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하나씩 쌓여가는 오마이뉴스 내 방 속 기사들 오마이뉴스 기사에는 특별함이 있다. ⓒ 김태리
가을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을 꿈꾸게 한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하늘이 높아지는 이 계절은 내게 또 한 번 '다시'라는 단어를 불러왔다. 2025년 가을, 나는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다.
나는 글쓰기에 몇 번이고 도전했었다. 독립출판물에도 도전해보고, 카카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작가 신청도 해봤다. 그러나 결과는 번번이 실패였다. 독립출판물의 경우 아마 게으름 때문이었을 것이다. 브런치 도전도 마찬가지였다. 글을 완성하기보다 미완의 원고를 쌓아두는 데서 멈췄고, '내가 쓴 글을 누가 읽을까'라는 의심이 습관처럼 따라다녔다.
글쓰기 도전 실패 속에서 배운 것

▲브런치작가 신청 재도전2022년 7월에 멈춰있는 브런치를 다시 꺠워본다. ⓒ 브런치 화면 갈무리
그런 실패 뒤에는 늘 긴 공백이 찾아왔다. 한 번 멈추면 다시 펜을 잡기까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치 무거운 자물쇠로 노트를 잠가버린 듯, 스스로 열쇠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글쓰기는 늘 나를 설레게 했지만 동시에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실패 속에서도 배운 것이 있었다. 글쓰기를 그만두고 있을 때는 내 삶의 중심이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은 금세 희미해지고, 감정은 사라진다. 살아가면서 매일 경험하는 수많은 장면들이, 글이라는 그릇에 담기지 못한 채 흩어져 버린다. 그 공허감은 결국 나를 다시 책상 앞에 앉히곤 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오마이뉴스>였다. 몇 년 전 나는 우연히 <오마이뉴스>의 '사는이야기' 코너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평범한 경험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글을 누군가는 읽고, 공감하고, 댓글로 반응을 남겨주었다.
그 경험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글은 꼭 특별하거나 거창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살아가는 순간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누군가의 하루와 닮아 있기에, 작은 이야기라도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었다. <오마이뉴스>의 독자들이 남긴 짧은 댓글 하나가 다시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구나'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것은 독립출판물이나 브런치에서 얻지 못했던 경험이었다. 사는이야기를 쓰면서 비로소 글쓰기는 나에게 다시 의미 있는 일이 되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었다.
최근 잠시 멈추었던 사는이야기 기사를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역시 나는 글쓰기에서 치유를 받고, 그것을 공유하면서 삶의 힘도 얻고, 내 안의 이야기들을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는 경험들을 '다시' 해보고 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매일 글쓰기에 도전해본다.
이번 가을, 내가 다시 글쓰기를 '습관'으로 삼으려는 이유는 단순히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습관은 내 삶의 흐름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글쓰기도 습관이고, 아침 운동도 습관이다.
나는 매일 하는 16분 홈트레이닝 근력 운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520일째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도전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하루라도 빠지면 허전할 만큼 몸에 배었다. 작은 습관이 모여 결국 삶을 바꾼다는 것을 나는 이미 경험했다. 이번에는 그 힘을 글쓰기에 적용해보고 싶다(관련 기사 :
양치 하듯 매일 근력 운동 500일 해봤더니).
나는 지금 제주 서귀포에서 1인 기업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굿즈를 만들고, 챌린지를 운영하며, 글과 그림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이 일상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서귀포의 바닷바람, 도민으로 살아가며 겪는 희로애락, 창업 과정에서의 수많은 도전과 좌절들. 반려묘와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들까지. 이 모든 것은 기록하지 않으면 금세 흩어져버리는 것들이다.
올 가을, '다시 쓰기' 결심하며
나는 나의 많은 순간을 글로 붙잡아두고 싶다. 언젠가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나도 저 마음 알겠다" 하고 웃어주거나 고개를 끄덕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글쓰기는 결국 내 삶을 지키는 일이자,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는 일이 된다.
이번 가을, 나는 또 하나의 인연을 만났다. 바로 '백백킷 5기'라는 글쓰기 모임이다.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자'는 모토 아래 모인 사람들과 함께 버킷리스트를 쓰고, 이루고, 서로 돕는다. 이번 5기는 특히 글쓰기에 집중한다.
혼자였다면 쉽게 멈췄을 도전을, 공동체와 함께라서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나의 매일 글쓰기는 개인적인 '루틴'이자 동시에 공동체와의 약속이 되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기 때문에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든다.

▲백백킷 모집글나를 설레게했던 문장문장들 ⓒ 인스타그램 갈무리
물론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과연 내가 바쁜 하루 속에서 매일 글쓰기를 놓치지 않고 이어갈 수 있을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중간에 멈추게 되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이제 '실패'라는 단어를 내려놓았다. 오늘 쓰지 못했다면 내일 다시 쓰면 된다. 중요한 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을 'DAY- 1'으로 여길 것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유, 그것이 이번 글쓰기의 가장 큰 힘이다.
앞으로 내 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길까. '루틴' 이야기, 제주살이, 1인 기업 창업의 기록, 반려묘 김다람 실장님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들, 그리고 '백백킷 5기'와 함께 써 내려갈 가을의 글쓰기. 짧은 글도, 긴 글도, 그림과 만화도 곁들여서. 아직은 다 그리지 않았지만, 그 모습들을 떠올리니 벌써 기대된다.
2025년 가을, 나는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다. <오마이뉴스>의 '사는이야기'가 내게 글쓰기의 첫 힘을 주었다면, 이제 그 힘을 다시 이어가고 싶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쓰는 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글, 꾸준히 쌓아가며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글.
이 가을이 지나고 나면, 나는 분명 지금보다 더 '글 쓰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