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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은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이었다. 법과 제도, 그리고 우리의 생활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배달앱을 켜는 순간부터 배달노동자들은 늘 시간에 쫓긴다. 콜이 울리면 몇 초 안에 잡아야 하고, 거절이 쌓이면 불이익을 받는다. 최근 한 업체는 배차 수락 시간조차 일방적으로 1분에서 40초로 줄여버렸다. 누구 하나 의견을 묻지 않았다. 공지했다가 없앴다가, 약관 동의를 요구했다가 번복하는 식으로, 일방적인 통보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대부분의 콜은 40초 안에 잡힌다. 하지만 문제는 예외다. 주행 중이거나, 고층 승강기 안이거나, 신호 대기 중에 알림을 놓치면 수락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루에도 몇 번은 이런 상황이 찾아온다. 플랫폼은 "대부분은 40초 안에 잡으니 문제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수는 괜찮으니 소수는 피해 봐도 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전국 50만 라이더 중 단 5%만 해당해도 2만 5천 명이다. 그중 단 한 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어도, 결코 사소한 문제가 될 수 없다. 법도 '한 명의 죽음'으로 중대재해를 규정한다. 하지만 플랫폼은 여전히 효율과 회전율을 안전보다 앞세운다.

그런 한편, 플랫폼이 2024년부터 잇따라 단행한 배달 운임 삭감은 라이더들이 생계를 위해 더 많이·더 빨리 달리도록 만들었다. 줄어든 수입을 메우려면 결국 등급제·미션·프로모션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등급제는 과로를 통해 많은 건수를 채우도록, 미션은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속도를 내도록, 프로모션은 빗길·눈길이나 폭염 상황처럼 더 위험한 상황에서 뛰도록 만든다. 결국 라이더는 언제나 더 많이, 더 빠르게 달려야만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에 갇히고, 그 속에서 사고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오늘도 무사히", "안라무복(안전한 라이딩 무사 복귀)"이라는 말이 서로를 위로하는 인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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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의 통과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자'라는 상식을 법으로 확인한 사건이었다. 아직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더디지만, 사용자 책임을 배달플랫폼 본사에까지 묻고 손배·가압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법적 무기를 갖게 된 것은 결코 작지 않은 성과다.

나아가 이번 법 개정은 배달노동자 대상의 배차·수락률·등급 관리 등 알고리즘을 설계·운영하는 본사를 상대로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결국 우리는 이제 우아한형제들 같은 플랫폼 본사와 직접 맞서, 알고리즘의 기준과 운영 방식까지 교섭·투쟁의 의제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라이더유니온 투쟁 현장 플랫폼 노동자들의 조직된 투쟁 현장
라이더유니온 투쟁 현장플랫폼 노동자들의 조직된 투쟁 현장 ⓒ 라이더유니온

법은 길을 열었다 : 배달 하청사 너머 '진짜 사용자'로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명료하다. 노동법상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자는 사용자라는 점이다.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은 그간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 계약을 맺은 노동법 안전망 바깥의 신분으로 분류되어 왔다.

그런데 플랫폼 본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배민플러스·쿠팡플러스 같은 하청 구조를 앞세워 책임을 회피해왔다. 그러나 단가 산식, 배차·평가 규칙, 미션과 패널티, 안전지침과 알림 설계까지 누가 만들고 바꾸는지는 현장 라이더라면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우리는 마침내 배민·쿠팡 같은 원청 본사를 교섭 테이블로 불러낼 근거를 확보했다.

현장의 증언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 시간제 미션은 과속·신호위반 유인을 만들고, 등급제·수락률은 '오늘도 12~14시간'을 강요한다. 주행 중 빈번한 푸시 알림·응답 요구는 시선을 분산시켜 사고 위험을 높인다. 기본 배달료 삭감과 무작위 프로모션은 소득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는 알고리즘을 악마화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설계가 가능함에도, 지금은 효율과 속도가 압도하는 현실을 고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바로 이 대목 '누가 설계하고, 누가 결정하는가' 를 본사 책임으로 묻는 길을 열었다.

배달노동자들의 집단적 투쟁 성과 25일간의 농성 끝에 라이더유니온의 배달노동자들이 정부와 국회를 움직여낸 성과를 보여주는 장면
배달노동자들의 집단적 투쟁 성과25일간의 농성 끝에 라이더유니온의 배달노동자들이 정부와 국회를 움직여낸 성과를 보여주는 장면 ⓒ 라이더유니온

정부의 역할 : 권리 보장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출범 100일이 지난 이재명 정부에 묻는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보장은 말이 아니라 행정과 집행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 안전 : 미션·등급·수락률 등 과속·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요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즉시 실시하라. 산업안전보건법을 배달노동자에게 확대 적용하고, 위험성 평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주행 중 알림·응답 요구처럼 사고를 유발하는 것으로 이미 드러난 위험 설계는 즉각 제한되어야 한다.

- 소득 : 현실적인 수준의 최저보수제를 도입하고, 배달플랫폼 멋대로 규정하는 악천후(기상 할증)·심야노동 할증의 기준을 명확히 하라. 아울러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운임을 삭감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정보 : 노동조건을 규정하는 알고리즘, 배차·평가·패널티 로직의 기준 항목을 노동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이의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 대표성 : 배달플랫폼 본사의 교섭 회피를 막기 위해 행정지침과 질의회신으로 실무 기준을 신속히 제시하라. 법은 이미 통과됐다. 이제 정부가 작동 매뉴얼을 깔 차례다.

우리 스스로의 성찰 '노조는 노조답게'

지금까지 언급했듯, 노란봉투법 개정은 배달업계에 매우 소중한 성과다. 그러나 이 법이 힘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달 현장에서 민주노조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민주노총 산하 모 배달노조의 한 간부가 최근까지 배달의민족 하청 사업장을 직접 운영했던 전력이 있음에도 지금도 위원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 단 한 차례의 경고 조치만으로 자리를 유지하는 모습은 현장 라이더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플랫폼 본사의 책임을 묻는다면서 정작 노조 지도부가 하청 구조에 연루되어 있다는 모순, 이를 아는 라이더들이 라이더유니온을 포함한 민주노총 산하 모든 조직이 전개하는 배달노동 투쟁과 하청 철폐 투쟁의 진정성을 온전히 믿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단순한 내부 갈등의 문제가 아니다. 노조의 정체성과 신뢰의 문제다.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가 하청 구조 강화에 복무했다는 사실과 그에 따른 배달업 현장의 논란은 반드시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매듭지어야 한다. 책임 있는 조치 없이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노란봉투법이라는 투쟁의 무기 역시 배달업계 현장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민주노조의 원칙을 세우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 바로 노조가 노조답게 스스로를 정리하고 수습해 나가는 길이다.

(*이 사안과 관련해, 지난 5월 배달플랫폼노조의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 측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 협력사를 노조가 운영해 다단계구조를 해소하려 했던 것으로 사익을 추구한 적은 없다", "협력사 운영과 관련해 법적인 문제나 오해의 소지가 없었는지 살피지 못한 것은 인정하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편집자 주)

사회적 대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은 수많은 조합원의 힘으로 세워진 조직이다. 그러나 최근 총연맹 중앙 집행부가 '사회적 대화'라는 이름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한자리에 앉으려는 움직임은 큰 의문을 남긴다.

그 자리는 애초에 노동자를 위한 식탁이 아니다. 밥상을 차린 주체도, 메뉴를 정하는 사람도 대부분 자본과 가까운 조직이다. 그런 자리에서 노동조합이 숟가락을 얹는다고 해서 우리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들러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현장의 힘으로 판을 바꾸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민주노조 정신에 어긋나는 명분 없는 결정을 반복한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가 현장과 노동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 질문 앞에서 조직은 답을 내야 한다. 노조는 노조답게, 현장과 조합원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배달 현장 노동자의 선언 : 각자의 현장에서 길을 열자

우리는 여전히 단가 삭감과 위험한 알고리즘 속에서 일한다. 사고 소식은 끊이지 않고, 현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제 법은 본사의 책임을 묻고, 교섭의 문을 연다. 남은 것은 그 길을 실제로 열어낼 각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힘이다.

정부에는 실행을, 플랫폼에는 책임을, 민주노총에는 원칙을 요구한다. 이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라이더들에게 안전은 특권이 아니라 권리이며, 정당한 운임은 시혜가 아니라 상식이다.

배달노동자의 요구는 단순하다. 위험을 줄이고, 권리를 보장하며, 예측 가능한 일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주체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노조는 노조답게, 정부는 정부답게, 플랫폼은 플랫폼답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동력을 끝까지 밀어붙일 힘은 결국 조직된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지수씨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입니다.


#플랫폼노동#노란봉투법#라이더유니온#민주노총#사회적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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