨긴 채 지내게 되는 것이다. 이들 네 자매 사이의 갈등 혹은 오해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그리고 윌리엄과 앨리스의 부녀 사이가 마지막에 밝혀질지 등이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을 현대적으로 변용한 것으로 읽을 수 있을 터인데, 네 자매가 <작은 아씨들>에 등장하는 각각의 자매들에 자신을 빗대는 내용이 작품에 형상화되어 있다. 아빠인 찰리는 휘트먼의 시를 좋아하여 그의 시집을 즐겨 읽고, 딸들이나 처음 만나는 사위 윌리엄과도 휘트먼의 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여기에 농구를 하는 윌리엄의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1980년대 이후 미국 프로농구(NBA)에 대한 내용도 작품에서 상세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독자로서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족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족의 중심이 되는 부부의 역할과 위치,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와 이를 좌우하는 환경, 그리고 친가나 외가(처가) 사람들이나 지인들과의 관계 설정 등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각자가 꾸리고 형성하는 가족의 모습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더욱이 같은 형제나 자매들 사이에도 성장하여 형성하는 가족의 모습과 구성원들의 관계가 달리 나타나기도 한다. '이상적인 가족'이 아닌, 자신에 걸맞은 모습을 꾸리기에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이유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