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되는 잔식 ⓒ 오종민
용인 성지고등학교 오종민 교육행정실 사무관이 '영국 국제 그린애플 환경상(International Green Apple Environment Awards) 2025'에서 우수상(Commended Winner)을 받았다. 전 세계 700여 개의 출품작 중에서 선정된 이번 수상은 그가 추진해온 '탄소중립 및 잔여식사 기부활동'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다음은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오 사무관과 이메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각성, 1천 kg 급식 폐기 목격
오종민 사무관이 환경운동가의 길로 접어든 계기는 특별했다. 지난 2021년 4월 26일, 효원고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교육당국은 당일 급식 전량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그날 손도 대지 않은 1,160kg의 급식이 통째로 버려지는 장면을 목격한 그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그냥 버려야만 하는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한 끼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은 의문이 학교급식 예비식 기부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학교급식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한 후 남지만 손대지 않은 음식을 '예비식' 또는 '잔식'이라고 한다. 오 사무관은 이 깨끗한 예비식을 모아 지역의 복지관, 홀로 사는 어르신, 무료급식소에 전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효원고에서 시작된 이 활동은 매일 평균 117kg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월 50만 원 이상의 처리비용을 절감했다. 더 중요한 것은 환경보호와 나눔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실현했다는 점이다.
"학생들과 교직원은 이 과정을 보며 '내가 남긴 한 숟가락이 지구와 이웃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환경과 나눔을 동시에 배우는 교육의 장이 된 것입니다."
제도적 벽을 넘어선 정책 혁신

▲재활용되는 잔식 ⓒ 오종민
하지만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위생관리, 책임소재, 법적근거 등 제도적 공백이었다. '혹시라도 식중독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 하는 우려가 컸다.
오 사무관은 2023년 '소통24' 국민제안에 아이디어를 제출해 채택시켰고, 경기도의회 문승호 의원과 협력해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 잔식기부 활성화 조례'를 제정(2023년 10월)했다. 이후 국무조정실 규제혁신단과 함께 교육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간 규정을 일제 정비해 현장 부담을 크게 줄였다.
현재 이 활동은 경기도 내 180개 학교(올해 4월 기준), 서울시, 세종시, 충남으로 확산되었고, 시흥시, 수원시, 안양군포의왕과천 등 지자체까지 관심을 보이며 정책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 사무관은 <시에서 삶을 얻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8년 경기도교육청 특정감사 팀장으로 사립유치원 회계 부정과 비리를 조사하며 거센 압력을 받았던 시절, 시가 그에게 힘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시를 쓰는 행위는 내 마음을 다스리고, 세상의 부정의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의지를 북돋워 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언제나 공정하고 상식적이며, 진실해야 한다는 원칙이었습니다."
그의 환경운동과 문학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다. 시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한 시선이 환경운동가로서의 그를 이끄는 힘이 되었다.
그린 월드 홍보대사로서의 포부
오 사무관은 이번 수상을 개인의 성취가 아닌 학생, 교직원, 지역사회의 공동 노력의 결실로 본다. 수상자 패키지에 포함된 '그린 월드 홍보대사' 활동을 통해 더 큰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전국 모든 학교가 '버려질 음식을 이웃의 따뜻한 한 끼로' 바꿀 수 있도록 법·지침·예산을 함께 개선하는 논의를 이끌겠습니다. 국제환경무대에서 한국의 예비식 기부성과를 알리고, '작은 실천이 탄소중립과 나눔으로, 사회가 더 따뜻해 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지난 2017년 한국투명성기구의 '투명사회상'을 받기도 한 그는 투명성을 환경운동의 핵심 가치로 본다. 예비식 기부 프로젝트도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록하며 책임을 명확히 해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투명성은 환경의 숨은 인프라입니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열어둘 때만 지속 가능한 변화가 가능합니다."
더 큰 변화를 향한 새로운 프로젝트

▲오종민 사무관 ⓒ 오종민
오 사무관은 그린애플 환경상 수상을 계기로 세 가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 전국 학교가 음식물쓰레기 감축과 예비식 기부를 함께 실천하는 지자체-교육청-시민단체 협력 플랫폼 조성이다. 둘째, 군 급식 예비식 기부 제도화다. 군부대의 2022년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이 189억 원에 달하는 만큼, 군수품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연간 수천 톤의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자 한다. 셋째, 기업 구내식당과 복지기관을 연결하는 ESG 기반 협력 모델 확대다.
올해 11월 영국 웨스트민스터 궁전 상원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는 오 사무관은 "환경보호는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며 "독자 여러분이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길 때, 우리는 더 깨끗하고 공정하며 나눔과 배려가 있는 따뜻한 세상으로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버려지던 급식을 이웃의 따뜻한 밥상으로 바꾼 작은 실천이 국제적 인정을 받으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 오종민 용인 성지고등학교 교육행정실(사무관)은
2006년 정부 모범공무원(국무총리 표창)
2008년 국민·공무원 제안(금상 수상)
2009년 그린코리아 국민·공무원 우수 제안(금상 수상)
2009년 행안부, 국가사회 발전 제안 채택(국무총리 표창, 특별승급)
2010년 평생교육발전 기여 공로상(교육부장관 표창)
2011년 국민납세의식 고취(공로상 수상)
2011년 경기혁신교육 우수공무원 선정
2014년 학교급식, 사립유치원 특정감사(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 유치원 3법) 활동
2017년 한국투명성기구(투명사회상 수상), 정책 유공 우수공무원 선정
2023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학교 음식물쓰레기 절감 및 기부 성과 발표, 패널 진행), 법제처 국민아이디어 공모(특별상 수상)
2024년 제31회 한라환경대상 공모(대상, 환경부장관 표창), 가축위생방역 경영혁신 국민아이디어(동상 수상), 강릉시 규제개혁 아이디어(장려상 수상), 그 외 다수 정책 제안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