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 앞에 저는 한동안 숨을 고르지 못했습니다. 누가 그 아이들을 교실로, 또 학교 담장 너머로 내몰았을까요?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경쟁의 사다리를 오를 수 없다는 절망이 그들을 끌어내린 것은 아닐까요?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교육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과잉 경쟁'을 우리 교육의 뿌리 깊은 병폐로 지적한 것은 뜻깊은 일입니다. 그러나 선언만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 선언이 아니라 제도적 결단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무엇보다 입시 경쟁을 구조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자사고와 특목고, 국제중은 이름만 달리했을 뿐, 결국은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아이들의 미래를 가르는 통로로 기능해왔습니다. 그 학교들을 없애지 않고서는 교육의 불평등과 입시 경쟁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의 말대로 "경쟁이 아닌 협력"의 길을 열고자 한다면, 바로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교육은 차별의 장이 아니라 지원의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가진 서로 다른 속도와 재능을 존중하고, 넘어지면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멀리 가느냐만 재는 사회적 잣대가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앞서 말한 비극적 현실입니다.
저는 이번을 대한민국 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로 믿고 싶습니다. 대통령실,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가 협력하여 교육의 틀을 다시 짠다면, 경쟁에서 협력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교육 대개혁의 원년'을 맞이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웃으며 학교에 다니고, 서로를 북돋우며 자라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교육을 통해 이루어야 할 나라의 미래입니다.
/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