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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MBC 방송 화면 캡처.
당시 MBC 방송 화면 캡처. ⓒ MBC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보도로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국민의힘 등에서 MBC 기자들을 고발한 사건이 3년 만에 무혐의로 결론 났다. 서울경찰청은 8월 18일 MBC 경영진과 취재진 등 10명에 대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 등의 사유로 불송치 결정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종결되기까지 35개월이 걸렸다. 그사이 윤석열 정권은 방송을 탄압했지만, 내란으로 자멸했다. 3년 전 첫 보도한 이기주 MBC 기자는 이번 불송치 결정에 대해 어떤 생각일지 궁금해 지난 3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근처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이렇게 간단히 결론 내릴 수 있는데, 왜 지금까지 쥐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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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찰청이 바이든/날리면 사건에 대해 8월 18일 불송치 결정을 했어요.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여 만입니다.

"이번에 불송치 무혐의 결정문을 받아보니까 내용이 간단하게 써 있더라고요. 이걸 보면서 '그럼 3년 전에도 이렇게 명확하고 간단하게 결론 내릴 수 있었던 사안을 왜 지금까지 쥐고 있었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 SNS에 "12.3 내란을 앞두고 3차 소환장까지 보내면서 압박하더니 정권 바뀌니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라고 올렸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계속됐다면 결론은 달랐을까요?

"만약에 12.3 내란이 없었으면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겠죠. 그 직전에 1년 넘게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가 내란 터지기 한 6개월 전부터 3차 소환장까지 보내면서 압박했거든요. 3차 소환장까지 불응하니까 체포 영장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흘리면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아마 12.3(내란 사태)이 없었으면 강제 수사에 돌입해 저희가 더 어려운 처지가 됐을 거예요."

-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면 어때요? 맘고생이 심했을 텐데.

"힘든 시간이었죠. (정권의 힘이) 서슬 퍼렇던 초기부터 충돌했고 거기에 저항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3년 동안 저뿐 아니라 MBC 기자들, 그리고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까지 모두 다 같이 저항하고 행동한 결과로 MBC가 비판 언론으로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이렇게까지 힘들 거라고 생각 못 했을 거 아니에요?

"그 당시에는 이렇게 길게 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죠. 근데 주변에서도 많이 응원해 주시고 힘을 쏟아주신 덕분에 저뿐 아니라 저희 조직 안에 있는 구성원이 다 같이 눈치 보거나 주저하지 않고 저항했기 때문에 힘들거나 외롭진 않았어요."

-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할 거예요?

"제가 그때로 돌아가도 어차피 보고 들은 건 똑같으니까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을 겁니다."

- 경찰은 해당 자막의 허위 여부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대검찰청 등의 음성분석 의뢰 결과 '판독 불가능'으로 회신돼 전체 발언의 맥락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증명할 직접적 증거는 없다"며 "피해자(윤석열 전 대통령)가 발언은 했으나 그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조차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으므로 자막을 곧바로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정문에 그렇게 써 있죠. 제가 이걸 보면서 약간 황당하다고 느꼈어요. 이게 똑같은 논리로 1심은 판사가 저희에게 패소 판결 했거든요. 근데 똑같은 내용으로 무혐의 처리한 거잖아요. 두 판단이 모순되는데 불송치 결정문의 판단이 맞는 거죠. 그게 조금씩 올바른 방향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사필귀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심이라는 게 뭔가요?

"대통령실이 외교부를 통해서 저희에게 그 보도에 대해 잘못됐다는 소송을 걸었어요(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 -편집자 말). 그 소송도 되게 오래 끌고 있다가 1심에서 이 불송치 결정문 내용대로 쓰면서 저희가 잘못했다고 판결 내렸었거든요.

이번(이재명 정부 출범 후)에 외교부 장관이 MBC에 사과하면서 소를 취하했어요. 또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문을 사실상 뒤집는 2심 결정을 했는데 조정 결정문이라는 걸 내렸어요."

- 그게 경찰 불송치에도 영향을 줬을까요?

"영향을 줬다고 보죠. 경찰이 그걸 기다린 거거든요. 경찰이 자체적으로 일찍 판단 내릴 수 있었는데도 외교부나 법원과 권력의 눈치를 본 거예요. 그러다가 그 결과 보고 3년간 쥐고 있던 이 사건을 불송치로 결론 내린 거죠."

"'VIP 격노' 정치가 내란까지... 대한민국 정치의 비극"

 이기주 MBC 기자
이기주 MBC 기자 ⓒ 이기주 제공

- 8월에 방송된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보면 당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사과문을 준비했다는 건데요. 이 부분에 대한 진상규명 필요할까요?

"보도 후 대통령실 발표할 때까지 16시간 걸렸잖아요. 그동안 대통령이 되게 화 많이 냈다는 얘기를 그때도 들었거든요. 그때는 (대통령실) 내부 구성원들이 무서우니 아무도 얘기를 안 했죠. 근데 세상이 바뀌니 한 명, 두 명씩 그때 얘기를 꺼내서 진실을 밝히고 있는 거죠. 그러면서 당시 VIP 격노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온 거잖아요.

저는 당연히 그들에 대한 책임을 지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때 VIP 격노를 막았다면 그다음 해에 채 상병 사건 때도 두 번째 VIP 격노를 없앨 수 있었는데, 그때 1차에서 성공한 경험과 학습 효과를 줬기 때문에 그다음에 채 상병 때도 또 격노해 판을 뒤집으려고 했던 거 아닙니까?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1차에서 막지 못한 거에 대한 죄송함도 있어요."

- 어쩌면 그게 계엄까지 이어진 게 아닐까요?

"그때 VIP 격노로 정치를 해 온 게 내란까지 이어진 거고 그게 대한민국 정치와 사회의 비극이었죠. 1차 격노 때 성공하고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언론과 기자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정치인도 있었고요. 그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하죠. 이번 특검법 개정안에 김건희와 그 측근의 MBC·YTN 탄압과 간섭에 대한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이 됐거든요. 반드시 바이든/날리면 때 국민을 기만하고 농단했던, 전 국민을 상대로 듣기 평가를 시켰던 그들에게 책임을 지워야 하고 그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이전에 언론 자유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저는 동아투위 선배님들, 또 1980년대 엄혹한 시기에 군부 장기 독재를 겪은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거창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최근 3년의 시간을 경험하면서 언론 자유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꼈죠. 만약 12.3 내란이나 윤석열 정권이 탄압이 계속됐으면 기자님과 인터뷰 하는 것도 없을 거 아니에요.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다시 한번 언론 자유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죠."

- 공기 같은 게 아닐까요? 공기는 당연히 있는 거니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공기가 없어지면 공기의 필요성을 느끼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이게 되게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느끼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계속 지켜 나가야죠. 그리고 또다시 그런 권력자들이 등장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잘 뽑아야죠. 그런 사람들이 또 무도한 행위를 할 때는 누구보다 나서서 먼저 저항하고 막아서야 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혹시 불송치 결정 나오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사과 연락은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그런 연락해서 사과할 정도의 사람들이었으면 그때 이런 바이든/날리면 같이 국정 농단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거고 그럴 사람들이었으면 12.3 내란도 사전에 막았겠죠. 근데 그럴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그 자리를 맡기에 자질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난 3년의 세월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힘들고 어떻게 보면 고통스럽게 지나갔는데 국내에 계신 분들뿐 아니라 해외에 계신 분들, 또 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들이 저와 MBC를 응원해 주셔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언론인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사명과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제 자리를 지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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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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