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927제주기후정의행진' 행사날인 27일 아침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날 오전 예정되었던 제주도 주최 '차 없는 거리 행사'는 오전 8시 40분 취소된다는 안전안내문자가 전 도민들에게 발송되었다.
억수로 쏟아붓던 비는 오후가 되자 잠잠해졌고 행사가 시작되는 1시에는 흐린 날씨가 이어졌다. 행사장 주변에 세워진 천막에는 지구별약수터, 천주교제주교구하늘땅물벗'틀낭벗', 난개발악당퇴치단, 전국여성농민회제주도연합, 돌고래서포터즈,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이 천연비누만들기, 토종씨앗 감별하기, 기후퀴즈 도전, 바담깨비(바다에서 온 담배꽁초 먹깨비) 캠페인, 노동자의 정의로운 전환 알아보기 등의 내용으로 부스를 운영했다.
쪽 염색 바지를 입은 아이들이 여럿 눈에 띄었는데 지구별키즈 환경캠페인단이었다. 지구별키즈는 해안 플로깅을 하고 폐침구 업사이클링 염색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데 기후정의행진 본행사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간소하게 설치된 무대 앞에는 '기후정의로 되찾는 제주, 다시 살아나는 섬' 927제주기후정의행진'이라고 쓰여진 천이 걸려 있다. 석유로 만들어지는 일반 현수막이 아니라 폐침구를 감물 염색해 현수막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라고 한다.

▲행사 참여자가 직접 만든 피켓. ⓒ 박한솔
3시부터 927제주기후정의행진 선언식이 시작되었다. 지구별키즈 환경캠페인단은 '담배꽁초는 휴지통에' '함께 지켜요 초록 제주'라는 종이 피켓을 선보이며 공연을 진행했다.
임기환 민주노총제주본부장은 발언을 통해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재난의 직접적 피해당사자인 노동자, 빈민, 여성,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 이주민 등 불평등 체제에서 억압받은 민중이 지역과 현장, 거리와 광장에서 주도할 때 실질적인 사회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며 "민주노총 또한 기후위기 대응을 노동조합의 핵심과제로 삼고, 현장에서 녹색단체협약 운동과 지역주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후정의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기후토크쇼에서는 환경교육 활동가인 이경아 지구별약수터 대표,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 제주제2공항 예정부지 출신이면서 예정 부지내 다양한 생태조사를 진행하는 오은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환경조사위원이 이야기 손님으로 참여했다.

▲폐침구에 감물들인 현수막, 지구별키즈의 공연. ⓒ 박한솔
927제주기후정의행진 선언문은 ▲생태계 붕괴, 공동체 해체, 모두 다 파괴하는 제2공항 계획 백지화 ▲동물 해방 없이 기후 정의 없다! 파괴뿐인 축산 시스템, 공존으로 전환 ▲기후위기 해법이 해양생태 파괴인가? 자연과 공존하는 정의로운 해상풍력 실행 ▲자가용 중심 정책 중단하고, 대중교통 중심으로 녹색공공교통 정책 확대 ▲탄소중립 한다더니 화석발전소 건설이 웬말인가? 탄소제로 역행하는 가스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 ▲기후재난, 농민들이 죽어간다! 농작물 재해보상제도 강화하고 기후생태직불금 도입 ▲기후 가뭄, 해수면 상승, 생명수가 고갈된다! 개발폭주 중단하고 지하수를 보전 등 총 일곱 개의 주장으로 구성되었다.
선언문은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10년은 박근혜 정권에서 시작된 국가 폭력에 저항해 온 투쟁의 역사이며 제2공항이 들어서면 사라질 철새들의 쉼터, 제주의 수많은 숨골, 해양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저항의 시간"이라며 최근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제2공항 추진을 위한 관심을 요청한 오영훈제주도지사를 비판했다.
축산시스템을 공존으로 전환하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1960년대 4만명(命)이었던 제주 돼지 사육수가 2008년부터는 50만명(命) 이상'이며 '2022년 기준 257개 농가가 100%가 밀집형 공장식 축산 방식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분뇨가 제주의 땅과 지하수, 바다를 오염'시킨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의 해상풍력 계획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했다. 현재 '제주도정의 광범위한 해상풍력 계획은 '속도'와 '규모'에만 매몰'되어 '해양 생명들과의 공존이라는 핵심 가치를 외면'하고 있고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하고 투명한 조사 없이 강행되는 대규모 해상풍력개발 사업은 하나의 위기를 또 다른 생태적 재앙으로 막으려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수송 분야 정책에서도 전기자동차 지원 정책에 치중하는 제주도를 비판했다. 선언문은 '매년 천억 정도의 예산을 전기자동차 구입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전체 자동차 수를 늘릴 뿐'이라며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전기가 화석 연료로 만들어지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녹색공공교통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화력발전 또한 늘어난 제주의 현실을 짚었다. 선언문은 '석유를 태우던 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바이오중유' 연료를 사용하고 있고 가스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 역시 증가'하는 반면 '재생에너지는 출력 제한을 당하며 멈춰'있다며 300MW 규모의 신규 가스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지역 내 총생산액의 11%를 차지하는 농업에 대해서도 '제주의 농민들이 기후위기를 완화시킬 적극적인 해결자가 되기 위해서는 친환경 나아가 생태농업으로 대전환'이 이뤄져야 하지만 '스마트농업·디지털농업 등 기후위기에 대한 기술적인 해결책만을 강조하며 오히려 친환경농업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며 '기후위기로 생계를 위협받는 농민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면서 기후위기를 완화할 농업으로의 대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에 대해서도 '난개발과 지하수 취수 증가, 해수면 상승, 분뇨와 농약 비료 사용 등으로 현재 제주의 지하수는 전례 없이 오염되고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영훈도정은 제주도의 생명수인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이 분포한 중산간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도시관리계획 기준을 만들어 추진' '민간 기업인 한진의 지하수 증산 신청을 허용해 지하수 정책을 크게 후퇴', '지하수자원특별구역인 탐라대 부지에 산업단지를 건설'하려 한다며 비판했다.
이와 함께 선언문은 '공공자원으로서 지하수의 사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중산간 지하수자원특별관리 구역에 계획되는 하원테크노캠퍼스, 한화애월포레스트 등의 개발을 강력히 규제'할 것을 주장했다.

▲행진하는 사람들. ⓒ 박한솔
927제주기후정의행진단은 집회 후 광양사거리-법원-소방서사거리-제주시청으로 이어지는 행진을 진행했고 고산동산 내리막길에서는 사이렌 소리에 맞춰 도로 위에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펼쳤다. 누워있는 이들에 대해 붉은 옷을 입은 붉은 정령들이 기후재난으로 죽어간 생명들을 추모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공공운수노조제주지역본부를 비롯한 30개 단체가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약 250명 가량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다이인 퍼포먼스에 등장한 붉은정량들. ⓒ 박한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필자는 제주녹색당운영위원장이며 탈핵기후위기제주행동실행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