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각국 외교 사절단 대표들이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지난 3일 중국에서 80주년 전승절 행사가 열렸고 이 자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에 주목을 받은 건 김정은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이 다자 외교 무대에 처음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며 북중 관계가 복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 미칠지 들어보고자 지난 10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근처 사무실에서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북한, 미국·중국과의 딜에 집중... 남한은 관심사 아냐"
- 지난 3일 중국에서 80주년 전승절 행사가 열렸고 이 자리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이 참석 했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사실 중국의 행사고 시진핑 주석이 주인공이 돼야 하죠. 근데 스포트라이트가 완전히 김정은 위원장에게 모여져 사실상 주인공은 김정은 위원장이 돼버렸어요. 북한으로서는 바라왔던 상황이 벌어진 거죠. 중국, 러시아, 미국이 모두 북한에 구애하는 상황으로 됐으니까요.
제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 봄부터 미국과 북한 사이에 물밑 접촉이 이루어지고 머지않아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이란 중국 측의 정보가 있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서 중국 말 잘 안 듣는 것도 걱정스러운 일인데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중국은 북한을 다루기가 골치 아파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중국이 부랴부랴 김정은 위원장을 베이징으로 불러서 달랜 것처럼, 이번에도 상당히 큰 규모의 지원해 주겠다고 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불러들였다는 설을 들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외교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세계적으로 북한이 주목받은 건가요?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고립돼서 약 6년 동안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국제 외교 무대에 서서 사라졌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 화려한 시기를 잊지 못하고 다시 국제 무대로 복귀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입장으로 봤을 때 좋은 일이죠.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 무대에 다시 나와야 북한도 개혁 개방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문제는 러시아, 중국, 미국 이런 강대국들과 크게 판을 벌이려고 하기 때문에 한국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거죠. 지난번에도 김여정 부부장이 세 번이나 '한국 상대할 일 없으니까 나서지 말라'는 식으로 한국 정부에 핀잔 주는 투로 말했잖아요. 쉽게 얘기하면 자기네들이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과 딜하려고 판을 벌여놨는데 한국이라는 중소기업이 와서 우리하고도 좀 거래하자고 하니까 '귀찮으니까 저리 가라'라고 내쳐버린 거죠."
- 중국 러시아 미국이 다 북한에 구애한다고 하셨는데 왜 그렇게 된 건가요?
"북한은 냉전 시대에도 중국과 소련 사이를 오가면서 줄타기 외교를 해왔던 사람들이에요. 러시아와는 아주 깊이 있게 협력을 해왔고, 미국과도 다시 6년 전 같은 정상 외교를 할 가능성이 보이니까 그동안 북한을 못마땅하게 봐왔던 중국도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북한이 요구한 것을 들어주면서 대접 해주지 않을 수가 없게 됐죠.
또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 등 여러 가지 약속을 받았다고 알려졌는데 그걸 가지고 (북한은) 미국 상대로 '중국은 우리에 이렇게 해주는데 너희는 뭘 해줄 수 있느냐' 또는 '너희하고 협상 안 하더라도 우리는 중국, 러시아로부터 이런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다'라는 자세로 나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번 베이징 방문도 자기들이 가진 게 많아야 미국과 협상할 때 힘이 실리니까 그걸 노린 거라고 봐야죠."
- 그럼, 북중 정상회담은 어떻게 보셨어요?
"가기 몇 달 전부터 중국 측에서 상당한 지원을 약속해 줬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확인하고 확실한 답 얻는 목적의 회담이었다고 볼 수 있죠."
- 그동안 북중관계가 안 좋았는데 이번 정상회담으로 복원됐다는 평가도 있더라고요.
"일단 그렇게 볼 수 있죠. 과거에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물자가 들어가는 부분에 관해서 자기들 나름대로는 서방 세계, 특히 미국으로부터 공격받지 않기 위해 상당 부분 UN 제재를 준수해 왔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UN 제재와 무관하게 북한이 물자를 중국에서 가져가는 거에 대해 세관에서 중국이 막거나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러시아 쪽은 UN 제재를 안 지키고 있는데 중국도 그렇게 하면 유명무실해지는 거죠. 그럼,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다루기는 더 까다로워지는 거죠."
- 우리가 보기엔 북중러가 한 묶음 같은데 아닌가요?
"하나의 동맹이라고 볼 수 없어요. 서로 상대편을 경계하지만 지금 미국과 대립하는 입장이 동일하니까 필요에 의해 모인 관계라고 봐야겠죠."
- 한미일과 북중러의 구도로 신 냉전 체제가 더 굳어질 거라는 평가도 나와요. 의원님은 그렇게 안 보시나요?
"누구도 그 세 나라가 협력해서 미국에 대항하는 신냉전 시대를 만들려고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죠.그게 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를 자기의 필요에 의해 이용하려는 생각만 있는 거죠. 동맹이라고 부르긴 어렵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판단한다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나 북한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필요하거든요."
- 그러면 한미일 관계하고 북중러는 다른가요?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우리가 미국에 큰소리치는 거 한 번이라도 본 적 있어요? 북한은 중국하고 맨날 싸우잖아요. 그리고 중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적도 많고요. 김일성 주석 시대에는 애증의 관계라고 볼 수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좋아하는 감정은 거의 없고, 싫지만 필요에 의해 억지로 상대하는 관계라고 볼 수 있죠."
- 이번에 주목받은 것 중 하나가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양이에요. 김 위원장 후계자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단 이번에 베이징까지 갔잖아요. 근데 기차역에서만 보이고 그 후론 한 번도 안 나타났죠. 제가 들어본 설에 따르면, 김주애를 퍼스트레이디에 준하는 대우를 해 달라고 했는데 중국 측에서 그건 곤란하다고 했대요. 그러니까 나이도 열 두세 살밖에 안 됐고 김여정과 달리 아무런 직책도 없고 후계자라고 공식적으로 선언된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 어린애에게 그런 예우를 해준다면 이게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거절했더니 북쪽에서 서운하게 생각해서 그 후로는 안 데리고 나온 걸로 알고 있어요."
- 그러면 지금 김주애양 위치가 뭘까요?
"일단 후계자는 아니에요. 북한이란 나라는 아직도 왕조 국가예요. 조선시대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왕조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자가 수령이 된다? 이건 불가능한 얘기고요. 제가 아는 바로는 한 7살 정도 된 아들이 있는데 7살이면 데리고 다니기엔 너무 어리잖아요. 그래서 누나를 대신 데리고 다니는 거죠. 그리고 제가 중국 쪽에서도 확인해 봤는데 이름도 주애가 아니라고 들었어요."
- 딸 이름이 주애가 아니라고요?
"북한 내에서도 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네댓 명밖에 안 되고 중국 측에서도 이번에 방문할 때 이름을 끝까지 북측에서 안 알려줬다고 들었어요. 그게 보안상의 이유인지 경호상의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김정은 같은 경우도 후계자로 부각되기까지는 우리가 이름도 몰랐고 그나마 초기에는 '김정운'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잖아요. 북한은 그런 사회죠. 또 왕조 국가라고 했는데 사극에서 왕자 공주 이름 부르는 거 봤어요?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북한, 중국에게 약속 받은 걸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쓸 듯"

▲북-미 합의문 교환하는 김여정-폼페이오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6월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여정 부부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보면 북미 정상이 만나기 전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 갔잖아요. 이번에 북미 간에 뭔가 있을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있던데.
"중국이 어디까지 북한을 설득했는지는 우리가 알 수가 없죠. 상당히 큰 경제 지원 패키지를 제시하면서 '우리가 충분히 도와줄 수 있으니까, 미국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봤을 때 중국의 도움 받아서 경제 일으킨다는 거먼 언뜻 생각하면 좋을 것 같지만, 경제적으로 나중에 중국의 속국이 될 수 있다는 소리거든요. 북한은 항상 그 가능성을 경계해 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중국으로부터 약속 받은 걸 무기로 삼아서 미국과 협상에 써먹을 수는 있어도 미국과 협상하는 걸 포기하고 중국에만 일방적으로 매달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봐요."
- 북미가 만날까요?
"아직도 (만날 가능성은) 꽤 있죠. 그러나 일방적으로 매달리지 않고 어느 정도 러시아와 중국을 뒷배경으로 두고 상당히 고자세로 미국과 협상하려고 들 수가 있어요."
- 아까 우리에겐 안 좋은 거라고 했잖아요. 작년 인터뷰에서 북미가 직거래 가능성 99%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가요?
"그건 100%죠.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트럼프 정부도 지난 몇 달간 하는 거 보셨겠지만 동맹국을 배려해 준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성과를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을 끼워줄 필요가 없는 거고 또 한국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과 뭔가가 이뤄진다 해도 그것을 사전에 우리하고 협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고요. 그나마 북한이 미국과 딜이 되면 경제적인 지원 문제는 미국이 안 할 테니까 우리가 그 기회를 활용해서 북한과 교류 협력을 할 수 있고 북한을 조금이라도 우리 편으로 끌어오는 이 기회를 만들 수가 있는데 문제는 중국하고 너무 가까워지면 그때는 우리가 끼어들 틈이 전혀 없는 거죠."
- 10월에 경주에서 APEC이 열리잖아요.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고 싶다고 했어요. 참석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트럼프는 확실히 올 겁니다."
- 왜요? 트럼프는 다자외교 안 좋아하잖아요.
"다자외교는 싫어하는데 시진핑 만나기 위해서 와야 된다는 거죠. 정상끼리 담판 지을 내용이 있는데 둘 다 지금 자존심 싸움하느라고 먼저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면 그건 기싸움에서 지는 게 되는데 이건 다자외교고 국제회의이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제3국에서 만나는 것은 둘 다 자존심 상할 이유가 없죠."
- 그러면 시진핑도 올까요?
"오는 게 맞고 아마 오고 싶을 텐데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나온 얘기는 그때가 바쁜 시기인데 억지로 시간 내서 한국 오면 북한 쪽에서 불평하지 않을지 신경 쓰인다고 하더라고요. 북한 측에서 '우리가 어렵게 시간 내서 베이징 전승절 행사에 가줬으니 우리 쪽으로 답방을 먼저 해야지 왜 한국에 먼저 가느냐'란 식으로 트집 잡지 않을지 신경 쓰인다고 해요. 그러니까 요즘 완전히 북한이 갑이 돼 버린 거예요."
- 그러면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 경우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여부인데.
"이번에는 김정은이 APEC에 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봅니다. 지난번처럼 판문점에서 만나는 것도 가능성은 별로 커 보이진 않아요. 왜냐하면 이미 판문점에서 만나는 건 다 해봤던 거기 때문에 이번에는 회담이 성사된다면 김정은이 워싱턴에 가든가 트럼프가 평양에 가든가 둘 중에 하나라고 봐요."
- 근데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에 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나요?
"글쎄요. 들리는 얘기는 양측이 서로 자기 쪽으로 오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누가 더 큰 양보를 하느냐에 따라서 방문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거죠. 제가 트럼프라면 통 크게 평양을 가면서 대신에 북측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겠어요."
- 북한 입장이 이제 비핵화 협상은 없다고 하는데.
"트럼프와는 그래도 대화가 되는 이유가 이미 트럼프 측근들이 한꺼번에 전면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 말했었거든요. 그러면서 일단 핵 개발을 동결하고 단계적 군축의 길로 가야 된다고 말했는데 그게 사실 현실에 맞는 얘기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에 기대 하는 것이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