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들을 태울 대한항공 전세기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계류장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2025.9.10 ⓒ 연합뉴스
미국 이민 당국이 최근 조지아주 한국 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근로자 수백 명을 구금한 사태와 관련해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라는 제조업 부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비판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는 현지 시각 9일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단속이 불법 노동자를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라고 선전하지만, 미국의 이민법이 수만 명의 미국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현대적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인력 유치를 어떻게 방해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단속 작전을 벌여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 및 구금하고 있다.
"미국은 배터리 공장 전문 인력 없어"

▲미 이민세관단속국 사이트에 올라온 현장 체포 사진"1955년 8월30일,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1차 범죄예방 및 범죄자 처우에관한유엔회의에서 채택되었고 2015년에 개정된 "수용자 처우에 관한 유엔최저기준규칙" 제47조에 의하면 "본질적으로 악화 또는 고통을 주는 사슬, 발목수갑 또는 보호장비의 사용은 금지되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번 단속과정에서는 미국정부가 쇠사슬로 한국인 등의 몸과 손, 그리고 발목을 묶고 연행했다." (박석운) ⓒ ICE 사이트 갈무리
WP는 "궁극적으로 수만 명의 미국 노동자를 고용할 공장"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으로 공장 건설이 모두 멈춰 섰고, 미국의 긴밀한 동맹국인 한국으로부터 비난을 샀다"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은 외국 기업이 단기적으로 수백 명의 숙련된 노동자를 데려와 이런 공장을 건설할 수 있도록 설계된 비자 프로그램이 없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대학 경제학 교수 조반니 페리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면 많은 외국 기업이 지금보다 미국 투자에 훨씬 더 신중해질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이런 공장을 데려오는 것이었으나, 기업들은 공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마음을 닫고 있다"라고 말했다.
WP는 "특히 배터리 공장은 자동차 공장보다 훨씬 복잡한 전기기계 공정이 필요하고, 대부분의 미국 근로자가 알지 못하는 독점적인 산업 시스템을 사용한다"라며 "공장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엔지니어는 오염 물질 제어, 휘발성 화학 물질 혼합 그리고 일반적인 공장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높은 전압 부하를 처리할 장비 등에 대해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배터리 공장 건설의 특수성, 미국의 고급 인력 부족 등의 현실을 트럼프 행정부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서드웨이' 선임연구원 앨런 휴즈-크롬윅은 "배터리 생산과 관련한 공장을 건설하려면 매우 구체적인 기술 지식이 필요하다"라며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면서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가 그 노동력의 일부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다(ludicrous)"라고 지적했다.
미국 재생에너지 위원회 크리스 니콜스 최고경영자(CEO)도 "미국도 그런 공장을 짓고 인력을 충원할 능력이 충분하지만, 당장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공장만 세운다고 해서 조지아에 갑자기 고도로 전문화된 엔지니어와 근로자 수백 명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 위해 이민법 개정해야"

▲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의 브리핑룸에서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한국인 근로자들의 대규모 구금 사태와 관련해 담당 부처들이 외국 기업 근로자의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 AP 연합뉴스
WP는 "구금된 근로자들에게는 최첨단 배터리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가 끔찍한 현실이 되고 말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근로자들을 쇠사슬에 묶어 버스에 싣고 구금 시설로 데려간 이번 사태는 한국의 분노를 일으켰고, 한국 정부는 자국민 귀국을 위해 전세기를 보냈다"라며 "이 공장을 유치했던 사람들은 미국이 기술을 배워 외국 기업의 투자 없이도 공장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라고 짚었다.
구금된 근로자들을 변호하는 찰스 쿡 변호사는 "미국은 배터리를 만들어 본 적도 없고, 장비도 없다"라며 "현대차에 공장을 세워달라고 요청한 이유는 현대차가 우리보다 이 일을 더 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려면 장비뿐만 아니라 이를 설치하고 수리할 전문 인력도 데려와야 한다"라며 "외국 기업들이 그냥 배에 기계만 실어 보내면서 '행운을 빌어요'라고 할 줄 알았느냐"라고 반문했다.
WP는 이번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가 미국에 올 때 지금보다 더 많은 유연성을 허용하도록 이민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