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문화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건 한자와 연관이 깊습니다."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성·예절·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김학경 내곡중학교 교장이 이같이 말했다. 그는 "K컬처 등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문화로 등극하게 된 이면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전통이 오랫동안 한자를 매개로 표현되고 소통됐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며 한자교육의 역할을 강조했다.
왜 다시 인성과 한자교육을 이야기하는가?
이날 공청회는 성균관과 이용선, 김승수, 김대식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공청회를 주최한 최종수 성균관장은 "지난 8월 대통령과 7대 종단대표 간담회에서 우리 사회의 도덕성 회복과 청소년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인성, 예절,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5일 열린 인성 예절 한자교육 활성화 국회공청회 ⓒ 이혁진
이번 공청회는 대통령 간담회에 이어 인성과 예절, 한자교육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자리다. 전국 유림의 모임인 성균관은 인성, 예절 교육과 한자교육은 별개가 아니라 함께 나아가야 할 하나의 길이라는 입장이다.
우리 사회가 급기야 글로벌 콘텐츠 국가로 발돋움했지만 사람 됨됨이의 근간이 되는 인성과 예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한자교육의 부재는 줄곧 문해력 저하의 주요인으로 지적 돼왔다. 가정통신문의 금주행사 안내에서 학부모가 금주(今週)를 술을 금하는 금주(禁酒)로, 금일(今日)을 금요일(金曜日)로 이해하는 세태는 해프닝에 불과하다. 대학생들 태반이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현실은 또 어떤가.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우리 국어 어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자는 우리 문화와 사유체계를 지탱하는 뼈대로 한자를 모르면 한국어를 모르는 것과 같다. 이번 공청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추진됐다.
이날 인성과 예절 주제 발표에 나선 이천승 성균관 한림원장은 인성과 예절의 개념부터 정의했다. "상대에 대해 왜 그러한 태도를 지녀야 되느냐는 이유(Why)를 묻는 것이 인성이라면, 그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How) 실현해야 하는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예절이다."
이 원장은 "인성교육진흥법이 있지만 인성과 예절교육은 경쟁에 쫓기는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이며 의무적인 교육환경과 이를 위한 사회와 국가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인성 예절 한자교육 활성화 국회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이혁진
일본 초등학생이 한국 대학생보다 경주 문화재를 빨리 이해하는 이유?
한자교육 발제에 나선 조갑제 대표(조갑제닷컴 대표)는 1970년대 초 문맹률을 낮추려고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한글전용정책'은 어휘력과 사고력의 쇠퇴를 초래하고 과학과 학문의 침체, 국민교양의 약화, 문명의 퇴보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대표는 한자가 어휘력의 보고라는 점을 강조했다. 어휘력은 사고력, 해독력, 문장력의 근간이다. 한자를 알면 금방 이해하지만 모르면 설명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경주 탐방에서 한자를 아는 일본 초등학생이 한자를 모르는 한국 대학생보다 문화재에 대한 이해가 훨씬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 한자교육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 대표는 죽어가는 한국어를 되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한자교육 대책을 제시했다. ▲한자를 외국문자로 규정한 국어기본법 개정, ▲책과 신문에서 인명과 지명 등 고유명사는 한자표기 ▲대통령 등 저명인사들의 한자본명 서명 ▲TV 자막에 한자표기 ▲학교에서 한자한글병기 ▲입시입사 시 한자실력검증 ▲한자간판 권장 등을 꼽았다.
토론에 나선 최기복 한국효단체총연합회장은 "인성교육과 예절은 단순히 개인의 품성형성에 그치지 않고 조화로운 사회와 미래발전의 핵심요인으로 타인을 위해서라기보다 개인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라고 말했다.
인성, 예절교육이 제대로 안 되는 요인이 일선 교육현장에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경학 서일초등학교 교사는 "최근 학생인권이 강조되면서 교사 권위가 약화되고 정당한 교육적 훈육이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교사의 지도와 훈육, 때로는 단호한 지시가 학생의 인성과 예절을 형성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교사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권재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한글한자의 혼용을 주장했다. 이 회장은 "한글과 한자는 함께 사용할 때 그 쓰임과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되고 우리말을 지키는데도 한자가 도움이 된다"면서 "학교 교육과정에서 인성, 예절과 함께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성 예절 한자교육 활성화 국회 공청회 참석자들이 한자교육을 외치고 있다. ⓒ 이혁진
이날 공청회는 대회의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전국에서 수백 명의 유림과 한자 교육연구자들이 참석해 교육활성화에 대한 취지에 공감하고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공청회가 보다 균형적인 논의를 이끌려면 한자교육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경청해야 하는데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또 하나, 성균관이 국회의원과 손잡고 공동주최하는 것은 일면 수긍하지만 공청회와 관련 없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의례적인 얼굴 내밀기는 오히려 행사 진행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쪼록 이번 공청회에서 도출한 논의들이 우리 청소년들의 바람직한 인성함양과 대한민국 교육문화의 미래를 밝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