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남북은 노래하는 감정이 비슷합니다. 음악이야말로 지역과 인종을 초월하는 훌륭한 소통수단입니다."
6일 서울 강서구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주최한 4회 '전국탈북민노래자랑'을 지켜본 박경철(65)씨의 말이다. 이어 "노래자랑은 남북주민이 함께 즐기는 문화의 힘을 생생히 보여주었다"며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탈북민노래자랑 본선에 오른 10명의 출연자들. ⓒ 이혁진
탈북민노래자랑으로 하나 되는 남북주민 한마당
남북통합문화센터는 탈북민들이 친근한 이웃으로서 원활히 정착하도록 소통과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해마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노래자랑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예선을 거친 쟁쟁한 탈북민들은 이날 자신의 노래 솜씨를 맘껏 겨루었다. 심사위원들은 "전국에서 모인 예선 참가자 70여 명 중 30명이 본선에 오를 정도로 출중한 실력이지만 최종 10명을 본선에 초대했다"라고 전했다.
경연에 나선 10명의 출연자(여성 8명, 남성 2명)들은 대부분 이번 무대가 처음은 아닌 듯 노래와 어울리는 의상과 매너를 뽐냈다. 응원하는 남북주민들이 센터 대강당을 가득 메워 환호와 박수로 뜨거웠다.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 오면서 가장 바라는 소원은 성공적인 정착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 따르면 생존과 안전욕구가 가장 중요하다. 다음 단계는 존경과 자아실현 욕구이다. 탈북민들도 자신의 자존감과 잠재력을 추구하는 멋진 삶을 동경하는데 노래자랑이 그런 기회다.
노래자랑은 실력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는 건 아니다. 탈북민의 남한 정착을 응원하고 이들의 용기와 도전을 격려하는 자리이다. 아마추어이지만 프로가수 못지않은 출연자들의 소질과 재능은 자부심으로 빛났다.
출연자들은 노래 중 이북 특유의 창법과 사투리를 구사하는데 이것이 생소한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는 남북주민의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날 출연자들은 각자 자신들이 평소 좋아하는 '남한노래'를 불렀다. 북한에서 숨죽이며 라디오로 들었던 노래를 이곳에서 부를 줄 꿈에도 몰랐다는 탈북민이 많았다. 이들의 노래가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민들의 애창곡은 무슨 노래일까요?
탈북민이 선곡한 노래는 '그리움'을 주제로 한 곡이 많았다. 북에 두고 온 가족과의 애타는 이별을 상징한다고 할까. 그러나 노래에 담긴 내용과 다르게 이들은 주체할 수 없는 열정과 끼를 발산했다.
탈북민들의 선곡은 발라드와 트로트풍이 주류를 이루었다. <당신은 명작> <바람의 소원> <초혼> 등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담은 노래들은 남북주민들이 비슷한 희로애락을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유혜경 씨가 <홍도야 울지마라>를 부르고 있다. ⓒ 이혁진

▲유혜경 씨가 <찔레꽃>을 관객들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 ⓒ 이혁진
전통가요 <홍도야 울지 마라>를 부른 유혜경씨는 "북한에서 남한 유행가를 부르면 바로 정치범수용소로 잡혀가는데 남한에서 마음껏 부를 수 있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앙코르로 <찔레꽃>도 관객들과 함께 열창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이날 출연자 중 이연씨와 현정수씨의 선곡은 남한 MZ세대 취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두 남성이 각각 부른 <그대라는 사치> < Love is over >는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애창곡이다.

▲인기상을 받은 이 연 씨가 <그대라는 사치>를 노래하고 있다. ⓒ 이혁진
이들은 어린 나이에 탈북해 남한사회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이들이 부르는 노래에서 북한식 창법과 사투리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출연자 중에는 이번 노래자랑을 통해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꿈과 희망을 가진 탈북민도 있었다. 필자는 이들이 소원대로 더 큰 무대로 나가길 빌었다.
이날 응원 관객 중에는 정부로부터 분양받은 아파트를 어르신들의 쉼터로 무료 제공한 탈북여성 마 아무개씨의 선행이 특별히 소개돼 박수를 받기도 했다.

▲대상을 받은 심유나 씨가 <첫사랑>을 열창하고 있다. ⓒ 이혁진
행사장에는 응원하는 남한 사람도 많았다. 강서구 주민인 김아무개씨는 "센터가 이곳에 처음 들어설 때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는데 이제는 오늘처럼 남북주민이 함께하는 문화명소로 발전했다 "고 말했다.
그간 취재하면서 탈북민노래자랑은 외연을 확대해도 좋을 만큼 센터의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계기로 '북한말경연대회' 개최도 남북언어 문화공감대를 넓히는 차원에서 검토해 볼 만하다.
한편 노래자랑 대상에는 강원도 고성에 사는 심유나씨가 차지했다. 그는 장윤정의 <첫사랑>을 자신의 미성으로 자신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씨는 수상소감에서 "인근 속초에 사는 6.25 때 내려온 많은 실향민이 손녀같이 맞아주시고 탈북민들에게도 이질감 없이 대해 주시는 것에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