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욱 변호사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 이정민
이재명 대통령이 빠진 대장동 사건 공판에서 대장동 개발업자이자 핵심 피고인인 남욱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와 다시 한번 자신의 과거 진술을 뒤집으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남 변호사는 진술을 바꾼 이유에 대해 "(2022년 이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인지했다"며 "(이로 인해) 법정에서 잘못 증언했다. 증언 과정에서 팩트와 다른 증언을 하게 된 것"이라고 폭로했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관련 사건(배임, 뇌물 등) 공판에서 남 변호사에 대한 4차 증인신문을 이어갔다. 지난 공판에 이어 이날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앞서 두 번의 공판에서는 검찰 측 주신문이 진행된 바 있다.
검찰은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을 기소하면서 성남시가 약 4895억 원의 이익을 포기하고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줬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남욱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잘못 인지"
이날 남 변호사는 "(유동규가) 정진상·김용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것은 2013년 당시가 아니라 2022년 이후 수사 과정에서 다 처음 들은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앞서 2022년 11월 법정에서 남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현금 9000만 원을 전달했고, 그 돈이 이 대통령 측 최측근들에게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에는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몰랐는데 '형들'인 것으로 생각했다. 유동규가 나중에 '높은 분들'에게 드려야 할 돈이라고 언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들'에 대해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의 발언을 듣던 재판장인 이진관 부장판사는 직접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따져 물었다.
- 재판장 : "본인(남욱)은 변호사 자격이 있다. 본인이 한 말이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흘러가게 만들지 충분히 예상할수 있지 않았나?"
- 남욱 : "나도 피고인(정진상)과 일면식도 없음에도 공범 관계로 재판을 받고 있다. 100회가 넘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계속 같은 내용으로 조사받았다. 과정에서 내가 검사에게 말한 것도 있지만 내가 검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도 굉장히 많다. 그렇다보니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서 새로 알게 된 건지, 새로 알게 된 건데 당시 기억으로 착각한 것인지, 당사자 의견이 첨예하게 다르다 보니 어떤 부분은 사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단순한 증인이 아니라 공범의 위치에 있다 보니, 3년 넘게 수사를 받았고, 4년 넘게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분들이 증언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불투명하게 증언한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남 변호사의 답을 들은 이 부장판사는 한숨을 쉬며 "내가 말한 취지는 증언을 명확히 해야한다는 것"이라면서 "방금 (증인이) 말한 것도 이렇게 말하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데, 왜 그렇게 말한 것이냐"라고 재차 따져 물었다. 남 변호사는 "정진상과 김용, 이분들에게 돈이 넘어갔다는 건 2022년 이후 다 처음 들은 것"이라면서 "조사과정에서는 이 돈이 얼마나 가고 이걸 들어서 당시엔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이 부장판사는 "형사소송의 기본은 공판 중심주의"라며 "수사기관 진술이나 다른 재판 진술이 아니라 법정에서 직접 이뤄지는 증언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술이 믿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야 하며, 수사기관 기록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는 검찰이 제출한 방대한 조서와 녹취록보다는, 남 변호사가 법정에서 직접 밝히는 진술의 신빙성을 핵심으로 보겠다는 취지다.
'유동규에게 건넨 3억'… 남욱 "당시 유동규가 곤란하다 말해"
이날 법정에서는 지난 11일 보도된 <오마이뉴스> 기사(
김용 사건 '핵심 증인' 진술 번복... 대법원 선고 앞 변수 https://omn.kr/2f9r1)가 현출되며 유동규 전 본부장과 철거업자 사이에 오간 3억 원 대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건넸던 2013년 상황을 복기하며 "당시 유동규가 (철거업자 등에게 빌린 돈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해 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 분명하다"라고 말하면서도 "(2022년) 수사를 다시 받으면서 검찰에게 전해 듣고 '그게 그거였구나(형들에게 줬다)'라고 생각해 그렇게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이달 초 김용 전 부원장 측은 철거업자 강아무개씨의 진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강씨는 지난해 5월 16일 김 전 부원장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나와 "2010년 이후 유동규를 만나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는데, 이번 진술서에서는 "2013년 말까지 빌려준 3억 원을 전액 상환받았다"라고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당시 남욱 변호사로부터 3억 원을 받아 철거업자한테 상환한 것이 진실이고, 그 돈 일부를 김 전 부원장 등에게 뇌물로 줬다는 검찰 공소사실은 거짓'이라는 김 전 부원장 쪽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으로 있던 2013년 2월~2014년 4월 사이 대장동 사업 관련 편의 제공을 이유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1억 9000만 원을 받았다고 보고 2022년 11월 구속기소했다. 김 전 부원장의 1·2심 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하며 "유동규에게서 허위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있다 해도 나머지 남욱과 정민용에게 찾을 수 없다"라는 이유를 댔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의 요구 등을 종합해 다음 공판기일을 10월 17일로 잡았다. 남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