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정기 제3차 지방보조금 관리위원회 심의안건 내용 ⓒ 심규상
충남도가 '정보 부존재'라며 존재 자체를 부인했던 '충남도의회 의원 재량사업비'로 도내 15개 시군 '지역문화예술행사지원'에 시·군비 포함 90억 원대 예산을 편성해 집행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예산의 상당수가 도의원 지역구의 사찰이나 특정 문화단체에 대한 선심성 배정이 많아, 예산의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25년 정기 제3차 지방보조금 관리위원회 심의안건' 등의 문건에 따르면, 충남도는 도내 15개 시군 '지역문화예술행사지원' 사업에 총 90억여 원(도비 43억여 원, 시군비 44억여 원)을 편성, 집행하고 있다. 세부사업으로는 도내 15개 시군 총 187개에 이른다. 충남도는 사업비 배정 이유로 '도민 문화향유기회 확대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행사 확대'를 내세웠다.
의원이 목록 전달하면 집행... 지역 문화행사 집중
문제는 이 사업이 모두 도의원 재량사업비라는 점이다. 도의원 재량사업비(주민숙원사업비·지역밀착형사업비)는 지역 소규모 민원 해결을 위해 특정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지방의원 1인당 일정액을 배분하는 사업 예산을 말한다. 의원들이 목록을 작성해 집행부에 전달하면 집행되는 형식으로, 사실상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충남도는 그동안 도의원 재량사업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내부 문건을 보면, 충남도는 도의원 재량사업비인 예산을 '지역밀착형 건의사업', '지역문화예술행사 지원사업'이란 이름으로 집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도의회에서 의원들이 작성한 사업과 예산을 도청 예산담당관실로 보내면 다시 관련 실·과와 15개 시군으로 보내 예산를 배분했다.
충남도가 지난해와 올해 문화체육관광국을 통해 배정한 도의원 재량사업비는 시·군 문화단체의 음악회, 가요제, 전시회, 문화제, 경연대회 등에 집중돼 있다. 사업의 긴급성이나 필요성보다는 도의원 지역구의 사찰이나 문화예술단체에 선심성 예산을 배정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부여에는 올해 본예산에 도의원 재량사업비(시·군비 포함)로 대조사 산사음악회(5000만 원), 미암사 산사음악회(7000만 원), 무령사 산사음악회(7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런데 충남도는 올해 하반기 추경을 통해 청룡사 산사음악회(5000만 원)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이 밖에도 은산면 음악회(5000만 원), 백제음악이야기(8000만 원), 사계절음악회공연(8000만 원), 부여군민콘서트6000만 원), 청소년국악관현악단공연지원(5000만 원), 소동규선생 추모공연행사(6000만 원) 등을 추가 편성했다. 이에 따라 부여군만 올해 도의원 재량사업비로 추진되는 문화예술행사가 20건에 12억 원이다.
다른 시군도 사정이 엇비슷하다. 당진에는 올해 도의원 재량사업비로 16건의 문화예술사업에 8억 9000만 원을 배정했다. 내용을 보면 콘서트(4600만 원), 평화통일한마음음악회(4000만 원), 어르신한마음축제(5000만 원), 연꼭문화축제(1억6000만 원), 영랑사 산사음악회(8000만 원), 보덕사음악제(3000만 원), 주부농악경연대회(1억 3000만 원), 시낭송가협회 시낭송(3000만 원) 당진미술협회 미술전시회(2400만 원), 시민어울림한마당(5000만 원) 등이다.
금산의 경우 6건에 3억 5000여만 원의 사업비를 배정했는데 이중 '한중 수석예술교류전'에만 1억 2000여만 원을 편성했다.
서산에는 올해 34건의 사업에 14억 9000여만 원을 배정했는데 여기에도 개심사 예술제(4000만 원), 서광사 산사음악회(9000만 원) 등이 들어 있어 대부분 시군에서 도의원 재량사업비가 산사음악회의 예산 마련의 통로로 사용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시민단체 "사업비 규모·내역 등 공개해야"... 충남도 "지역주민들이 도의원에 건의해 반영"
도의원 재량사업비는 도비가 반영되면 나머지 절반의 사업비는 시·군비로 채워지는 구조다. 때문에 일선 시군에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매칭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임가혜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은 "도의원 재량사업비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오던 충남도가 시군 문화예술사업 187개 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라며 "충남도와 충남도의회는 '의원 쌈짓돈'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도의원 재량사업비 전체 규모와 편성 내역 및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남도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지역밀착형 건의사업으로 지역 주민들이 해당 도의원에게 필요하다며 건의해 반영된 사업"이라면서 "예산실에서 분류해 시군 의견을 거쳐 실과로 내려보낸 것으로 자세한 건 예산부서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보조금관리위원회에서 삭감된 사업이 있냐'는 물음에는 "해당 사업은 의원분들이 신청한 사업이라 삭감된 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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