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1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정안석 지부장이 파업에 나서는 이유와 주요 요구들을 발언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지난 3월 15일, 토요일이었습니다. 20대 조합원 한 분이 야간 근무 중 사망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전화를 받고 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고인은 24시간 운영되는 인천국제공항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일했지만,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에게 공항은 안전한 일터가 아니었습니다. 꿈을 안고 입사했을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지부장으로서 무거운 마음으로 그렇게 봄을 지나보냈습니다.
아침 9시에 퇴근해서 당일 오후 6시에 다시 출근하는 죽음의 연속야간노동을 중단하자, 3조2교대(주주야야비휴)에서 4조2교대(주야비휴)로 교대제 시스템을 개편하자.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을 당시,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한 약속이었습니다.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1만 비정규직 노동자 중 241명이 공항공사 직고용으로 전환됐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9,544명은 자회사로 직고용이 되면서 "정규직 전환 완료 이후 조속한 시일 내 4조2교대 등 교대근무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라고 합의했습니다. 1천 정규직 노동자들이 2007년 교대근무제를 개선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이나 뒤늦은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2025년 현재까지도 합의는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정규직 전환 완료 후 입사한 고인은 동료들에게 "4조2교대, 언제 될까요?"라고 묻곤 했습니다. 고인은 떠나고 없지만, 고인이 남긴 질문에 답을 구한다는 심정으로, 단체교섭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러했듯이, 자회사는 모회사 핑계를 댑니다. 모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회피로 일관하고요. 책임이 전가되고, 위험이 전가됩니다. 그 사이에 또 한 명의 공항 노동자가 활주로 야간작업 후 새벽에 사망했습니다.
죽음의 공항, 멈추어야 합니다. 이번 가을 우리가 파업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산재사망, 뇌심혈관 질환과 수면장애, 우울증, 난임과 유산까지 초래하는 교대제 개편, 반드시 올해에는 시행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일터를 안전하게 바꾸기 위해, 노동자·시민 안전을 위해 우리는 파업 투쟁에 나섭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전국의 공항노동자와 함께 행동합니다. 인천, 김포, 제주 등 전국 15개 공항노동자들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애도하며 안전한 공항을 위한 실천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전국 공항이 위험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이번 가을, 15개 공항을 멈춥니다.
즐거운 여행의 시작, 설레는 여정의 출발이 되어야 할 공항이 실상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르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참담하기만 합니다. 바꿔야만 합니다. 9월 19일, 안전한 공항·안전한 사회를, 우리 공항노동자들이 잠시 일손을 놓고 앞장서 싸우겠습니다. 노동자의 죽음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배웅하는 공항, 그 길을 열기 위해 잠시 멈췄다 가겠습니다.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