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등급인 멸종위기종 대모잠자리. 습지나 연못의 상위 포식자로 생태계 균형을 상징한다. ⓒ 습지와새들의친구
부산 낙동강하구 대저대교와 엄궁대교 건설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멸종위기종 집단 서식 실태가 누락·축소됐다"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용역과 모니터링 등 후속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반박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량 건설 놓고 환경부에 보낸 공문, 무슨 내용 담겼나?
습지와새들의친구,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전국의 여러 환경단체로 꾸려진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은 3일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 부산시에 공문을 보내 대저·엄궁대교 공사 중지와 법적 조치를 촉구했다. 이 공문엔 "환경영향평가법, 법정보호종 보호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할 우려가 있다. 긴급한 행정조처가 필요하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동안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보면 대모잠자리 정밀 조사 자체가 빠져있다"라며 "이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서식지가 사라지는 등 훼손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 등은 경상국립대·부산대 교수들과 함께한 조사에서 대모잠자리가 집중적으로 살고 있단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5월에도 엄궁대교 물양장(강의 접안시설) 조성 공간을 살펴본 박 위원장은 "표본을 조사한 결과 천 마리 이상이 발견됐다. 1만 마리 이상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전국 최대 규모"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우리의 조사보고서로 시가 이를 일부 반영하긴 했지만, 엄궁대교 물양장과 대저대교 습지 주변 초지가 서식지로 이용된다는 걸 빠뜨린 상황에서 평가 협의가 이루어졌다"라고 꼬집었다.

▲3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이 "멸종위기종 조사 전면 누락, 대저대교와 엄궁대교 건설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시민행동은 환경영향평가법 40조가 발동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은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경우 환경부 장관의 공사 중지나 원상복구 명령'을 규정하고 있다. 이날 보낸 공문에도 ▲즉각적인 중단 ▲대체서식지 조성계획 철회와 변경 ▲재협의 ▲보완조사 공동협의체 구성을 요구를 적시했다.
대모잠자리는 환경부가 지난 2012년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한 곤충이다. 날개의 흑갈색 반점이 바다거북 대모의 등딱지 무늬를 닮았는데, 습지에서 생태계 균형을 맞추는 상위 포식자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많지 않아 현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이를 확인한 부산시는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시의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파악하지 않은 게 아니라 사후 환경영향평가에 다 포함됐다. 그동안 겨울철 철새(큰고니)에 초점이 맞춰졌고, 지금은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용역을 발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시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찾는 중"이라며 "환경부와 국가유산청의 통제를 받고 있어 우리가 마음대로 파헤치고 이럴 수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사안은 현재 대저·엄궁대교를 둘러싼 소송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앞서 집행정지 신청 각하 결정이 나오자 본안 소송에 들어간 환경단체는 대모잠자리 서식지 조사 누락을 중대한 문제로 판단해 추가 증거를 제출하기로 했다. 시민행동 측은 "조만간 자료를 재판부에 낸 뒤 현장검증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모잠자리가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박상현 부산환경운동연합 협동사무처장은 "환경노동위원회 국감 대응을 준비 중"이라며 "생태계 파괴가 불 보듯 뻔한데 이대로 공사를 강행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열린 부산 대저대교 기공식 모습. ⓒ 부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