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야당탄압 규탄대회에서 당 최고위원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 조정훈
"멈춰선 이재명의 5개 재판이 속개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 (장동혁 당대표)
"이재명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재판만 속개되면 당선무효 아닌가." (김민수 최고위원)
"'저기 위에 있는 사람',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 (배우 최준용)
국민의힘 지도부가 21일 오후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연 '야당탄압·독재정치 규탄대회'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전국 곳곳에서 대구로 모인 뒤 낮 2시부터 약 2시간 반가량 진행된 이 행사에선 지도부의 강경 발언을 비롯해 '부정선거 음모론' 또한 횡행했다. 이날 7만여 명(주최 측 추산)의 참석자 중 일부 지지자는 현장에서 "이재명 끌어내리자!", "(다시)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외치는 등 '윤 어게인' 움직임도 엿보였다.
지지자들이 흔드는 성조기와 태극기가 곳곳에서 휘날렸고, 일부 참석자는 'STOP THE STEAL(부정선거를 멈추라)'이라는 팻말을 흔드는 등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일부 참석자는 '윤석열 석방하라'라고 쓴 팻말을 들고 다니는가 하면, 한 참가자는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윤석열 탄원서에 서명을 받기도 했다.

▲21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야당탄압 규탄대회에 나타난 윤석열 석방 깃발. ⓒ 조정훈
'중국-북한식', '인민독재' 반복하는 의원들... 여당 지적대로 대선불복?
규탄대회 시작 전인 같은 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장외투정', '대선불복'이라고 못 박았다. "가출한 불량배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윤 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정청래 당대표, 페이스북), "그 어떤 명분도 없다, 장외 투쟁과 대통령 탄핵 운운은 명백한 대선 불복"(김병기 원내대표, 기자간담회)이란 지적이다.
이날 규탄대회 무대에 선 국민의힘 의원들은 절박해 보였다. 일부는 목이 쉬도록 소리 지르는가 하면, 손짓발짓을 해가며 당원들을 향해 읍소하다시피 발언한 의원도 있었다.

▲21일 오후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야당탄압 규탄대회에서 발언하는 장동혁 대표. ⓒ 조정훈
과거 윤석열 캠프 경기도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고, 강성 '탄핵 반대'(반탄) 대표 주자로 알려진 김민수 당 최고위원은 이날 "이재명은 재판만 속개되면 당선무효 아닌가"라며 "한국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극단을 택하자"고 지지자들을 부추겼다. 이들은 "이재명 당선무효", "내려와라"는 등 구호를 함께 부르짖었다.
마이크를 잡은 김재원 최고위원 또한 "(민주당은) 내란특별재판부라며 중국식 인민재판소를 만들려 한다", "국힘 의원들에게 '내란 동조자'라는 없는 죄도 씌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현장 참석자들을 "애국시민"으로 호명하며 "여러분은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러 나온 것"이라고 부추겼다.
'윤석열 계엄'은 어디로? 국힘 의원들이 말하지 않은 것들
의원들은 이날 행사에서 날 선 발언들로 '말폭탄'을 쏟아내는 등 집권여당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지만, 굳이 말하지 않은 채 교묘히 가린 것도 있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권이 소비쿠폰을 나눠주는데, 돈을 준다고 경제가 살아날 수는 없는 거다", "이건 부채주도성장이라고 해서 망하는 길로 가게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소비쿠폰 지급의 이유가 된 작년 12월 3일 윤석열 비상계엄 뒤 얼어붙은 연말연시 경제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21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야당탄압 규탄대회에서 송언석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조정훈
강선영 의원(비례)은 "이재명 110일 만에 안보는 위태, 경제는 폭망했다" "대북방송 중단 등 9·19 군사합의를 복원한다는데 이래서 국가 안보가 지켜지겠느냐"라며 이재명 정부를 비난했으나, 윤 정부 당시 계엄 명분을 위해 북한에 평양 무인기를 보내 북측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장외투쟁 선포 뒤 평행선 달리는 여야... 당분간 경색 전망
지난 8일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만나 웃으며 손을 잡았지만, 직후인 12일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를 시작으로 이날 본격 장외투쟁에 나서며 여야는 대화 없이 평행선을 달리게 됐다.
지도부 내 '강성 반탄(탄핵 반대)'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반탄파 표심을 기반으로 당 대표에 당선된 장 대표는 이날 갈라지는 목소리로 "애국 시민들이여 함께 싸우자", "이 분노를 행동으로 바꿔 이재명 정권을 끝장내자"라고 읍소했다.

▲21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야당탄압 규탄대회에 참가한 참가자 중 일부가 '부정선거 수사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 조정훈
제1야당의 장외투쟁 등 여야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지만 당분간 이런 여야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같은 날 오전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내란과 민생을 철저히 분리하겠다", "민생은 함께 (얘기)하지만 내란 관련된 세력에 관용은 없다"라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대화 계획이나 협치 전략은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이 3대 개혁입법(사법-검찰-언론)을 강하게 추진 중인 가운데, 국회는 오는 25일 본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 등을 놓고 계속 대치 중이다.

▲21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야당탄압 규탄대회에서 당지도부와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