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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30 11:30최종 업데이트 25.09.30 11:30

대만 해상 노동자의 과로 위험과 해상 의료 접근성 위기

[아시아 과로사통신] 부유하는 선원 노동자의 노동건강권

전 세계 무역의 80% 이상이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세상에서 심해 해상 노동자들은 국제 물류의 근간이다. 그러나 밀집된 항로, 과도한 노동 시간, 축소된 승무원 규모 등 다양한 압박 속에서 해상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과로와 해상에서의 의료 접근 제한이라는 구조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8월, 대만 선적의 벌크선에서 근무하던 선원 A씨는 약 290일간의 해상 근무 후 갑판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당시 선박은 호주 항구를 출항한 직후였다. 의료 비상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장은 회항을 거부했으며, 선박은 10일간의 해상 항해를 계속한 후 대만으로 돌아갔다. 선원은 도착 후 헬리콥터로 구조되었는데, 뇌내출혈과 뇌졸중 진단을 받아 오른쪽 사지 마비 증상을 보였으며, 현재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대만 심해 선원들이 직면한 광범위한 과로와 건강 위험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해상 작업은 단순히 신체적 노동을 넘어 사고 예방, 장비 유지보수, 비상 대기 업무, 극한 기상 조건, 거친 해상 환경, 해적 활동이 빈번한 고위험 지역 항해 등 다양한 어려움에 대응해야 한다.
해상 작업은 단순히 신체적 노동을 넘어 사고 예방, 장비 유지보수, 비상 대기 업무, 극한 기상 조건, 거친 해상 환경, 해적 활동이 빈번한 고위험 지역 항해 등 다양한 어려움에 대응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선원 과로증의 다중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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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한 업무량과 매우 부족한 휴식 시간

관련 연구에 따르면, 화물선과 벌크선에서 근무하는 선원의 절반은 실제 주당 85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응답자들은 최근 몇 년간 과도한 노동 시간을 금지하는 규정이 도입되었음에도, 현재 노동 시간이 10년 전보다 더 길어졌다고 답했다. A선원은 하루 평균 약 10시간 동안 일해야 했다. 출항, 하역, 탱크 청소 등 집중적인 작업 시에는 하루 20시간까지 일해야 했고, 때로는 24시간 대기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그가 쓰러지기 전 2일 동안에는 새벽 시간에 갑판에서 근무했으며, 근무 복귀 전 4시간도 안 되는 짧은 휴식을 취했다.

- 높은 책임감과 만성적인 스트레스

해상 작업은 단순히 신체적 노동을 넘어 사고 예방, 장비 유지보수, 비상 대기 업무, 극한 기상 조건, 거친 해상 환경, 해적 활동이 빈번한 고위험 지역 항해 등 다양한 어려움에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선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하는데 이들에게는 휴식 기회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A선원도 과도한 업무량을 감당하며 장기간의 스트레스, 불규칙한 근무 시간, 수면 장애를 겪어야 했다. 또한, 인력 부족으로 자신의 역할 외에도 추가 업무까지 맡아야 했다.

- 불규칙한 노동 시간에 따른 생물학적 리듬 방해

장시간 노동 외에도, 장거리 항해 중 시간대 변경은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국제 항로가 여러 시간대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선내 운영 시간은 실제 지리적 시간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교대 근무와 불규칙한 노동 시간으로 생체 리듬이 교란되고 수면의 질이 저하되어 피로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 그로 인해 건강 위험이 매우 커진다.

해상에서의 의료 접근성 제한

상업용 선박 대부분은 선내에 전문 의료 인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의약품 부족이나 의료 장비가 부족할 때 선박이 회항하거나 가까운 항구로 신속히 이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응급환자 발생 시 치료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 A선원 역시 증상 발현 후 10일 동안 의료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 이러한 지연은 법적 의무나 체계적인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직업성 질환 인정의 장애물

선원들이 부상이나 질환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하려면, 근무 시간 기록, 근무 조건, 업무 내용 등 사후에 상당한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선내 근무 시간 기록 시스템은 종종 실제 근무 시간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그로 인해 노동자들은 재해 보상 신청 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 A선원은 대만으로 돌아와 입원 중이며 재활 치료를 계속 받고 있으나, 사건 발생 후 거의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직업성 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먼저 선내 근무 시간 기록이 실제 노동시간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였고, '책임 체계'나 '업무 기반 체계'와 같은 시스템이 널리 사용되어 업무와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하여 과로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게 했다.

앞으로 대만 정부는 해상 노동의 현실을 직시하고 투명한 근무 시간 기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며, 해상 긴급 의료 대응 프로토콜 강화와 더불어 긴급 상황 시 책임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부유하는 섬'에 고립된 선원들이 적절한 지원과 보호를 받으며 자연의 위협에 맞서 싸울 수 있다. 해상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및 생명 안전을 운영 시스템의 중심에 두는 것은 필수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9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의 필자인 황이링 님은 대만 노동안전보건단체 OSH Link 활동가입니다.


#선원노동자#불규칙노동시간#해상근무#인력부족#근무시간기록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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