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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29 16:50최종 업데이트 25.09.29 16:50

전국 유일,역사와 문화를 함께 품은 독특한 공간

향교와 서원, 사당이 함께 모인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 군산 옥구읍성


새만금 방조제 2023년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새만금 잼버리 부지.
새만금 방조제2023년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새만금 잼버리 부지. ⓒ 문운주

새만금방조제 전망대에서 본 선유도 일원 .
새만금방조제전망대에서 본 선유도 일원 . ⓒ 문운주

새만금 도로 위를 달리면 막힘없이 트인 풍경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차창 너머로는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끝없이 이어지고, 멀리 고군산군도와 선유대교가 시원한 선율처럼 드러난다. 그 위로 새떼들이 힘차게 날아올라 여행길에 특별한 울림을 더한다.

시선 너머에는 황금빛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습지와 초지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 사이로 잔잔한 물길과 갯벌이 고요한 리듬을 만든다. 바다 끝에는 방조제와 풍력발전기가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흐린 하늘 아래 겹겹이 드러나는 섬들의 실루엣은 장엄하면서도 평온하다.

9월 25일, 가을장마가 내리던 날. 부안군 하서면 잼버리공원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새만금로에 접어드니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가력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길에는 바다와 맞닿은 쉼터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너울쉼터를 지나 소라쉼터 전망대에 오르자 새만금의 광활한 풍경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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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은 409㎢ 규모의 세계 최대 간척지로 여의도의 140배, 서산 간척지의 2배 이상에 달한다. 이를 가로지르는 33.9km 새만금 방조제는 2010년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 해양 방조제로 등재됐다. 바다 위를 달리는 듯한 개방감과 곳곳의 전망대가 주는 풍경이 새만금 드라이브의 특별한 매력이다.

새만금 신항만에서 심포항까지 가로지르는 동서도로를 달린다. 남북 6 교차로를 지나 만경대교를 건너 군산으로 향한다. 반달 모양의 곡선미를 지닌 만경대교는 바다와 방조제 풍경 속에 부드러운 조화를 더한다. 거대한 간척지와 바다의 스케일을 만끽한 여정은 이제 시간의 결을 따라, 고즈넉한 역사의 향기를 품은 옥구읍성으로 이어진다.

최치원의 숨결이 남아 있는 옥구읍성

옥구향교 전라북도 군산시 옥구읍 상평리(광월길 33-50)에 위치한 조선시대 향교. 1403년(조선 태종 3년)에 처음 지어졌다. 원래 위치는 이곡리였고, 이후 1484년(성종 15년)에 교동에서 광월루 쪽(현재 상평리 부근)으로 이전했다. 임진왜란 때 화재 등으로 소실되었고, 1646년(인조 24년)에 현재 장소로 옮겨 복원했다.
옥구향교전라북도 군산시 옥구읍 상평리(광월길 33-50)에 위치한 조선시대 향교. 1403년(조선 태종 3년)에 처음 지어졌다. 원래 위치는 이곡리였고, 이후 1484년(성종 15년)에 교동에서 광월루 쪽(현재 상평리 부근)으로 이전했다. 임진왜란 때 화재 등으로 소실되었고, 1646년(인조 24년)에 현재 장소로 옮겨 복원했다. ⓒ 문운주

전라북도 군산시 옥구읍 상평리에 자리한 옥구읍성은 조선시대 옥구현의 행정과 군사를 책임지던 중심지였다. 광월산 남쪽 봉우리를 정점으로 동서로 뻗은 구릉을 따라 성곽을 두른, 지형을 살린 축성 기법이 돋보인다.

읍성 안에는 옥구향교가 남아 있다. 대성전 앞마당에는 공자 사당과 단군 사당, 최치원을 기리는 현충단, 세종대왕 숭모비가 함께 자리한다. 여기에 문창서원과 옥현서원까지 더해져 작은 읍성이지만 마치 역사박물관 같은 면모를 보인다.

특히 두 서원과 향교, 단군사당, 세종대왕 숭모비 그리고 최치원의 위패가 한 공간에 모여 있는 것은 전국에서 유일한 사례로, 옥구읍성이 지닌 특별함을 보여준다. 향교의 첫인상은 아담한 농촌 마을 같다고 할까. 광월산을 등지고 옴폭 들어앉아 있다.

입구에 늘어선 공적비와 홍살문을 지나면 명륜당과 대성전이 위엄 있게 자리를 지킨다. '전학후묘'의 전통적 배치 속에서 앞마당은 학문을 강론하는 공간, 뒤편은 성현께 제사를 올리는 사당으로 쓰였다. 대성전은 앞면 3칸, 옆면 2칸의 간결하면서도 균형 잡힌 건물이다.

문창서원 군산시 옥구읍 광월길 33-50 1969년 창건. 최치원 배향
문창서원군산시 옥구읍 광월길 33-50 1969년 창건. 최치원 배향 ⓒ 문운주

자천대 전북 군산시 옥구읍 상평리 광월길 33-50 에 있는 정자.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귀국한 뒤, 세상의 어지러움을 달래고자 책을 읽으며 머무르던 정자였다고 전해진다
자천대전북 군산시 옥구읍 상평리 광월길 33-50 에 있는 정자.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귀국한 뒤, 세상의 어지러움을 달래고자 책을 읽으며 머무르던 정자였다고 전해진다 ⓒ 문운주

옥산서원 전라북도 군산시 옥구읍 광월길 33-50로, 옥구향교 인근에 위치. 최치원(文昌候 고운, 崔致遠)을 중심으로, 옥구 지역의 문무·충효로 유명한 선현 14분 배향
옥산서원전라북도 군산시 옥구읍 광월길 33-50로, 옥구향교 인근에 위치. 최치원(文昌候 고운, 崔致遠)을 중심으로, 옥구 지역의 문무·충효로 유명한 선현 14분 배향 ⓒ 문운주

경내에는 자천대, 문창서원, 단군성묘, 세종대왕 숭모비, 비각이 차례로 이어진다. 그중 자천대는 전설과 기억을 품은 작은 누정으로, 돌 항아리를 끌어내리면 비와 바람이 몰아쳤다는 설화와 함께 최치원이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원래는 하제포구 바위산 위에 있었으나 허물어졌다가, 1934년 지역 유림에 의해 다시 세워지고 1967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져 오늘에 이르렀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깃든 특별한 공간이다. 문창서원은 최치원을 기리는 사당이다. 그의 학문과 충정을 잊지 않으려는 유림의 뜻이 담겨 있다.

단군성묘는 단군왕검을 모신 사당이다. '홍익인간'의 이념을 기리며 민족의 뿌리를 상기시킨다. 세종대왕 숭모비는 한글 창제의 성군을 기리는 장중한 기념비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비각은 글귀가 새겨진 비석을 보호하며, 이곳이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기억을 간직하는 살아 있는 공간임을 일깨워 준다. 경내에는 백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피우고 있다. 뒤틀린 줄기와 거친 껍질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옥구읍성은 현재 대부분 빈 터로 남아 있다. 기록에 따르면 이곳에는 동헌과 내아, 객사 같은 관아 건물이 줄지어 서 있었다. 관원들이 행정을 집행하고 백성들의 민원을 처리하던 중심 공간이었다. 지금은 터만 남았으나 옛날의 활기찬 관청 풍경을 짐작하게 한다.

단군사당(묘) 민족의 시조 단군을 모신 공간
단군사당(묘)민족의 시조 단군을 모신 공간 ⓒ 문운주

현충단 최치원의 위패를 모신 제향 공간
현충단최치원의 위패를 모신 제향 공간 ⓒ 문운주

세종대왕 숭모비,비각 한글을 창제한 성군을 기리는 비석, 비각
세종대왕 숭모비,비각한글을 창제한 성군을 기리는 비석, 비각 ⓒ 문운주








#새만금#옥구읍성#옥구향교#최치원#문창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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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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