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딘 베이커가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문
딘 베이커가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문 ⓒ CEPR

한국 정부가 관세를 낮추기 위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3500억 달러(약 488조 원)를 내는 대신 그 돈으로 한국의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게 낫다고 미국 경제학자가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설립자 딘 베이커 선임 경제학자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연구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베이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이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각각 5500억 달러와 3500억 달러를 내고 미국이 원하는 대로 투자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라며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면 두 나라가 이 합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라고 지적했다.

AD
일본이 미국과 무역 협정에 서명한 반면에 한국은 대미 투자의 세부 내용을 두고 양국 간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3500억 달러를 미국이 원하는 곳에 투자하고, 한국이 투자액을 회수한 뒤에는 미국이 투자 수익의 90%를 가져가겠다고 주장하면서, 만약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존 25% 관세를 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베이커는 미국이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다시 25%로 올라가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125억 달러 감소할 것이고,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0.7%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125억 달러의 수출을 지키기 위해 3500억 달러를 내라고 요구한다"라며 "왜 이런 협상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미 수출 감소로 피해를 보는 노동자와 기업을 지원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금액의 20분의 1만 써도 한국이 훨씬 더 유리할 것(come out way ahead)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 대해서도 같은 계산을 적용했을 때 관세를 15%로 내리면 대미 수출이 10억 달러 줄어들고, 이는 일본 GDP의 0.3%를 약간 넘는 수준이라며 "이를 위해 5500억 달러를 내는 것은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말을 바꿔서 더 많은 돈을 요구할 수도 있다"라며 "그와 비즈니스를 해 본 동료들이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한일 지도자들이 중국 군사 행동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믿는다면 미친 것"이라며 "아직도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유럽의 경우 러시아를 막아낼 군사력을 증강할 시간을 벌기 위해 이런 전략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현실적으로 중국의 군사력에 맞설 수 없을 뿐더러 미국의 지원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중국과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커는 "결국 한일 지도자들이 직면한 질문은 아무 대가도 없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천억 달러를 건네줄 마음이 있는 것인가"라며 "그들은 이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맺었다.

#관세#무역#트럼프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6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