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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29 15:31최종 업데이트 25.09.29 15:31

1인 가구는 개 키울 자격 없다? 편견 깨고 '차차'와 시작한 동행

버려진 개농장에서 내성적인 강아지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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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거, 개한테 못할 짓이야."

개를 키운다고 선언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1인 가구인 내가 과연 개를 제대로 돌볼 수 있겠냐는 의도였다. 하지만 나는 꼴랑 그 정도로 겁먹지 않았다. 선언할 당시,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수백 번 시뮬레이션해 본 뒤였고, 혼자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에 터를 잡은 지 어언 6년 차. 당시 나는 4평 원룸에서 혼자 살았다. 어느날 방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평생 이 좁은 원룸에서 살다 죽는 걸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사를 결심했다.

기왕 이사를 갈 거라면 넓은 집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넓은 집을 갈 거라면 누군가와 같이 살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맞이하게 된 룸메이트, 차차.

일본 개농장에서 만난 내성적인 강아지

 개농장에서 처음만났다.
개농장에서 처음만났다. ⓒ 박민진

유기견 등록센터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와 연락이 닿았다. 동경 외곽 사이타마에 있는, 곧 폐업할 번식장에는 버려질 위기에 처한 개들이 가득하다며, 입양할 강아지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편도 두 시간, 모래 바람 휘날리는 개농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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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부터 개들의 짖는 소리와 배설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펫샵에 판매하기 위해 각종 품종견을 키우던 곳이었는지, 비글, 골든 리트리버, 보더콜리, 심지어 교배에 실패해 방치된 스탠다드 푸들까지 있었다. 모래바람을 직격으로 맞아 눈병이 없는 개가 없을 정도였다. 현실은 너무나 적나라했다.

"저기 있다. 저 아이에요."

내 다리에 달라붙어 깡충깡충 뛰어오르는 비글들 사이, 작은 개 한 마리가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차차였다. 우리가 다가가자 차차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짧게 짖었다. 곧 겁을 먹었는지 팔짝 뛰어 도망치려 했지만, 말뚝에 묶여 있어 거리를 벌릴 수 없었다. 짧은 외출 시간이 끝나자, 농장 주인이 차차를 질질 끌며 우리에 다시 넣었다.

우리 안에 갇힌 차차는 다른 개들과 달리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손을 내밀어도 냄새를 맡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차차와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고, 결국 입양을 결정했다.

1인 가구는 반려인 자격 없다는 편견을 깨고자 공부를 시작하다
 입양하고 생활에 적응한 모습. 환골탈태했다.
입양하고 생활에 적응한 모습. 환골탈태했다. ⓒ 박민진

새 집에 입주하기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자원봉사자가 차차를 임시 보호해주기로 했고, 나는 개에 대한 공부를 이어갔다. 솔직히 마음 한 편에는 불안이 있었다. 무엇보다 개 물림 사고가 가장 두려웠고, 다음은 분리 불안, 마지막은 병원비였다.

개 물림 사고에 대해서는, 개를 예민하게 하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달달 외웠다. 출퇴근 전철 안에서 세나개(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개는 훌륭하다를 수천 번 반복하며 개를 대하는 태도를 학습했다. 내가 공부한 바로는, 개는 하루 14시간을 잔다. 출근 시간은 차차가 자는 시간으로 보면 된다. 대신 출근 전, 퇴근 후에 산책은 꼬박꼬박 나갔고, 하루 중 차차와 함께하는 시간을 꼼꼼히 계산했다. 병원비에 관해선 예산을 따로 편성했다. 그리고 건강할 때 식단과 운동을 챙기면 큰 지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차차를 입양하고 반 년이 지났다
 편히 누워 자는 모습
편히 누워 자는 모습 ⓒ 박민진

어느덧 입양하고 반 년이다. 혼자라고 해서 크게 힘들 일은 없었다. 돈도 생각보다 안 들었다. 병원비는 어쩌다 증상이 있을 때만 나가고, 사료는 성분표만 제대로 보고 고르면 차차도 나도 만족할 만큼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장난감은 다이소 반려동물 장난감이면 충분했고, 차차는 강아지용 침대보다 내 냄새가 배인 이불을 더 좋아했다. 다행히 차차는 더러운 개농장에서 5년을 지냈는데도 건강검진 결과가 모두 정상이었다. 울타리 안에서는 알지 못했던 사람, 자동차, 자전거, 산책에 대해서도 서서히 적응해 갔다.

입양 전 자원봉사자와 상담하면서 내 생활 틀에 맞는 아이를 고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마음에 들어도 외로움을 심하게 타는 성격이라면 아쉽더라도 포기했다. 그건 내 욕심이었으니까. 대신 차차처럼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줄 아는 아이와는 충분히 함께할 수 있었다. 입질이 걱정됐지만, 차차는 지금껏 내게 이빨을 드러낸 적이 없다. 내가 먼저 만지지 않고, 귀찮게 하지 않고, 카밍 시그널(반려견이 불안하거나 불편할 때 또는 다른 개와 관계를 조정할 때 사용하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식)을 읽어주니까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던 거다.

"너 그거, 개한테 못 할 짓이야."

그 말을 믿었다면, 나는 차차를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시원한 저녁 바람을 느끼며 차차와 함께 산책하는 기쁨도 몰랐을 것이고, 여전히 4평 원룸 안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차차는 여전히 그 더러운 개농장 안에 남아서, 달리는 즐거움을 알지도 못한 채 안락사 당했을 것이다.

차차를 입양하고 반 년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그동안 내가 세운 계획과 책임감을 실천하며 차차를 돌보았기에,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지인들에게 증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의심했던 나 자신에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혼자 사는데 개를 어떻게 키우냐고? 된다. 조금의 두려움과 많은 준비가 있다면.






#1인가구#유기견입양#1인가구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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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진 (mjpark3) 내방

일본에서 시바견과 함께 사는 30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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