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인간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법이다.
다른 이들과 더불어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다른 이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확인하곤 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제력이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사람들을 만족스럽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서 정답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신의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며 현재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처지는 위태로운 상황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가진 자일수록 더욱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기에, 자본주의 아래서는 대체로 가지지 못한 자는 늘 피해를 당해야만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는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책 <안녕이라 그랬어>(2025년 6월 출간)에 수록된 김애란의 소설 작품들을 읽으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살이에 어느 정도 익숙한 40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에는 대체로 여전히 안정되지 못한 그들의 삶의 조건들이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하여 형상화되고, 그렇기에 만족스럽지 못한 자신의 힘겨움을 토로하는 상황이 작품에 재현된다.
모두 7편이 작품이 수록된 소설집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삶과 생각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하겠다. 책의 뒷부분에 제시된 해설에, 작가를 일컬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구절이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작가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작품 속에 적실하게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에 해설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시대가 다른 만큼 소재나 인물의 상황이 달리 형상화되어 있으나, 도시 소시민들의 일상이 잘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수록 작품들을 통해서 문득 오래 전 즐겨 있었던 박완서의 단편소설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문학동네, 2025.리뷰 도서의 표지 이미지 ⓒ 문학동네
지인을 통해 초대받은 파티에서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40대의 배우가 등장하는 <홈파티>라는 작품, 그리고 오랫동안 계획했던 외국에서 한 달 살이를 하는 부부가 매일 머물던 집을 치워주었던 사람과 겪었던 에피소드를 그린 <숲속 작은 집>이란 작품에 형상화된 내용은 어쩌면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사건과 그에 따른 등장 인물들의 고민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어느 정도 안정된 삻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의 '홈파티'에 우연히 참여해서, 그들의 대화에 공감하지 못하고 겉돌 수밖에 없었던 '이연'의 모습에 언뜻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내 자신의 경험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다음 작품인 <숲속 작은집>의 등장인물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나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연상 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여행 중 묵었던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나오면서, 청소하는 분을 위해서 팁을 어느 정도 놓고 와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아내와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좀처럼 마주칠 일이 없는 이웃들과 공동주택이라는 공간에서 살면서 <좋은 이웃>인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인물이 등장하고, 남들과 좀처럼 공감하며 어울리지 못하는 이혼한 남자의 상황을 그려낸 <이물질>의 상황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이해되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가진 돈을 모두 모아 열었던 '여행 전문 책방'을 운영하면서 부딪힌 어려움을 형상화한 <레몬케이크>, 헤어진 사람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자각하는 내용의 표제작인 <안녕이라 그랬어>에 그려진 상황도 독자들에게 공감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헤어진 사람과의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진부하지만 통속적인' 감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물의 형상을 통해, 미래의 전망이나 현재에 충실한 삶보다 '누군가의 부재'를 떠올리며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는 이들의 일상적 감정에 공감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경제력의 척도로 여겨지는 집의 소유를 둘러싼 사연이 펼쳐지는 <빗방울처럼>의 화자가 사소한 깨달음 끝에 삶의 이유를 확인하는 내용도 그래서 더욱 현실감이 있게 다가왔다. 끊임없이 누군가와의 비교가 행해지는, 그것도 경제력을 기준으로 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소시민들의 고민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의 특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