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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법원
대법원대법원 ⓒ 이정민

대한민국에서 판사·검사들의 위세는 대단하다. 고시신화에 힘입어 오랜 세월 과분한 특권을 누려왔다. 정치적 논의와 타협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일들이 수사·기소·재판으로 해결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현실적으로 정치 위에 법원, 검찰이 존재한다.

지난 9월 26일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조 특권계급의 한 축인 검사들의 위세는 꺾이기 시작했다. 1948년 8월 미 군정기 검찰청법의 제정과 함께 탄생한 검찰은 78년간 정치권력에 아부하면서 특권을 키워 왔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신장에는 손톱만큼도 이바지한 바 없지만, 역설적으로 검찰은 민주화의 과실을 오롯이 따먹었다.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군인·정보기관의 위세가 수그러들자, 검찰은 합법적 권력을 한 손에 쥔 최고의 권력기관으로 부상했다.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위세 앞에 모든 권력이 머리를 조아렸고 종국에는 대통령을 배출하는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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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윤석열의 통치 아래 시민들은 검찰공화국의 공포를 톡톡히 경험하였다. 검사들이 나라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며 국정을 좌지우지하였다. 집권세력의 부패에는 철저히 눈을 감는 대신 야당과 민주세력은 집요하게 탄압하였다.

이에 더 나아가 윤석열은 유신 시절 박정희의 장기독재를 꿈꾸며 정치군인들과 법비(法匪) 검사들을 믿고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발동해 내란을 일으켰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많은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폭동이었다.

다행히 시민들의 단합된 힘과 국회의 발 빠른 저항으로 내란은 진압되었다. 현재는 내란 세력을 단죄하기 위한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 그 후과(後果) 중의 하나로 검찰청은 1년 후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을 선고받았다. 만시지탄이고 사필귀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부 수장의 침묵과 국민 신뢰 붕괴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9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9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 유성호

이제 법원이 남았다. 조희대의 대법원은 지난 5월 1일, 사법 쿠데타를 감행했다. 대선을 불과 30여 일 앞둔 시점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소부에 배정되었던 사건을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였고 2번 심리를 한 끝에 2심 무죄였던 야당 대선후보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취지로 파기하였다.

대법원에 상고된 지 불과 9일만의 초고속 판결이었다. 명백히 야당 후보 이재명을 제거하기 위한 선거 개입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조치였다. 대법원의 갑작스러운 선거 개입은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의 오만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그들이 스스로 대권후보를 정하고자 나섰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때의 시도가 성공했다면 지난 대선에서 우리는 야당 후보가 없는 대선을 치를뻔하였다.

민주주의 및 시민들의 인권을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사법부의 수장인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의 내란이 발생하였을 때도 위헌적, 위법적 비상계엄에 대해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았다.

또한 조 대법원장은 지귀연 판사가 법문언과 관행을 벗어난 법해석을 통해 윤석열을 구속취소로 풀어준 때에도 침묵하였고, 지귀연 판사가 술집에서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지금까지 국민 앞에 명확한 조사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나라를 존망의 위기로 몰아 넣었던 내란세력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단죄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행태인 것이다.

오히려 조 대법원장은 여권이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해 내란재판을 신속, 공정하게 진행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사법권 독립, 재판 독립을 내세우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국민 위에 존재한다는 특권의식에 찌들어 있지 않다면 결코 보일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조희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땅에 떨어져 있다.

사법부 독립과 주권재민의 원칙

사법부 독립, 재판의 독립은 헌법의 최고 가치가 아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원칙이 헌법의 최고 가치이다. 사법부는 결코 주권자인 국민 위에 설 수 없고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벗어난 독립공화국이 될 수 없다.

그리고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의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는 서로를 감시하고 권한 남용을 견제한다. 행정부, 입법부가 사법부에 의해 견제(재판)를 받듯이 사법부도 행정부, 입법부에 의해 감시와 견제를 받는다.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거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대법원장을 탄핵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것 때문이다.

나아가 국회법 제121조는 국회 본회의·위원회가 대법원장을 불러 특정한 사안에 대해 질문하고 해명을 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부름이 있을 때 조 대법원장은 마땅히 국회에 출석하여 대선개입 의혹, 내란죄 연루 의혹, 내란재판 방기 의혹, 사법부 신뢰 회복 방안 등에 대해 국민이 이해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 이것은 법적 의무이자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사법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을 핑계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 대법원장이 이러한 법적 의무를 회피하려는 것은 오만 때문이다. 대통령도, 국회도, 주권자인 국민도 자신의 발아래 있다는 오만 때문이다. 스스로는 누구든 심판할 수 있지만 자신은 누구로부터도 추궁을 당하지 않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오만 때문이다.

헌법이 언제 대법원장을 그토록 오만해도 되는 자리에 앉혀 주었는가? 결코 그런 적이 없다. 조 대법원장과 사법부 판사들은 스스로 쌓아 올린 특권의 성에 갇혀 살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조 대법원장과 판사들을 오만의 자리에서 끌어 내려야 한다.

국민주권 확립을 위한 헌법 개정 필요성

우리나라 판사, 검사들에게 주권자인 국민이 주인임을 알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헌법 개정을 통해 각인시키는 것이다. 국민은 헌법의 제정권력자이자 개정권력자이다. 최고 규범인 헌법은 국민에 의해 만들어졌고, 헌법개정도 국민의 승인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의 제1호 국정과제는 개헌이다. 이르면 내년 지방선거, 그렇지 않으면 3년 후 총선 때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개헌과 관련하여 판사, 검사들에게 국민이 주인임을 알게 해주는 구체적인 조치를 살펴보자.

첫째, 개헌을 통해 대법원의 최고법원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중 어느 곳이 최고법원인지는 다툼이 있지만 저울의 추는 점차 헌법재판소로 기울어지고 있다. 수도 이전 위헌 결정, 대통령 탄핵심판 등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들이 헌법재판소에서 내려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최고법원의 지위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솔직히 전망은 밝지 않다. 앞으로 개헌이 된다면 헌법에서 확실하게 서열을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참고로 독일 헌법(기본법 제92조)은 "사법권은 연방헌법재판소와 연방법원들에 의해 행사된다"고 규정하여 사실상 헌법재판소가 최고법원임을 선언하고 있다. 독일의 연방법원들은 민·형사, 행정, 사회, 노동 등 분야별 최고법원으로 각각 설치되어 있다.

연방법원들은 인사·감독 등 사법행정과 관련하여 연방행정부의 통제를 받지만,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행정부로부터 독립한 자율적인 사무권, 인사권, 예산권을 가지고 있다. 연방헌법재판관들은 연방 상·하원에서 선출하지만 연방최고법원 재판관들은 연방정부와 연방의회의 협의체에 의해 선출된다. 연방헌법재판관은 16명이지만 연방법원 재판관들은 약 320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최고법원들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도 담당한다(4심제). 이러한 제도하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최고 정책법원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라의 운명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중요한 사항들을 결정한다.

반면 각 분야별로 설치된 연방최고법원들은 신속하고 전문적인 판결을 통해 사건해결에 집중하는 권리구제형 법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향후 개헌을 한다면 우리나라도 이러한 모델을 따를 필요가 있다.

헌법에 헌법재판소를 최고법원으로 규정하는 대신에 – 물론 헌법재판소도 재판관의 구성, 선출방식, 권한 등에서 개혁이 필요하다 - 대법원은 분야별 여러 개의 전문법원으로 분할 설치하거나 또는 대법원에 전문 분야별로 여러 개의 부를 둘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소수의 대법관이 연 4만 건이 넘는 사건들을 끌어안고 끙끙대는 시스템이 아니라 신속하게 보다 전문적인 최종심 판결을 내리는 체제로 변경하는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국회, 행정부, 언론계, 시민 대표가 참여하는 독립적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사법부의 인사, 예산, 감독 등의 임무를 맡김으로써 대법원장 1인의 제왕적 지배체제를 해소하여야 한다.

헌법 부칙 개정과 판사·검사 재임용 심사

발언권 달라는 최재현 검사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관련해 담당 검사인 최재현 서울남부지검 검사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손을 들어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에게 발언권을 신청하고 있다.
발언권 달라는 최재현 검사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관련해 담당 검사인 최재현 서울남부지검 검사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손을 들어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에게 발언권을 신청하고 있다. ⓒ 남소연

둘째, 가장 혁명적인 조치는 헌법 부칙을 손보는 것이다. 현행 헌법 부칙 제4조는 헌법이 새롭게 시행될 때, 기존에 임명된 공무원·대법원장·대법관·판사·검사·정부 임명 기업체 임원 등의 신분과 임기 계속, 그리고 임기·중임제한 특칙 등을 규정하고 있다.

부칙 제4조는 헌법개정 시, 기존에 임명된 공무원 등의 신분과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헌정 질서 전환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둔 '경과조치'적 규정이다. 역대 헌법 개정 때마다 부칙 규정에 따라 공무원, 판사, 검사, 정부 임명 공기업 임원 등의 신분과 임기 문제, 신분 연속 등이 처리되어 헌정 질서의 안정에 기여해 왔다.

향후 개헌 시, 부칙에 개정 헌법의 시행과 동시에 대법원장·대법관은 면직된다는 규정을 두게 되면 이들은 자동으로 그 직에서 해임된다. 또한 새 헌법에 의해 임용이 계승되는 공무원 중에서 판사와 검사를 제외하면 개정 헌법의 시행과 동시에 모든 판사와 검사도 자동으로 해임된다. 국민이 개헌을 통해 판사, 검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직접 행사하게 되는 셈이다.

이후 엄격한 심사를 통해 깨끗한 손,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을 가진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검사를 다시 채용하면 된다. 과거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구동독 출신 판사와 검사에 대해 대대적인 '재임용 심사'를 실시하였고, 이를 통해 상당수 법조인을 선별적으로 재임용한 사례가 있다.

이 심사에서는 법적 자질, 직업윤리, 민주주의·법치주의 원칙 수용 여부, 그리고 과거 정치적 행적(구동독 사회주의통일당의 당적·활동, 정치범 재판 가담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었다. 심사 결과, 전체 구동독 출신 판·검사 2896명 중 약 1/3(총 1094명. 판사 701명, 검사 393명)만이 재임용되었으며, 나머지는 퇴직 또는 임용 탈락 처리되었다.

독일 사례는 사법적 과거 청산과 민주주의 원칙 정착, 인재의 신중한 선별을 통한 사법 신뢰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현재 한국의 판사, 검사들을 과거 구동독의 법조인들과 비교하는 것에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조계가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전관비리에 물들어 있고 특권의식에 깊이 찌들어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보여주고 있는 오만한 언행, 최근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온 관봉권 띠지 분실 책임이 있는 검사들이 국회에서 보여 준 거만한 언행 등을 보면 우리나라 판사, 검사들도 철저한 재검증·재임용이 필요한 시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개정 시 이점을 꼭 명심할 것을 제안한다. 판사, 검사들에게 그들의 주인이 국민임을 확실하게 인식시켜 줄 방법이기 때문이다.

검사 영장청구권 삭제 및 전관비리 근절 대책

셋째, 몇 가지 첨언 한다면 헌법개정 시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제12조 및 제16조)을 삭제하여야 한다.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독점시킬지 여부는 입법사항이라는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기관에 두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필요하다.

향후 법률로 한 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판사, 검사의 전관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판사, 검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헌법에 두어야 한다. 판사, 검사가 중간에 사표를 내고 변호사 개업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헌법에 마련하자는 취지이다. 이 모든 헌법규정은 나라의 주인이자 헌법개정권자인 국민이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글쓴이 서보학 인권연대 운영위원은 현재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사법개혁#조희대#인권연대#서보학#헌법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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