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옥이네> 9월호는 '치매 생태계'를 특집으로 엮었습니다.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마을, 세 차례의 세미나 현장, 그리고 가족과 요양보호사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요양보호사 김태숙씨 ⓒ 월간 옥이네
충북 옥천군 인구 4만8399명(2025년 7월 31일 기준), 그중 65세 이상은 1만7651명으로 전체 인구의 36.5%에 달한다. 65세 이상 인구 구성비가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불리는데, 옥천군은 이미 2021년에 30%를 넘어섰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치매환자 수도 늘고 있다. 옥천군 65세 이상 추정치매환자 수는 약 1682명(중앙치매센터, 2024년 기준)으로 이 역시 매년 고령화율과 함께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고령화와 치매 어르신 수가 늘고 있는 지금, 돌봄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요양원, 주간보호센터 등 요양보호사가 치매 어르신 가까이에서 일상을 돕는 풍경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인력부족으로 돌봄 현장에서 업무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는 278만1817명이지만 실제 활동하는 이는 65만400명으로 전체의 23.4%뿐이다.
옥천군 역시 요양보호사 수는 1430명(2024년 7월 31일 기준)이지만 실제 활동하는 이가 적어 현장에서는 인력배치 기준인 요양보호사 1인당 2.1명보다 훨씬 많은 10명 이상 돌보는 것이 현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양보호사가 돌봄현장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근속과 무관한 최저시급 지급,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인한 인권 침해 등의 문제가 따른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옥천군지회 조남길 지회장은 열악한 근무조건에 "요양보호사를 하려는 사람이 없고 기존 요양보호사는 점점 나이가 들어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상황"이라며 지속가능한 돌봄의 어려움을 말한다.
돌봄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조남길 지회장과 요양보호사 1년 차 강희수씨, 10년 차 김태숙씨를 만나 치매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 부모를 돌보던 마음으로
조남길(64) 지회장은 옥천군립치매전담요양원(옥천읍 교동리)에서 근무한다. 하루(24시간) 근무, 이틀 휴무 식의 순환 근무로 오전 8시 50분 전날 근무자와 교대하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낮에는 용변, 목욕, 식사, 아침체조, 집단·인지 프로그램, 활동 기록 등을, 밤에는 긴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지를 확인하며 2인 1조로 9명의 어르신을 돌본다. 언제, 어디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 요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턴 늘 예민하게 주변을 살펴야한다. 긴장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녹초가 된 상태로 퇴근길에 오른다.
"요양보호사를 시작한 지 7년 넘었어요. 치매 걸린 어머니를 돌보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어요. 8남매 중 어머니와 유대관계가 깊어서 직접 모시고 싶었거든요. 1년 8개월간 모시면서 돌봄 일이 잘 맞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직업이 됐어요."
'항상 내 부모님처럼'은 그가 일을 대하는 태도다. 치매 가족을 돌본 경험이 있기에 치매가 주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한 번이라도 더 어르신을 들여다본다. 대화, 식사량, 특이 사항, 기분 등 어르신의 하루를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많이 당황하세요. '치매 걸리면 다 끝이야'라는 인식이 있어서 진단 결과를 부정하시기도 하고요. 돌봄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고 불안해요. 요양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니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저도 경험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드리려고 꼼꼼하게 기록해요."
그는 올해 초 민간 운영 요양원에서 옥천군립치매전담요양원으로 직장을 옮겼다.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위한 선택이었다. 연차와 상관없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와 요양보호사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어르신 수가 많아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외에 방문요양보호사는 근무 시간이 월 60시간이 되지 않을 경우 사회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이 끊기더라도 휴업수당, 퇴직금이 없다. 이는 요양보호사 분야의 고질적 문제로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 요양보호사 표준임금제도 도입을 권고한 바 있지만 도입되지 않았다. 요양보호사 승급제, 종사자 장기근속 장려금 제도가 있지만 근무지가 바뀌면 근속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데다 시설 이용자 수에 따라 지급되는 탓에 소규모 기관은 제외된다.
조남길 지회장은 이런 환경 속에서 요양보호사를 하려는 이가 줄고 있음을 염려한다.
"치매 어르신 가족도, 행정에서도 못하는 일을 요양보호사가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열악한 근무 환경에 요양보호사 하려는 사람이 없어요. 현장에선 돌봄 인원이 부족하니까 돌봐야 하는 사람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요. 게다가 근무자 평균 연령이 60세가 넘다 보니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계세요. 70세 이상의 요양보호사도 계신데,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에 돌봄을 하고 있는 거예요."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일, 하지만 가벼워지지 않는 마음

▲요양보호사 강희수씨 ⓒ 월간 옥이네
김태숙(55)·강희수(52)씨는 주중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가화주간보호센터(옥천읍 금구리)에서 근무한다. 13년 차를 맞이한 김태숙씨는 요양보호사 지인을 따라 영동의 한 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며 요양보호사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요양보호사 평균 연령인 60대보다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기저귀·욕창 관리를 한두 번 하고 나면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몸이 고단하다.
"다른 요양원에서 근무할 땐 이동, 목욕, 환복 등 어르신의 모든 걸 챙겨야 했어요. 주간보호센터에 오는 어르신들은 일상생활이 가능하셔서 그 정돈 아니지만 간혹 배변 실수를 하시면 목욕부터 환복까지 도와드려요. 온몸을 써야하기 때문에 손목, 허리가 안 좋을 수밖에 없어요."
10여 년간 간호조무사를 하다 요양보호사로 전직한 강희수씨 역시 늘 파스를 달고 다닌다. 특히 손가락은 쉴 틈 없이 계속 움직여야 하는 탓에 마디마디가 아픈지 오래다.
"2년 전 뇌수막종 수술 이후 시야가 흐릿해졌어요. 주사를 놔야 하는데 혈관 찾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안 보여서 간호조무사 일을 더 할 수 없었죠. 예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 놓은 것이 있어서 지난해 10월부터 일을 시작했어요. 몸을 많이 쓰는 일이라 허리, 무릎이 안 좋은데 운동으로 좀 나아졌어요. 문제는 손가락인데, 아플 때마다 파스를 붙여요."
아직 참을 수 있을 만큼의 통증이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여러 고민에 김태숙씨는 다른 일을 시도해봤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요양보호사 일만 하다 보니 다른 일 해 볼 생각을 전혀 못 했어요. 그러다 사업하는 친언니가 도와달라고 해서 1년 정도 같이 했어요. 그런데 영 적성에 안 맞더라고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요양보호사뿐이구나 싶었어요."
1년 만에 돌아온 그는 구직 과정에서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다시금 생각했다. 10년 넘는 경력에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와 경력 인정도 기관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3년 이상 되면 경력을 인정해 줘야 하는데 해주는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어요. 센터장과 협의하지만 센터 사정에 따르다 보니 경력 인정하는 곳이 드물어요."
요양보호사 1년 차인 강희수씨는 요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요양보호사의 짧은 근속이나 급여 문제는 그가 당사자가 되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움직이는 요양보호사를 보면서 업무량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 속 이야기는 몰랐는데 일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열악한 근무 환경에 떠날 수밖에 없었구나를요. 생활비를 위해 일을 하는 것도 있지만 그 안에서 보람을 느끼는 분도 많아요. 저도 그렇고요. 성희롱 같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보호받기 어려운 상황을 보면 보람만으론 지속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러한 현장의 답답함을 알리고자 7월 25일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옥천군지회(이하 옥천요양보호사협회)가 출범했다. 30여 명의 요양보호사가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위한 처우 개선에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다.
"방문요양 같은 경우 가사도우미 역할까지 요구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이를 지적하면 담당자 교체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고요. 보호받을 곳이 없는 거죠.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다가도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사기가 떨어져요. 늘 최소한의 안전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남길 지회장)
옥천요양보호사협회는 ▲ 처우개선 수당 신설 ▲ 협회 가입 홍보 ▲ 전국·충북요양보호사협회 교류 ▲ 옥천군·군의회 정책 요구 등에 나설 계획이다. 조남길 지회장은 이번 활동을 시작으로 치매 어르신과 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치매마을을 꿈꾼다.
"주민 대상 치매 인식 교육, 치매 예방 산책로 조성, 치매 가족 심리상담 및 간병 교육, 읍·면사무소· 보건소·지역병원 간 협력 체계 강화 등의 내용을 기본으로 한 치매 친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치매는 가족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주민, 마을, 행정이 함께 풀어나가야 해요.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해 통합 돌봄 체계를 만들면 돌봄 부담은 줄어들고 치매 어르신은 존엄한 삶을 살아가실 수 있어요. 치매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어요. 체계가 마련되면 저도, 제 자녀도 시설이 아닌 고향에서, 집에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조남길 지회장)
"치매는 무서운 질병이 아니에요"

▲충북 옥천 가화주간보호센터 박향숙 센터장과 그의 시어머니 남성자씨 ⓒ 월간 옥이네
가화주간보호센터 거실에 어르신들이 모여 티브이를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사이에 밝은 모습의 남성자(86)씨가 있다. 가화주간보호센터 박향숙 센터장(47)의 시어머니로 지난해 10월부터 센터에 다닌다. 홀로 집에만 있던 시기, 끼니와 약을 거르는 일이 많아져 결정한 일이다.
"어머님이 발을 다쳐서 치료받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치매 약 먹는 걸 까먹으신 거예요. 한 달 안 되게 약을 안 드셨는데 증상이 심해졌어요. 센터에 오시면서 말씀도 잘하시고 상태가 많이 좋아지셨어요. 센터에는 말동무할 사람도 있고 인지프로그램, 식사, 약을 챙겨드릴 수 있으니까요." (박향숙 센터장)
몇 해 전 자주 깜박거리는 시어머니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던 그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진단을 받았다.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직업 덕분에 빠르게 조치할 수 있었다.
"시어머니께서 깜빡하는 일이 많아져 바로 검사를 받았어요. 치매 초기로 약을 드시고 계세요. 치매 걸리면 끝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일상생활 하는 치매 어르신을 만나온 덕분에 무서움보다 빨리 검사받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남편은 아직도 어머니가 치매가 아니라 그저 자주 깜빡거리는 거라고 말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소될 필요를 느껴요. 치매는 완벽히 나을 수 없지만 늦출 수 있는 병이거든요." (박향숙 센터장)
박향숙 센터장은 치매 돌봄의 어려움인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요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던 그는 상담에서 부모의 치매를 부정하는 보호자들을 많이 접했다. 예상치 못한 일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치매를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치매는 부정할수록 상황만 악화될 뿐이에요. 빨리 진단받고 약을 처방 받는 게 가족도 당사자에게도 좋아요. 그렇게 되려면 치매가 '부정하고 포기하는 병'이 아님을 바로 알고 쉬쉬하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해요."
김태숙씨 시부모는 모두 치매를 앓고 있다. 현재 재가서비스와 주간보호센터를 다니고 있지만 증상이 심해질 경우를 대비해 오남매가 주기적으로 회의를 한다. 만장일치로 오남매가 함께 치매 돌봄을 하게 된 것은 요양보호사인 김태숙씨 덕분이다. 치매에 대한 이해가 깊고 진단 절차와 관리 방법을 잘 알고 있었기에 돌봄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한 달에 1인 당 30만 원씩 모아서 돌봄에 필요한 비용을 만들어요.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24시간은 아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는지 자주 들여다봐야 해요. 저희는 당번을 정해 오남매가 1년씩 돌아가면서 부모님 상황을 확인하고 있어요. 모두 옥천에서 살아서 가능한 것 같아요. 멀리 타지역에 살았으면 같이 돌봄 하는 게 어려웠을 거예요."
최근 오남매의 고민은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는 시기다. 치매 진단을 먼저 받은 시어머니는 도움이 필요한 시간이 많아져 요양원에 모시려고 했지만 시아버지의 반대로 뒤로 미뤄야 했다. 젊은 시절부터 사이가 돈독했던 터라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두 분 다 90세세요. 아버님이 치매 초기이긴 하지만 고령이라 어머님을 돌보기 어려워요. 언젠가 요양원에 모셔야 하는데, 시기와 설명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고민돼요."

▲충북 옥천 가화주간보호센터 ⓒ 월간 옥이네
박향숙 센터장은 규칙적인 생활만으로도 스스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만든다고 말한다. 거기에 음악, 미술, 신체 활동 등 다양한 인지프로그램을 더하면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어르신들이 즐겁게 하실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있는데, 재정적으로 한계가 있어요. 행정에서 지역먹거리, 공예 등의 활동가를 연계해주고 지원해주길 바라요. 지역 주민들이 연결되고 지역 안에서 치매를 같이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요."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 달 전 센터에서 요양보호사 모집 공고를 냈지만 연락 온 이는 한 명도 없다. 좋은 근무 환경을 마련해 요양보호사를 양질의 일자리로 만든다면 하려는 이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적어요. 기계가 모든 것을 다 하는 시대라지만 요양보호사는 대체될 수 없는 직업이에요. 앞으로 더 많이 필요로 할 텐데, 급여 같은 기본적인 체계가 마련되길 바라요."
월간 옥이네 통권 99호 (2025년 9월호)
글·사진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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