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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15 15:10최종 업데이트 25.09.15 15:10

"전통"과 "동물권" 사이… 청도 소싸움 존폐 논란 재점화

동물권단체 폐지 요구 기자회견, 협회는 "경제효과"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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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5일, 경북 청도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동물권 단체 회원들이 “동물의 고통은 전통이 아니다”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소싸움 중단과 청도공영사업공사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25년 9월 15일, 경북 청도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동물권 단체 회원들이 “동물의 고통은 전통이 아니다”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소싸움 중단과 청도공영사업공사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 임정우

경북 청도군청 앞이 15일 오후 뜨겁게 달아올랐다. '동물학대 소싸움폐지 전국행동'(아래 전국행동)은 제312회 임시회가 열린 군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청도 소싸움대회의 즉각 중단과 청도공영사업공사의 폐지를 요구했다. 현장에서는 수십 명의 활동가들이 "동물의 고통은 전통문화가 아니다", "청도공영사업공사를 즉각 폐지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혈세 낭비이자 동물 학대"

청도군청 앞 기자회견의 활동가 “소싸움 경기는 폭력과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청도군청 앞 기자회견의 활동가“소싸움 경기는 폭력과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임정우

참가 단체들은 기자회견문과 발언을 통해 청도 소싸움이 재정·행정·사회적 측면에서 모두 문제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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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녹색당 박소영 위원장은 "청도공영사업공사가 5년 연속 지방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경기장은 2011년 개장 이후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2024년에는 96억 원의 보조금이 투입됐음에도 순수익이 5900만 원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단체들은 민간단체 한국우사회와의 계약 구조를 "위험한 세금 낭비"로 규정했다. 공사가 매년 17억 원 이상의 경기장 사용료를 우사회에 지급하는데, 이 돈이 사실상 우사회의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이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우사회가 채무를 갚지 못할 경우 공사가 대신 부담하도록 돼 있어, 주민 세금으로 민간 기업의 부실을 메우는 구조'라는 주장이었다.

채식평화연대 권빛나리 사무국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영남권 주민의 70% 이상이 소싸움 경기와 우권 판매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66%는 세금을 복지나 교육, 문화 등에 쓰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결과가 소싸움이 이미 지역사회 지지를 상실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유지우 활동가는 "경기장에서 합법적 우권 판매 뒤에 '맞대기'라 불리는 불법 현금 거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당국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싸움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동물 학대와 불법 도박의 온상이라는 것이었다.

기자회견 중 아찔… 시위대 50cm 앞까지 돌진한 차량

청도 소싸움 중단 촉구 기자회견 현장. 참가자들 뒤 빈 주차공간에 차량이 돌진하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운전자는 "주차를 하려던 것 뿐"이라고 밝혔다.
청도 소싸움 중단 촉구 기자회견 현장.참가자들 뒤 빈 주차공간에 차량이 돌진하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운전자는 "주차를 하려던 것 뿐"이라고 밝혔다. ⓒ 임정우

기자회견 도중 한 차량이 현수막을 들고 있던 활동가들 사이로 진입해, 활동가 한 명 앞 약 50cm 지점까지 접근했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으나 현장에 있던 활동가는 "뒤편에도 충분히 주차 공간이 있었음에도 차량이 시위대 쪽으로 들어왔다"며 "위협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운전자는 이후 협회와 무관하며 단순히 주차하려 했을 뿐이라는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즉각 제지에 들어갔다. 전국행동 측은 활동가를 향한 위협은 강력하게 규탄하나 직접적인 법적 대응은 없을 것이라 전하며, 앞으로도 평화로운 시위를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속소힘겨루기협회 "소싸움은 전통과 지역경제의 자산"

민속소힘겨루기협회 청도지회 구승철 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소싸움은 동물 학대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소가 원하지 않으면 머리를 맞대지 않으며, 경기 시간도 제한돼 있어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싸움소는 일반 소보다 더 좋은 사료와 훈련을 받으며 깨끗하게 관리돼 오히려 더 건강하게 산다고 강조했다.

소싸움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 그는 "연간 수십억 원의 적자가 나더라도 청도를 알리는 홍보 효과가 100억 원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100억 원이라는 추정치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퍼포먼스. 참가자들이 소 모형 가면을 쓰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가운데, 주변에서는 가짜 지폐가 뿌려지며 소싸움이 ‘혈세 낭비’와 ‘동물 학대’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기자회견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퍼포먼스.참가자들이 소 모형 가면을 쓰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가운데, 주변에서는 가짜 지폐가 뿌려지며 소싸움이 ‘혈세 낭비’와 ‘동물 학대’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 임정우

이번 기자회견은 소싸움을 둘러싼 '전통'과 '동물권', '경제 효과'와 '혈세 낭비'라는 첨예한 갈등 구도를 한눈에 드러냈다. 청도 소싸움의 존속 여부는 단순한 지역 행사의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가 동물복지와 전통문화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청도 소싸움은 '전통문화'라는 명분 아래 제도화돼 왔지만, 최근 동물복지 기준 강화와 지방재정 악화 속에 폐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동물 학대 여부 ▲재정 투입의 타당성 ▲민간과의 위험한 계약 구조 ▲불법 도박 문제 ▲지역경제 효과 등 여러 쟁점을 다시 드러냈다.

앞으로는 ▲경기 중 상해 발생 시 안전 장치의 실효성 ▲보조금과 수익 구조의 투명 공개 ▲불법 도박 단속 실태 ▲폐지 이후 대체 산업과 농가 지원 방안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소싸움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5만 2천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는 등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동물권#소싸움#청도소싸움#청도#동물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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