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송언석 원내대표, 박준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호남에서는 불 안 나나?' 이 발언이 경상도 말이라고예? 이 말을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했다고예? 호남에서는 불이 나야 된다고 하는 말이나 마찬가진데예. 경상도 사람을 바보로 아는갑다..."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북·경남·울산 산불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표결 중 김정재 의원(경북 포항 북구)이 한 발언과 관련해 대구경북(TK)지역 사회에서도 "지역감정을 조장한 발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호남에서는 불 안 나나"라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일자 "'재난에 영·호남이 어디 있느냐'는 말을 경상도 말투로 짧게 축약해 말한 것이 오해를 산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지역에선 김 의원의 사과와 사퇴 요구까지 제기된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대표는 "3선이나 된 국회의원이 지역 망신을 제대로 시켰다"며 "그동안 막말 파문과 공천 과정의 의혹으로 논란을 빚어온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퇴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잘못은 지역 국회의원이 했는데 부끄러움은 왜 지역민의 몫이 돼야 하는가"라며 "사법 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정치인이 더는 지역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법의 심판과 지역민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항 주민인 한대정씨는 "재난과 국민 안전을 두고 지역을 나눈 발언 자체가 참담하다"며 "사투리 때문이라는 해명은 책임 회피용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재 의원은 즉각 사과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총알 아깝지 않아"... 과거에도 막말 논란
김정재 의원의 발언이 지역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희정 더불어민주당 포항남울릉지역위원장은 "말은 평소의 생각이 녹아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포항 지진과 힌남노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포항의 국회의원이라면 재난과 관련된 발언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이런저런 논란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포항의 도시 이미지도 같이 추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당시 산불피해 지역 주민 30여 명이 지켜보고 있었는데 김 의원의 발언은 너무나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임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은 누가 봐도 '왜 경상도에만 이런 불이 나고 호남에는 왜 불이 안 나나' 이런 식으로 들렸다"며 "3선 의원이자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정치인의 발언이라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 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경상도 사투리라고 비겁하게 말을 돌릴게 아니라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소정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 의원의 발언을 두고 "정치인이 영남에 대비되는 의미로 호남을 끌어들인 것 자체가 지역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조차 영남과 호남을 대비시키는 정치는 진짜 나쁜 정치"라면 "김 의원은 궁색한 변명만 할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유감 표명을 했어야 했다. 경상도 사투리라며 넘어가려는 해명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막말 논란을 일으켜 비판을 받았다. 김 의원은 지난 2022년 대선 유세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대한민국에 총알이 남아 돌아도 아깝지 않습니까"라는 조롱성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또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 지역에 사상 초유의 피해가 발생했을 당시 포항 시내 곳곳에 '따뜻한 한가위 힘나는 민생경제'라고 적힌 현수막 50여 개를 내걸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