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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05 10:57최종 업데이트 25.09.05 10:57

'공공의대' 논의와 공공의료

 지난 2020년 9월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의과대학의 모습.
지난 2020년 9월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의과대학의 모습. ⓒ 연합뉴스

2025년 8월 13일 국정기획위원회는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하여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라는 추진 전략 아래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로 전환", "지역격차 해소,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 "일차의료 기반의 건강 돌봄으로 국민건강 증진", "국민 의료의 부담 완화"라는 과제가 포함되었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5. 8. 13. 강조는 인용자).

며칠 뒤에는 위의 두 번째 과제를 위해 ① 공공의료체계 강화, ② 지역·필수의료 보상 강화, ③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 양성, ④ 소아·응급의료체계강화, ⑤ 감염병 대응체계 개선 등 5가지 주요 내용이 발표되었다('국정운영 5개년 계획', 2025. 8. 20). 주무 부처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료사관학교(공공의대) 설립'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복지부 계획에 따르면 2028년도 신입생부터 의대 신입생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하여 지원하고, 졸업 후에는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국립중앙의료원 부설 교육기관으로 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연합뉴스>, 2025. 8. 18).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는 이전부터 논란이 된 문제였기에, 다른 계획들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계획에 대해 "이전 정부에서도 수차례 논의됐지만 사회적 공감대, 실현가능성 부족으로 실행되지 못한 정책"이라면서 비판했다(<연합뉴스>, 2025. 8. 28).

공공의대 논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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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공공의대가 대대적으로 다루어진 것은 2020년 전공의 파업 때였지만,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공공의대 설립은 그전부터 거론되던 사안이었다. 일례로 2009년 '의료제도 선진화 토론회'에서 서울대 교수 이진석은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공공의료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특정 진료 분야 인력 부족과 지역 의료 격차, 만성질환 등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해 이를 전담할 인력을 양성하는 의대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공의대는 단순히 새로운 의과대학을 하나 추가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부실한 공공의료를 개선하기 위한 큰 계획 중 일부였다(<국민일보>, 2009. 3. 7). 공공의대 자체를 제안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한국법제연구원도 인력과 재원을 확충하는 방안을 포함하여 여러 방식으로 공공의료를 개선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출판하기도 했다(한국법제연구원, 2009).

이처럼 공공의대 설립은 열악한 공공의료를 확충 또는 개선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해방 이후 한국의 의료는 공공기관보다는 민간 중심으로 발전해 왔고, 그런 가운데 의료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거나 민간 대형병원을 법인화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박윤재, 2021; 박지영, 2022). 그리고 2000년 1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공립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지원하기 위한 법률적 기틀이 마련되었다.

이 법안에서 공공보건의료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ㆍ증진하기 위하여 행하는 모든 활동"을 일컬었다('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2000). 그렇지만 2012년 법이 개정되면서 '공공보건의료'의 정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ㆍ계층ㆍ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ㆍ증진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바뀌었다('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2012).

2012년 법 개정에서 주목할 것은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기관이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보건의료기관'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소유한 공공의료기관만으로는 보편적 의료를 충실히 시행하기 어려웠음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2005년 정부는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5년간 4조 3천억 원을 투입하여 국공립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맡는 민간병원을 지원하며, 국립대 병원에 노인전문병원과 어린이병원, 지역암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공공병원의 수준을 3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이었다('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 2005).

그렇지만 이미 민간 의료시장이 급속하게 발전해 있던 상황에서 공공의료기관만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2012년 '공공보건의료'의 개념이 수정되었다(한희철, 2022). 이는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강화하려 했던 공공의료의 개념 자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의료 현실에서 맞게 세심하게 고찰하고 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의대 정원 갈등과 공공의대 논의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의료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의대 정원 논란과 얽혀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2012년 보건복지부는 현재 의대 정원의 10%를 '정원 외 입학'이라는 방식으로 선발하여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일정 기간 의료 취약지에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축소된 의대 정원(3058명)을 다시 늘리거나 의대 자체를 신설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방안이었다(<의협신문>, 2012. 6. 14).

몇 달 뒤 국회에서는 '공공의료인력 확충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고, 경제정의실천연합에서도 비슷한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곧이어 연세대 교수 정형선은 '적정 의사인력 및 전문분야별 전공의 수급체계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의사 부족을 우려했는데, 언론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의료 인력 수급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의협신문>, 2012. 8. 30; <연합뉴스>, 2012. 9. 3; <의협신문>, 2012. 9. 4).

이런 흐름에 대해 의사계는 공공의료 강화라는 목표 자체보다는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방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재무이사 이재호는 언론 인터뷰에서, "취약지나 공공의료 영역에서 의사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전체 의사 수를 늘리기보다는 적정한 공중보건의사 배치와 보건장학의사제도나 시니어닥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공중보건의사가 공공의료와 무관한 검진 기관이나 지역 병원에 배치된 문제를 개선하고, 공공영역에서 의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열악한 처우와 환경을 개선하는 조치가 우선이라는 것이었다. 공공의료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표에는 동의하더라도, 이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한 인력 양성은 잘못된 계획이라는 반박이었다(<의협신문>, 2012. 9. 10).

9월 26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왜곡된 의료인력 수급 개선을 위한 정책적 모색 토론회'에서도, 현실의 지역별, 직역별, 과별 의사 인력 불균형 문제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사계의 성토가 이어졌다(<의협신문>, 2012. 9. 26).

의대 정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공공의대' 계획과 본격적으로 연결된 것은 2016년 5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1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2016~2020)"이었다. 이 계획은 이미 "민간의료기관이 90%에 이르는 보건의료 환경에서 소유 주체에 기반한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실효성 있는 공공보건의료 정책을 수행하기 곤란"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공공의료 개념 자체를 소유 주체 중심(공공 vs. 민간)에서 기능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과거 "공공부문(public sector)에 의해 제공되는 보건의료"에서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위한 보건의료"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이 계획의 추진전략 중 하나였던 '지역 간 균형잡힌 공공보건의료 제공체계 구축'을 달성하기 위해, '공공보건의료전문인력 양성, 지원'이라는 세부과제가 제시되었다. 그리고 의료 취약지, 공공의료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 설치를 2020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신설될 대학에서는 필수 진료과목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공공의료 교육을 별도로 실시하여 사명감을 제고할 계획이었다.

이 대학을 졸업한 의대생은 일정 기간 공공의료기관 복무를 조건으로 의사면허를 부여받고, 의무복무 후에도 의료 취약지 등에서 지속 근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수도 있었다(보건복지부, 2016). 이미 1여 년 전부터 정치권에서도 이정현(새누리당), 박성호(새누리당),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비슷한 취지의 대학 설립을 법안으로 발의했는데, 2016년 보건복지부의 구상은 이를 구체화한 것이었다.

구체화된 공공의대 설립 논의

정부와 정치권의 이런 구상은 2018년 서남의대 폐교를 계기로 구체화되었다. 1995년 설립된 서남의대는 부실 논란을 겪다가 2018년 최종적으로 문을 닫았다. 사상 처음으로 기존 의대가 폐교되면서, 그로 인해 줄어들게 되는 정원(49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정부에서는 공공의대 신설을, 의사계에서는 정원 감축을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은 2018년 4월 서남의대 정원을 활용하여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지방의 의료 인력 부족과 의료 공백에 대처하고 응급, 외상, 감염, 분만 등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의료에 종사할 인력"을 "국가에서 책임지고 양성"할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겠다는 것이었다(보건복지부, 2018).

이에 대해 의사계는 우려를 표명했는데, 공공의료에 대한 고민은 이해할 수 있더라도 그 방식이 올바르지 않다는 예전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공의료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보건소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것보다 훨씬 전문화된 인력을 배출해야 하는데, 공공의대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의대라면 해부학이나 병리학처럼 기초학문도 가르쳐야 하는데, 진료만 하는 의사를 배출하는 의학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게다가 이런 계획을 의사계와 아무 논의도 없이 추진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년 전부터 나왔던 구상이었지만 새로운 정부에서도 여전히 의사계와 소통 없이 의대 신설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대한의사협회를 포함 13개의 의학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장기적인 보건의료 발전계획 없이 지난 수십 년간 누적된 공공의료 문제를 공공의대 설립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공의료형 의사'를 별도로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 체계 안에서 소명의식을 갖고 공공의료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청년의사>, 2018. 4. 12; <의협신문>, 2018. 6. 22)

의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하여 공공의대를 세우고자 했던 정부의 계획은 코로나 대유행 시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과 보건복지부 2차관 신설, 의대 정원 확대를 골자로 한 4.15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고 국내에도 환자가 발생하면서, 정부와 여당은 감염병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공중보건 위기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고 지역본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리고 공공의료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를 확충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의대가 없는 지역에는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증원된 인력은 '지역의사제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해당 지역에 병원급 기관 의무복무를 유도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던 예전의 계획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의대 정원 확대'라는 구상으로 전환된 것이었다.

2020년 4월 총선 이후, 정부와 여당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지역간 의사 불균형 해소와 특수 전문분야 및 의과학자 인력 양성을 위해 2022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400명 확대하여 10년간 4000명을 추가로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의대 정원 3058명을 2022년부터 400명 증원하고, 10년 동안 한시적으로 3458명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안이었다. 의대 정원 확대는 필수·공공 지역의료 인력 확보, 의학교육의 질 제고, 의사과학자 육성을 통해 공중보건 위기 대응 및 미래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특히 당정은 '지역의사제'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는데, 2022년부터 새로운 의과대학 전형인 '지역의사 선발전형'을 도입하여 입학생은 장학금을 받는 대신 면허 취득 후에는 대학 소재 지역(시·도) 내 중증·필수의료기능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는 것이었다. 늘어나는 정원을 기존 의대에 배정하는 것과는 별도로 당정은 의대가 없는 지역에 새롭게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 역시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의대 신설은 국가와 공공이 필요로 하는 필수분야(역학조사관, 감염내과 등) 중심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일종의 '의무사관학교' 형태로 추진될 것이며, 의대 정원 확대와는 별개로 서남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하기로 했다.(더불어민주당, 2020. 7. 23).

코로나19 사태라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위기 대응능력을 제고함과 동시에 오래전부터 논의된 공공의료 개선을 위한 두 가지 계획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제안한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늘어난 적이 없는 의대 정원을 총 4000명 늘리는 것과 함께, 서남의대 폐교로 발생한 49명의 정원을 공공의대 신설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었다.

3월부터 여당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구상이 공공연히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대한의사협회는 총선 직후인 5월 8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총선 이전까지 의협은 대거 유행하던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그동안 정부 정책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공공의료TF'를 구성하고 한국형 공공의료 모델을 모색하기로 했다(대한의사협회, 2020. 4. 9).

그렇지만 총선 이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의협은 코로나19 비상사태에 공공, 민간의료기관 구분 없이 의사들의 노력 덕분에 겨우 확진자가 줄면서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는데,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때문에 공공의료 인력을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의사 인력 증원을 꾀한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과 의사 인력 증원의 상관관계를 잘못 해석한다는 것이었다(대한의사협회, 2020. 5. 8).

일주일 뒤 또 다른 성명서에서 의협은 공공의대 설립 계획을 정면 비판했다.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K-방역'은 사실 '기득권', '이기주의 집단'이라는 비난의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서도 위기 상황에 앞장선 민간의료의 높은 역량이 공공성으로 발휘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졸업생을 반강제로 공공병원에 근무하게 해서 공공부문의 힘만으로 보건의료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착각이며 허구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공의대 설립을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갖는, 즉 생명 유지와 사회 안전에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존중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주장했다(대한의사협회, 2020. 5. 15). 특히 코로나19 사태 동안 국민의 건강을 위해 고군분투한 의사들 입장에서, 공공의료에 종사할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공공의대를 신설하겠다는 정부의 논리는 '국공립' vs. '민간'이라는 잘못된 이분법이자 이미 공공의료에 기여하고 있는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오랜 갈등과 함께 공공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견, 그리고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2020년 여름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파업으로 분출되었다.

향후 공공의대 설립 논의의 어떻게?

2020년 전공의의 8월 7일 하루 휴진, 23일 무기한 전면 파업, 26일 의협 전면 휴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의대생의 국시 거부와 동맹휴학 등 강대강으로 부딪히던 정부와 의사계의 대립은 9월 4일 합의문 작성과 함께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2024년 3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를 둘러싼 의정 갈등, 대통령 선거, 전공의 복귀 등 극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다시 공공의료를 위해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이라는 화두가 던져진 것이다.

지역의 열악한 의료서비스 현실과 필수의료 분야의 위기 속에서 정부나 의사계 모두 공공의료 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새로운 의대를 만들고 별도의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한 반면, 의사계는 의료 인력이 수도권과 몇몇 인기 분야에 쏠리는 원인 자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내려오던 갈등의 연장이었다.

정부는 여전히 '공공의료 = 공공의료기관'이라는 큰 틀에서 공공의료인력 양성이란 '공중보건의사 확충' 및 이를 위한 '의대 정원 증원'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의사계는 정부의 공공의료 개념 자체에 대해 질문하기보다는, 의대 설립과 의사 수 증원을 비판하면서 그 근거로 제시된 정부 통계의 오류와 비현실성을 지적했고, 현실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대응했다. 지역별, 직역별, 과별 의료 인력 불균형과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만성질환 급증과 필수 의료 부족 등 '공공의료'를 위해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건강하고 장기적인 논의 대신, '공공의대', '의대 정원'이라는 오래된 쟁점이 여전히 두드러질 것 같다.

공공의대와 관련해서 의정이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과연 '공공의대'를 통해 강화하고자 하는 '공공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합의이다. 한국 사회의 의료환경에 대한 진단 그리고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공공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사계가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공립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이 공존하고 건강보험이 국민의 의료비용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있으며, 민간의료기관에 속해 있어도 공공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의사가 있는 현실에서 과연 공공의료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만, 구체적인 제도 개편, 재정 지원, 의료 인력 등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중단기적으로는 공공의대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기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과거 국방의학대학원이나 창원에서 설립하고자 노력했던 산업의료대학원처럼 특수한 그리고 공공을 위한 특수 형태의 의대가 필요한지, 혹은 현재 41개의 의과대학과는 다른 공공의대가 필요한지에 대한 것이다. 이는 지금의 의학교육 여건 및 전공의 수련 및 진료 환경에 대한 엄밀한 분석과 판단 아래 멀리 내다보는 관점으로 동시에 지체없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한국법제연구원, 「공공보건의료 선진화를 위한 법제연구」 (2009).
「의료 선진화, 공공보건의료 확대가 답」 『국민일보』 (2009. 3. 7).
「보건복지부, 의대정원 최대 10% 증원 검토」 『의협신문』 (2012. 6. 14).
「때아닌 의사 증원 논란..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의협신문』 (2012. 8. 30).
「갑작스런 '의사 늘려라' 목소리.. 왜?」 『의협신문』 (2012 9. 4).
「이재호, 이래도 의사가 부족하다고..」 『의협신문』 (2012. 9. 10).
「진료 2분 보는 나라와 20분 보는 나라 단순비교 말되나?」 『의협신문』 (2012. 9. 26).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 발표에 우려 쏟아낸 의료계」 『청년의사』 (2018. 4. 12).
「서남의대 폐교 사태 잊었나? 공동의대 설립 '안된다'」 『의협신문』 (2018. 6. 22).
「4년 전액 국비 '국립보건의료대학원' 2022년 3월 남원서 개교」 『세계일보』 (2018. 10. 1).
「'코로나 민심' 걱정하는 민주당, 총선 공약으로 '의대정원 확대'」 『경향신문』 (2020. 3. 1)
「국정기획위,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 제시.. 123대 국정과제 담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5. 8. 13).
「복지부 "지역의사제 도입하고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 『연합뉴스』 (2025. 8. 18).
국정기획위원회, 『국정운영 5개년 계획』, 2025. 8. 20
박윤재, 『한국현대의료사』 (들녘, 2021)
박지영, "1973년 의료법 개정과 의료공공성 논쟁: 병원 법인화 제도를 중심으로", 『연세의사학』 25-1 (2022), 221-253쪽.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세권은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양 과학기술의 역사 특히 미국 의료의 역사를 공부했고 최근에는 한국 의료의 역사도 연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외정책과 공중보건의 관계 및 한국에 미친 영향, 1960년대 이후 한국 의료의 전문화 및 상업화, 의료기술의 역사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면역국가의 탄생 – 20세기 미국의 백신접종 논쟁사』(2024), 『본성과 양육이라는 신기루』(2013) 등 다수의 번역서와 『영화로 만나는 의료인문학1』, 『질병과 함께 걷다』(2024), 『첨단기술시대의 의료와 인간』(2024), 『새로운 의료, 새로운 환자』(2023), 『환자란 무엇인가』(2023) 등 공저서를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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