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 도시보다 더럽다”는 말은 편견이 아니라 현실에서 비롯된다. 농촌은 공공 상·하수도 인프라가 취약하고 주거지 인근에 축사가 밀집해 악취와 수질오염이 반복된다. 주간함양은 함양군과 유사한 조건의 국내외 지역을 취재해 해결책을 찾고, 현안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1) 국내 농촌 환경 개선 방향은? https://omn.kr/2f5dc
(2) 상습 악취 지역에서 민원 0건으로 https://omn.kr/2f8fl
(3) 더욱 엄격해진 제주도 개인하수처리시설 https://omn.kr/2fbo6
(4) 일본은 이렇게 해결했다 https://omn.kr/2felx
(5) 도심과 축사가 이렇게 가까운데, 냄새는?
(6) 한국에 없는 '악취 자격증'

▲일본 아이치현 한다 시에서 12년째 축사를 운영하고 있는 오구리씨 ⓒ 주간함양
일본 나고야 공항 인근의 작은 도시 아이치현 한다시(半田市). 도심에는 쇼핑몰과 대형 마트가 즐비하지만 불과 1㎞ 떨어진 곳에는 축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불만은 크지 않다. 일부 주민들은 축사 냄새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실제로도 심각한 악취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과거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1960년대 일본 전역에서 낙농업이 본격화되면서 한다시는 전체 농업 생산의 절반 이상을 축산업이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가구당 사육 두수도 일본에서 손꼽힐 만큼 많았고, 좁은 공간에서 소를 밀집해 키웠다. 그 결과 축사 냄새가 도심까지 흘러들어와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한다시 하면 소 똥 냄새"라는 인식이 굳어질 정도였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축사 악취가 크게 줄었고, 주민들의 인식도 개선됐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오구리 씨가 있다. 그는 현재 1000두 이상의 소를 기르며 12년째 축사를 운영하고 있다.
"축사는 혐오시설이 아니라 공존의 공간"
한다시 역 인근의 복합문화공간 '한다 레드브릭 빌딩(handa red brick building)'에서 만난 오구리 씨는 인터뷰 첫 마디로 이렇게 물었다.
"역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축사 냄새를 맡으셨나요?"
이동한 약 500m 구간에서는 눈에 띄는 악취가 전혀 없었다. 오구리 씨는 이 점을 강조하며 말했다.
"이 일대에 많은 축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방문객들이 냄새를 거의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관리되고 있죠. 축사는 혐오시설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시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오구리 씨를 만난 레드브릭 빌딩은 지역 농특산품을 홍보·판매하고, 현지 농산물과 와규 요리를 제공하는 복합 공간이다. 그는 "농장의 존재를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고, 직접 맛볼 기회를 주는 것이 인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특산품을 이곳 레드브릭 빌딩에서 만날 수 있다"며 "농가 스스로 깨끗하게 키우고 있다는 자부심만으로는 부족하고, 주민 모두가 공감해야 비로소 함께 어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취 해법은 '개방'과 '소통'
축산업의 비중이 큰 한다시는 오랫동안 냄새 문제로 갈등이 잦았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 내 대표적인 악취 저감 성공 지역으로 꼽히며,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견학을 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오구리 씨는 "아버지 세대부터 축사를 여러 차례 재건축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악취였죠"라며 "냄새 문제는 주민 불편일 뿐 아니라 농장 경영에도 악영향을 주는 문제였다. 아무리 품질 좋은 고기를 생산해도, 주민들을 괴롭히는 방식으로는 지역의 자랑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인식 개선에도 힘썼다. 축사를 개방해 학생 견학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직접 생산한 와규를 시식할 기회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축사는 '냄새 나는 혐오시설'에서 '지역과 연결된 필수 시설'로 인식이 전환됐다. 오구리 씨는 강조했다.
"좋은 환경에서 관리되는 축사여야 건강하게 소가 자라고, 품질 높은 생산품이 나옵니다. 결국 악취 저감은 농가 소득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기술과 관리, 그리고 정책 지원
악취 저감은 농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축사 구조, 사료 관리, 퇴비 처리, 환기 시스템 등 종합적인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오구리 씨는 "저희는 숯을 활용한 깔짚을 사용합니다. 일반 깔짚보다 수분 흡착력이 뛰어나 냄새 발생을 크게 줄여줍니다. 또 축사 벽면을 창문형으로 만들어 필요할 때 통풍이 원활하게 되도록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농림수산성은 1999년부터 '축산환경 개선 종합 대책'을 수립해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축사 개보수 시 냄새 저감 설비 설치를 지원해 왔다. 한다시 역시 지자체 차원에서 환기 시설, 저소음 송풍기, 냄새 저감형 사료 구입 등에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미생물을 활용한 퇴비화 기술이 보급되면서 분뇨 냄새를 줄이는 데 효과를 보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분뇨를 고온 발효시켜 냄새를 제거한 뒤, 지역 농가에 퇴비로 공급하는 순환형 모델을 구축하기도 했다.
"100%는 없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냄새 문제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습도가 높거나 바람이 도심을 향하는 날에는 여전히 축사 냄새가 번져 나간다. 오구리 씨는 "축사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90% 줄여도 주민이 체감하는 감소 지수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결국 축산업은 끊임없이 악취 문제를 연구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업종"이라고 말했다.
그는 악취 저감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렇게 정리했다. "주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축사가 돼야 합니다. 소통과 관리, 그리고 기술이 함께 가야 하죠. 축산업은 지역과 함께하는 산업이며, 냄새 없는 축사가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수차례의 재건축과 다양한 시도 끝에 한다시는 과거와는 다른 도시로 변모했다. 그러나 오구리 씨는 여전히 주민 민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우리는 철저히 관리한다고 생각하지만, 주민들의 체감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로 이주한 주민들에게는 줄어든 냄새조차 강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홍보하고, 주민들이 직접 축사를 둘러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악취를 저감하고, 소를 사육하는지 보여줌으로써 안전성과 위생까지 함께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김경민·곽영군)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