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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29 15:54최종 업데이트 25.09.29 15:54

양진명소오룡굿, 충주 탄금공원에서 열려

9월 27일(토) 우륵문화제 행사로 대한경신회에서 주관

양진명소오룡굿이란?

 탄금대 양진명소사
탄금대 양진명소사 ⓒ 국립중앙박물관

양진명소(楊津溟所)는 충주 탄금대 아래로 흐르는 한강의 지명이다. 배를 대던 곳이 버들나루(楊津)이고, 그 옆 열두대 아래 깊은 물이 있었다. 이곳을 명소라 부르고, 해마다 봄가을로 나라에서 향과 축문을 내려 제사 지내도록 했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탄금대에 양진명소사(楊津溟所祠)를 만들었고, 그것이 일제강점기 때 유리건판 사진으로 남아 있다. 사진의 설명은 사찰의 잔해(殘骸)로 나오나, 양진명소사다. 이 사당은 현재 철거되고, 그 자리에 신립장군 순절비가 세워졌다.

양진명소에서의 제사는 국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기를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여기에 나룻배의 순항과 농어민의 풍요가 더해졌을 것이다. 그러한 예로 기우제가 아닌 기청제(祈晴祭)를 지낸 퇴계 이황의 축문이 남아 있다. 그리고 민간신앙에서는 양진명소에 다섯 마리 용(五龍)이 살고 있다고 생각, 굿을 하며 치성을 드렸다. 용신은 물에 사는 대표적인 수신(水神)이다. 그러한 전통이 양진명소오룡굿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양진명소오룡굿은 무당에 의해 기우제, 기청제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양진명소의 현재
양진명소의 현재 ⓒ 이상기

양진명소 오룡굿도 다른 굿과 마찬가지로 영신, 오신, 송신의 과정을 거친다. 영신은 양진명소에서 무악(巫樂)에 맞춰 용왕풀이를 해 동서남북중에 있는 다섯 용왕을 불러들인다. 이들이 청룡(동) 백룡(서) 적룡(남) 흑룡(북) 황룡(중)이다. 이들을 오방색 물동이에 각각 불러 모신 다음, 그 물동이를 들고 부정풀이를 하면서 양진명소사 신청(神廳)으로 모신다. 이를 봉안 의식이라 부른다.

오신은 제례 의식을 통해 용신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유교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제천 의식이라 부른다. 세 명의 헌관이 술을 올리고 절을 한다. 이때 축관이 대축(大祝)한다. 축문의 내용은 국태민안, 시화연풍, 강복과 소원성취를 담고 있다. 시대상황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그 다음 악가무를 통해 용신을 즐겁게 한다. 이것이 굿의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룡굿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양진명소오룡굿
양진명소오룡굿 ⓒ 이상기

굿은 부정굿, 서낭굿, 산신굿으로 이루어진다. 이어서 오룡굿 물동이 타기가 있다. 다섯 명의 무당이 오룡을 상징하는 물동이 위에 올라가 축수발원(祝壽發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장대감굿이 벌어진다. 신장대감굿은 악귀와 잡귀를 몰아내기 위해 한강 유역에서 펼쳐지는 굿이다. 이때 장구와 북이 무악을 연주한다. 그리고 참가한 사람의 소망을 적어 불에 태우는 축원소지(祝願燒紙)가 이어진다.

송신은 용신을 보내는 의식으로, 무당들이 무악에 맞춰 용신을 모신 물동이를 다시 양진명소로 옮긴다. 이 물동이를 강물에 떠내려 보내며 기도하고 환송한다. 무당이 무악과 풍물에 맞춰 양진명소사로 돌아온 다음 오룡굿을 마친다.

탄금공원에서 축제 행사로 치러진 양진명소오룡굿

 양진명소오룡굿의 축수발원
양진명소오룡굿의 축수발원 ⓒ 이상기

양진명소오룡굿이 우륵문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탄금공원 초록마당에서 진행되었다. 대한경신회 충주지부(지부장 김칠룡) 주관으로 9월 27일(토)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민속을 즐기는 소수의 인원이 참가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영신은 원래 한강 물가 양진명소에서 오룡신을 모시고, 양진명소사로 이운해야 하나, 양진명소사 사진을 걸어놓고 그곳에서 출발해 제례상까지 옮기는 것으로 대신했다.

오신은 먼저 무당이 헌관이 되어 유교식으로 술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봉작(奉爵)과 봉로(奉爐)가 양쪽에서 헌관을 도왔다. 이때 축관이 축문을 읽는다. 이것을 대축이라고도 하고 고축이라고도 한다. 축문은 대한경신회 충주지부 고문인 전봉근 선생이 작성하고 읽었다.

 양진명소오룡굿에서 축문을 읽는 전봉근 선생(왼쪽)
양진명소오룡굿에서 축문을 읽는 전봉근 선생(왼쪽) ⓒ 이상기

유세차 을사년 9월 초 계유삭(癸酉朔) 6일 기해(己亥)
대한경신회 충주지부 감소고우
우륵문화제 일환 특별공연 양진명소오룡굿
탄금공원 부지 특설무대 오룡신대제 설단(設壇)
천지신명 일월성신 북두대성 칠원성군
대문산 신령님 일체강림 도량 흠향하시고
충주시 발전 국태민안 시화연풍 충주시민 편안강복
금일 참가자 모든 이에게 소원성취 발원
근고근고(謹告) 상향(尙饗)

오신의 핵심은 제례에 이어지는 굿이다. 이 굿은 부정굿, 서낭굿, 산신굿으로 이어진다. 이때 악가무(樂歌舞)가 총동원된다. 무당들은 노래를 하며 춤을 춘다. 악사들이 무악으로 반주를 하며 사설을 하거나 추임새를 넣는다. 이를 통해 무당들은 접신을 하며 신을 즐겁게 한다. 시민들은 용왕신에게 소원을 빌면서 굿을 즐긴다. 오신굿은 신장대감굿으로 끝난다.

 양진명소오룡굿 중 물동이 타기
양진명소오룡굿 중 물동이 타기 ⓒ 이상기

양진명소오룡굿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오룡굿 물동이 타기다. 이것을 제대로 하려면 충분한 시간과 많은 공력이 필요한데, 축제라서 그런지 약식으로 간단하게 진행되었다. 물동이에 올라 축수발원하는 정도로 끝났다. 양진명소오룡굿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마당인데, 아쉬움이 많다. 양진명소오룡굿은 1979년 제20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연해 장려상을 받았다. 그 후 우륵문화제에서 매년 가을 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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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명소오룡굿#탄금대#우륵문화제#대한경신회충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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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skrie) 내방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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