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울산의 대형 장애인 거주시설 태연재활원의 전 종사자 4명이 시설에 거주하는 이용인(시설거주장애인)들을 학대한 죄로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법원은 이들의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검사가 구형한 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고 한다.
올해 2월부터 장애인 거주시설 태연재활원 학대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입소자 정원 185명의 대형 장애인 거주시설 울산 태연재활원의 직원 20여 명이 30여 명의 장애인들을 수백 차례 폭행했다고 한다. 작년 10월 골절 진료를 받은 입소자의 가족이 시설에 항의했고, CCTV 확인 결과 학대 정황 등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학대행위자 중 4명이 구속기소 돼 재판이 진행되었다. 법원은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거나, 자신의 집안 사정이 힘들고 업무 스트레스가 많다는 이유 등 특별한 이유도 없이 행위자들이 자신의 기분에 따라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의 장애인들을 습관적으로 학대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울산 태연재활원 장애인 학대 사건이 연일 보도되자, 지난 4월 이용인 50명 이상의 장애인 거주시설 109곳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정부 차원의 인권침해 예방 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학대 등 인권침해가 일어난 뒤에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것보다, 인권침해 예방이 더욱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장애인 거주시설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제도가 있다. 첫 번째는 인권실태조사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인권실태조사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인권실태조사는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거주시설의 대표, 종사자, 전체 이용장애인 면담을 통해 인권상황 및 인권침해 사례를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해당 실태조사의 근거 법령으로 장애인복지법 제57조(장애인복지시설의 이용 등) 제2항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실제 해당 법령은 인권실태조사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장애인복지법」 제57조 ② |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58조에 따른 장애인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여야 한다. |
인권실태조사는 민간기관에 실태조사를 위탁하여 전체 거주시설에 대해 3년 단위의 전수조사가 실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태조사를 수탁받은 기관은 면담원을 선발하고 교육한 뒤, 실태조사를 실시하며 조사결과를 분석하고 필요에 따라 조사대상 시설을 관할하는 시·도에 통보하여 시정조치, 재조사, 수사의뢰 등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인권실태조사 결과의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 보니, 실태조사 결과를 활용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일에도 어려움이 있으며, 인권실태조사를 받은 거주시설은 자신이 받은 실태조사의 결과가 장애인 거주시설의 인권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는지 알 수가 없다. 즉, 불명확한 인권실태조사의 실시근거와 인권실태조사의 결과가 장애인 거주시설, 나아가 이용장애인의 인권증진에 어떤 이바지를 했는지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인권실태조사를 받는 거주시설은 조사에 협조할 의의도 조사를 통해 장애인의 인권이 증진될 것이라는 동기부여도 잃은 지 오래다.
인권실태조사가 일시적인 이벤트 성의 인권침해 예방체계라고 한다면,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지킴이단은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상시체계이다.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지킴이단은 2012년부터 운영되기 시작하였으며, 장애인복지법 제60조의4 제4항에 근거하여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인권침해 발생 시 확인과 필요한 조치를 통해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설치 운영되고 있는 기구이다.
인권지킴이단의 단원은 시설과 관계없는 외부단원 50% 이상으로 지정되도록 정하고 있으며 외부단원으로는 변호사, 공공후견인, 인권전문가, 지역 주민, 이용장애인보호자 등이 해당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시설 내부단원으로 시설장은 포함될 수 없게 하고 있다.
인권지킴이단은 정기회의를 기반으로 이용장애인 및 직원 대상 인권상황 점검(학대 피해 등을 포함하여 인권 전반에 대한 면담)을 실시하고, 인권침해에 대한 처리 및 조치를 실시한다. 또한 인권 인식 개선, 인권교육 등도 논의하게끔 하고 있다.
인권지킴이단이 생겨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인권지킴이단은 인권실태조사처럼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부단원을 구성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으며 외부단원 중 변호사, 공공후견인, 인권전문가 등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 인권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권전문가를 찾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인권지킴이단 구성이 이렇다 보니, 인권지킴이단 정기회의를 통한 시설 내 인권증진을 위한 논의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권지킴이단이 다양한 시설 내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인권적 소양이 부족한 경우, 인권에 대한 논의나 기획보다는 시설의 사업계획을 보고받고 인권적 관점이 아닌 시설 운영의 관점에서만 상황을 검토하게 되는 또 다른 운영위원회 기능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권기구가 아닌 시설 운영기구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권지킴이단의 한계는 장애인거주시설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장애인거주시설 외부에서 인권지킴이단을 구성하고 관리할 수 있게끔 체계와 예산이 마련되어 있어야 시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인권상황을 보다 책임감 있게 점검하고 지원할 수 있는데, 외부의 구조는 전혀 준비해 두지 않은 채로 거주시설에게만 인권지킴이단의 운영을 맡기고 책임을 묻는 일은 과한 요구이다.
그렇다면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와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지킴이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특히 장애인학대)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주목받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장애인 학대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만 일어나는 것인가. 다음 '목에가시' 칼럼에서 이에 대한 답을 다루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글쓴이 정한별 인권연대 칼럼니스트는 현재 사회복지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