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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 연합뉴스

며칠째 뉴스에서 본 장면이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조지아주 현대차·엘지 배터리 공장에서 단속이 있었다는 소식과, 줄지어 서서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사람들의 뒷모습. 순간 숨이 막혔다.

"이게 정말 2025년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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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뉴스 속 장면도 아니고, 평범히 공사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연행되는 모습이라니. 그 뒷모습만으로도 가족들은 금세 알아봤을 것이다. 모자이크가 아무리 덮여 있어도 손끝이나 걸음걸이, 입고 있는 옷은 가족 눈에는 다 보이니까. 그걸 보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고, 눈앞이 흐려졌다.

나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살고 있어 그 현장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아틀란타에 갈 때마다 보게 되는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법인(HL-GA 배터리회사) 공장은 나에게 자랑스러움을 주는 애국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더 충격이 컸던 것 같다.

그 곳까지 네 시간이 넘는 거리지만, 뉴스와 커뮤니티 단체 대화방에 쏟아지는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내 일처럼 속이 쓰린다. 이번에 잡혀간 사람이 총 475명이라고 한다. 그 중 한국인만 해도 약 300명이다. 숫자도 숫자지만, 그 줄지어 끌려가던 뒷모습에서 전해지는 절망이 더 크게 다가왔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화면으로만 본 나조차 이렇게 충격을 받았는데, 가족들과 동료들은 얼마나 가슴이 무너졌을까.

"회사가 하라니까 미국에 갔다"

적발된 인원 대부분은 B1·B2 단기방문 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제) 등 취업이 불가능한 신분으로으로 와서 일하다가 잡혔다고 한다. 사실 본인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렇게 하면 된다"는 회사의 말을 믿고 따라간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급하게 공장을 세우고 인력을 끌어오다 보니, 그 과정에서 합법적인 절차는 뒷전으로 밀린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막상 일이 터지면 그 책임은 전부 개인에게 돌아간다. 자진 출국이라 해도 기록은 남아 앞으로 미국 땅을 다시 밟기 어려울 수 있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회사는 미국 입국이 가능한 사람을 다시 구하면 끝이지만, 개인은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돌아가는 길은 족쇄처럼 무겁기만 할 것이다. 이런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닥쳤을지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가족에게 남을 상처는 어쩔 것인가

뉴스에서 아무리 모자이크 처리가 되고 뒷모습만 나왔다 해도, 가족들은 다 알아볼 것이다. 그 순간의 충격이 얼마나 클까.

출장 간 아빠가 TV 화면 속에서 쇠사슬에 묶여 연행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의문과 공포가 한꺼번에 몰려올 수밖에 없다. "아빠가 왜 저기 있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저런 모습이야?"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연행된 직원들도 얼마나 무서웠을까. 처음엔 "설마 나까지 잡아가겠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차디찬 교도소에 수감돼 열악한 환경을 마주하면, 그때야 현실이 뼈저리게 다가올 것이다. 그때 느꼈을 자괴감, 두려움, 그리고 모멸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내가 잘못한 걸까, 가족을 두고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자책에 밤잠을 설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경험이 남긴 트라우마는 단순히 몇 달, 몇 년이 아니라 평생을 따라다닐 수 있다. 그 후유증이 가장 걱정된다.

교민 사회가 받은 충격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애틀랜타 한인회가 "지역 경제에 타격이 크다"고 성명을 냈다는데, 그 말이 뼈저리게 와 닿는다. 교민들이 운영하는 식당, 숙소, 작은 가게들이 모두 연결돼 있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수백 명이 빠져나가면 경제도 무너지고 사람 마음도 무너진다. 한국 기업이 세운 공장이 오히려 교민들에게 족쇄가 됐다는 게 참 씁쓸하다. 나는 뉴스를 보며 '우리를 위한 투자 맞나, 결국 희생양은 교민들이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도 크다. 현지 주민들은 "한국 기업이 지역 발전을 이끌 거라 기대했는데 이런 모습이라니"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화려한 말 뒤에 이렇게 많은 불법 고용과 단속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씁쓸한 질문을 던진다.

솔직히 지금부터가 더 무섭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인을 다 같은 눈으로 보는 시선이 생길까 봐 걱정된다. '불법으로 일하던 사람들'이라는 딱지가 붙어버리면, 합법적으로 사는 우리까지 괜히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솔직히 나도 아이 학교 행사에 가서 괜히 눈치 보게 될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언제 어디서든 "너도 혹시..."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게다가 정치권은 "불법 고용 근절"만 외치고, 언론은 쇠사슬 장면을 반복해서 틀어 대고 있다. 이 장면은 클릭 수를 올릴지 몰라도, 그 화면 속 인물은 누군가의 아빠, 남편, 아들이다. 그러니 사람 마음까지 무너뜨리지 않겠는가.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 단속이 더 잦아질 것 같아 등골이 서늘하다. 우리 교민 사회가 점점 더 위축될까 두렵다.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들이 있다. 첫째, 인력이 부족할 게 뻔했는데 왜 정부나 회사가 합법적인 비자 제도를 제대로 만들지 않았을까? 수천 명 단위의 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임시방편만 반복하다 결국 이런 사태가 터진 게 아닌가.

둘째, 법 집행도 필요하지만, 사람과 가족에게 남은 상처는 어떻게 보상할 건가? 단속이 끝나고 뉴스가 사라진 뒤에도 그 상처와 두려움은 계속 남는다. 왜 늘 이런 부분은 뒷전인가.

나는 현장에 없었지만 TV 속 쇠사슬 소리 하나에도 마음이 무너졌다. 그 쇠사슬은 단순히 손목을 묶은 게 아니라, 가족의 삶과 교민 사회의 자존심까지 함께 묶어버린 것 같았다. 다시는 그런 장면이 우리 가족, 우리 이웃의 얼굴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일이 "불법 고용"이라는 말 몇 줄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의 눈물과 분노, 그리고 상처까지 함께 전해지길 간절히 바란다.

#현대차엘지공장#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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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주 (ohyj81) 내방

북미에 거주하며 일상의 단면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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