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조정훈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대구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불허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존재와 표현을 막았습니다. 경찰 역시 제한 통고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잊히지 않고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목소리와 존재는 모두의 이름으로 빛날 것입니다."
집회 장소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대구퀴어문화축제가 20일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아닌 국채보상로 중앙네거리와 공평네거리 사이 3개 차로에서 열렸다.
올해 17회째를 맞은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우리는 지(워지)지 않아'란 주제로 성소수자 단체와 인권단체, 여성단체, 노동단체 등 90여 개의 다양한 부스가 마련됐고 주최 측 추산 4000여 명이 모였다.
행사장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성소수자 관련 굿즈를 판매하거나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우리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별과 혐오를 없애는 스티커를 붙이는 행사 등도 진행됐다.
행사를 앞두고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단체와의 충돌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이들은 집회장소에서 약 1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집회를 열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딸과 함께 '어린이 동지' 깃발을 들고 축제에 참석한 성가인(45, 달서구)씨는 "아이를 낳아 키우기 시작했을 때 혐오 관련한 이슈들이 많이 나왔다"며 "엄마에게 '맘충'이라는 낙인을 찍고 여성 혐오가 남발하는 것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성씨는 "딸아이도 어리다는 이유로 차별을 많이 받았는데 지난 12.3 계엄 때 광장에 나가니까 '어린이 동지'라는 이름으로 호명해주고 어른과 함께 동등하게 대해주는 과정들을 경험하면서 오늘도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어린이 동지' 김민아(13) 학생은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고 그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 같다"며 "오늘 이런 행사에 나왔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웃었다.

▲20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축제 조직위가 축제를 알리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조정훈

▲20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 조정훈
이날 오후 열린 본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당초 자신들이 요구했던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아닌 국채보상로에서 축제를 치르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과 당국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17년 동안 우리는 1년에 단 하루 이 짧은 시간을 위해 국가 권력과 싸워야 하고 시민들에게 설득해왔다"며 "계획한 대로 이 공간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안전하고 즐겁게 축제를 즐기자"고 말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홀릭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축제는 더 커지고 참여자는 늘어났지만 경찰은 '교통 체증'을 이유로 도로 사용을 반쪽만 허락하고 일부 반대 세력은 아예 축제를 금지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며 "왜 이렇게 우리가 축제를 여는 것이 힘들어야 하느냐"고 따졌다.

▲20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 조정훈

▲20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한 부스에 '우리 학교에도 성소수자가 있습니다'란 글자가 붙어 있다. ⓒ 조정훈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도 영상편지를 통해 "우리는 누구나 안전하고 평화로운 축제를 열 권리가 있다"며 "올해도 경찰은 집회 장소를 제한하는 통보를 내렸는데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고 평화롭게 축제를 이어온 시민들의 권리를 가로막는 조치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용 대표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평등과 인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켜내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언제나 함께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연대하자고도 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차별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노동, 여성, 장애, 성소수자를 비롯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이 아닌 비록 소수의 사람들이지만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퀴어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등 다양한 깃발을 들고 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반월당네거리를 돌아오는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20일 오후 대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조정훈

▲20일 오후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조정훈

▲20일 오후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 조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