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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MBC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장씨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MBC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장씨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 유성호

고 오요안나 1주기 앞두고 곡기 끊는 어머니 "더 이상 비극이 없기를” 유성호

딸의 기일을 일주일 앞두고, 어머니는 딸이 출근하던 직장 앞에서 곡기를 끊었다. 장연미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고 오요안나씨가 일하던 상암동 MBC 앞에서 8일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MBC가) 젊은 여성의 피를 뽑아서, 뼈를 갈아서 방송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MBC는 수년을 일했어도 프리랜서라고, 비정규직이라고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합니다. 요안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방송·미디어 산업의 수많은 청년들이 요안나처럼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딸을 보고 싶습니다. - 장연미(고 오요안나 어머니)씨

장씨는 이날 오전 11시 MBC 앞 분향소에 놓인 딸의 영정 사진을 뒤로한 채 울음을 삼키며 단식 시작을 알렸다. 그러면서 "MBC에서 더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정 앞 어머니 눈물 호소 "1주기 전 문제해결"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와 MBC 차별없는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엔딩크레딧, 김용균재단,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노동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서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문제 해결, 재발 방지 대책 마련! 1주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MBC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와 MBC 차별없는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엔딩크레딧, 김용균재단,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노동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서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문제 해결, 재발 방지 대책 마련! 1주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MBC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장씨와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단체 '엔딩크레딧'은 고인의 기일을 일주일 앞둔 이날 서울 마포구 MBC 앞에서 '고 오요안나 1주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장씨는 "MBC를 두 번 만나 요구안을 전달했으나 문제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라며 "불쌍하게 죽은 딸의 뜻을 이어받아 1주기를 앞두고 곡기를 끊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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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개 단체가 공동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인의 어머니와 오빠,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를 비롯해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계·방송계·정치계 인사들이 모였다.

유족과 엔딩크레딧은 지난 7월 30일과 8월 22일 두 차례 걸쳐 고인의 명예회복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유가족 요구안'을 MBC에 전달했다. 요구안 내용은 ▲ 고인의 노동자성 공식 인정 ▲ 비정규직 프리랜서 실태 전수조사 및 정규직화 ▲ 공식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 명예사원증 수여와 사내 추모공간 마련 등이다. 엔딩크레딧에 따르면, 이날까지 요구안에 대한 MBC의 공식 답변은 없는 상태다.

기자회견에서 장씨는 "MBC는 요안나가 죽은 후 부고조차 내지 않으며 모른 척했고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상 조사위원회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라며 "MBC와 두 번 만나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성의도 해결 의지도 없었다. (딸이) 목숨을 끊었는데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씨는 단식에 나선 까닭을 설명하는 내내 울음을 감추지 못했고, 떨리는 몸을 가다듬으며 숨을 고르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와 MBC 차별없는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엔딩크레딧, 김용균재단,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노동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서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문제 해결, 재발 방지 대책 마련! 1주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MBC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와 MBC 차별없는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엔딩크레딧, 김용균재단,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노동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서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문제 해결, 재발 방지 대책 마련! 1주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MBC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장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앞두고 <오마이뉴스>와 만나 "MBC와 두 번 만났는데 사실상 우리 말을 무시했다. 내가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단식밖에 없었다"라며 "사과 한, 두 마디로 끝내선 안 된다. 요안나가 MBC 노동자라는 걸 인정하는 것을 포함해 명예회복,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장씨의 아들이자 고인의 오빠인 오상민씨는 기자회견 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MBC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출퇴근한 동생을 노동자가 아닌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 어이가 없다"라며 "이후에도 유족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어머니가) 단식 농성에 돌입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 동생 같은 애가 한 명 더 나오면 어쩌려고 그러나"라면서 "(MBC 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를 정직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 역시 "(MBC에) 공개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MBC 내 비정규직 프리랜서 전수 조사 등을 요구했지만 MBC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라며 "MBC가 로비에 분향소를 설치했다고 하지만 유가족에게도 저희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MBC에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싸움에 함께해달라"고 촉구했다.

노동계·방송계 연대 발언...분향소 설치 중 사측과 충돌도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1주기를 앞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분향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1주기를 앞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분향하고 있다. ⓒ 유성호

노동계·방송계 연대 발언들도 이어졌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고인의 죽음은) 아들 용균이와 너무나도 닮은 꼴"이라며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말로가 불안정한 직장에서의 죽음 아니면 생사의 기로라니 (아들을 잃은 입장에서)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우리 사회 대다수 노동자들은 고용 형태가 다른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압과 착취에 일상적으로 시달리고 있다"며 "고 오요안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MBC는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하루 빨리 나서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은진 MBC 차별없는노조위원장은 "유족의 요구는 MBC 사장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발표,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등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라며 "그런데 1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는 보도국을 보고 있으면 사측은 비정규직은 돈을 적게 받고 일해도 되고 을이 을을 괴롭히도록 방치한 차별 구조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괴롭힘은 있었지만 근로자는 아니기에 회사 책임은 아니'라는 (MBC에) 달콤한 결과를 내놨다. 회사가 책임을 회피하기에 딱 좋은 결과를 정부기관이 내어준 것"이라며 "먼저 떠난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어머니가 목숨을 내건 호소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인데, MBC가 이제는 유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MBC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MBC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KBS청주 해고 방송작가 강아무개씨 역시 "결국 원인은 대부분의 방송 노동자들이 '무늬만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라며 "오요안나님 독단적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방송국은 어려움을 호소하던 그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요안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라도 방송국 스스로, 그리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방송 노동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김지경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장, 이백윤 노동당 대표, 이은주 정의당 정무실장, 김기영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도 연대 발언을 이어갔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와 MBC 차별없는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엔딩크레딧, 김용균재단,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노동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서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문제 해결, 재발 방지 대책 마련! 1주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MBC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와 MBC 차별없는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엔딩크레딧, 김용균재단,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노동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서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문제 해결, 재발 방지 대책 마련! 1주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MBC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이날 기자회견 도중 주최 측이 분향소 설치를 위해 천막을 치는 과정에서 MBC 측과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주최 측이 천막을 설치하자 MBC 관계자는 "왜 허락도 없이 천막을 치냐"라며 이를 제지했고, 주최 측은 "(천막에서) 나가달라. 기자회견을 진행해야한다. 반대하면 공식적으로 철거 공문을 보내라"고 맞붙었다. 이같은 실랑이는 1~2분간 진행되다 기자회견이 재개됐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문제 해결 의지 없는 MBC 규탄한다", "MBC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하라", "방송 현장의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 해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는, 이후 MBC 사옥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하며 장씨와 인사를 나눴다. 김미숙 대표 역시 헌화 후 울면서 장씨를 끌어안아 위로하기도 했다.

고인은 지난해 9월 15일 다른 기상캐스터들에게 지속해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긴 채 숨졌다. 지난 5월 MBC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한 고용노동부는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그를 MBC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해당 사건에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유족과 엔딩크레딧 등은 오는 15일 고인의 1주기를 맞아 MBC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연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1주기를 앞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1주기를 앞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유성호

#오요안나#MBC#장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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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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