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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04 08:48최종 업데이트 25.09.04 08:48

어탕 칼국수 한 그릇에서 해방감을 맛 본 그날

혼자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느낀 만족감과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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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대 시절, 식당에 혼자 가서 밥을 먹는다는 건 상상 속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굶는 한이 있어도 혼자 식당 문지방을 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으면 굶어야 했던 그때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꽤나 의식하던 사람이었다. 풋풋한 청춘의 당당함과는 다르게 내가 처량한 사람으로 비칠까 하는 우려가 언제나 발목을 잡았다.

친구들과 무리 지어 다니던 시절이었다. 무리가 단연 혼자를 이길 방패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더더욱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래도록 많은 것들을 누군가와 같이 해왔다. 함께 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직장 생활 역시 동료들과 함께 목표를 정하여 한 팀으로 움직여야 높은 성과에 다다를 수 있었다.
가족도 친구, 직장 동료도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며 위로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는 않았다. 내 몸과 마음의 피로가 쌓이면 특별한 인과 관계없는 사람들과 불협 화음이 생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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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일과 회사 일에 찌든 어느 날,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위로해 줄 시간이 필요하다 느꼈다. 그리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식당에서 혼자 밥 먹기에 도전했다.

처음 식당에서 먹은 혼밥 메뉴는 어탕이었다. 분식집에서 간단히 김밥이나 후다닥 먹을까 했던 그날 퇴근 후 갑자기 찬바람이 휙 불었다. 바람이 문제였을까? 속에서 강력한 허기가 느껴졌고 허기는 김밥 한 줄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었다.

어탕 혼자 자주 먹는 어탕 따뜻한 국물이 속까지 풀어 줍니다.
어탕혼자 자주 먹는 어탕 따뜻한 국물이 속까지 풀어 줍니다. ⓒ 한선아

나는 집으로 가다 어탕집으로 차를 돌렸다. 친정 엄마와 몇 번 가 본 적이 있는 작은 어탕 집이었다. 직장 근처였기에 누군가 식당 안에서 나를 알아보고 손이라도 들까 바짝 긴장이 되었다.

"몇 분 오셨어요?"
"혼자예요. 어탕 칼국수 하나 주세요."

작은 목소리로 입장과 동시에 주문을 하고 구석진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주변을 둘러보기가 민망해 휴대폰만 쳐다보던 중 음식이 나왔다.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어탕이 끓고 있었다. 들깨 가루와 산초 가루를 넣은 후 휘휘 젖어 한 숟가락 떠먹었다. 뜨근한 빨간 국물이 목을 타고 따뜻해져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허기에 눈이 퀭한 느낌이었던 내게 그 한 숟가락은 단순한 음식 이전에 위로였다. 어탕 한 그릇을 다 비울 때쯤 자신감이 생겼다. 혼자서는 못했던 일을 해낸 성취감을 덤으로 얻었다. 당당하게 계산대로 걸어가 밥값을 지불하고 개선문을 통과하는 장군처럼 식당을 나왔다.

나는 작은 해방감을 맛봤다. 메뉴 선정을 위해 상의할 필요가 없었다. 식사를 하며 이야깃거리를 만들 필요도 없었고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원하는 음식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속도로 먹으면 그만이었다.

어느날 혼자 먹던 쫄면 지역 맛집으로 소문난 쫄면 가게 쫄면 입니다.
어느날 혼자 먹던 쫄면지역 맛집으로 소문난 쫄면 가게 쫄면 입니다. ⓒ 한선아

나도 이제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입을 다물고 먹기만 해도 불편할 일이 없었다. 혼밥을 하면서 그동안 함께라야 가능했던 많은 일들을 혼자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혼밥의 최고 레벨이라는 뷔페에서 혼자 밥 먹기부터 노래방까지 혼자 당당히 갈 수 있게 되었다.

혼자 못하겠다는 말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나온 핑계일 뿐이었던 거이다. 혼밥이 가능해 진 후 내 일상의 많은 부분들도 변했다. 밥을 혼자 먹는 것 뿐 아니라 일상 속 일들을 다른 사람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어 만족감과 자신감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내 계획과 컨디션에 맞춰 움직이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되니 잠깐의 휴식이나 생각을 정리할 귀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것 역시 긍정적인 면이다. 또 인간관계에 있어 기대치나 미련을 줄이게 되었다. 혼자 하면 되니까.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은 타인에 대한 집착과 의존성이 낮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기보다 혼자의 자유를 맛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자. 처음이 힘들지 높은 허들 하나만 넘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바로 식당에서 혼자 밥 먹기이다. 만약 혼밥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냈다면 당신은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다.

#혼밥#식당#고독#자아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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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아 (salsa77)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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