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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봄부터 배우기 시작한 어반 스케치, 내 실력은 아직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 수준일 것이다. 일 년에 한 번씩 해 오고 있다는 전시회에 어찌어찌 함께 합류해서 2일 합동 전시회 '거리의 수채, 순간의 기록'을 열었다. 차를 파는 널찍한 카페 공간에서 하는 작은 전시회다.

전시회 팜플렛 전시회 팜플릿
전시회 팜플렛전시회 팜플릿 ⓒ 이숙자

전시회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자리이기에 여러 가지 신경이 쓰인다. 머리는 어떻게 하고, 옷은 무얼 입나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내가 주인공도 아닌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것도 아직 초보 수준인데. 그렇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는 용모를 단정히 해야 하기에 머리는 전날 미장원에 가서 파마를 하고 옷은 오래전에 맞춘 맘에 드는 옷을 찾아 입었다.

지난 1월 위 수술을 한 뒤 무려 10kg나 살이 빠져 그동안 못 입고 옷장에서 잠자고 있던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몸도 가볍고 다리도 아프지 않고 혈당 마저 정상 수치로 내려 오고 이게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다.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감사하다. 수술 전 살을 빼려고 노력해도 빼지지 않던 살이 수술 후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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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일은 묘하다. 아픈 시련 뒤에는 기쁨을 보상해 주는 것 같다. 그게 인생의 희로애락이 아닌지, 인생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주어진 나의 삶을 잘 살아내는 중이다. 처음 도전한 그림 그리는 일도 쉽지는 않았지만 포기 하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 가다가 포기하면 시작 아니 함만 못하다는 속담처럼 인내로 견디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고통의 열매는 쓰지만 참고 견디다 보면 어느 날은 그 열매가 달다는 걸 안다. 우리 일상은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 편하고 싶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지만, 그 시간들이 아까워 부지런을 낸다. 나이 듦의 처지가 때때로 찾아오는 무력감도 감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담담히 내 길을 걸어간다. 사는 일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다른 사람에게 페만 끼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삶은 끓임 없이 변하고 두려움은 에너지 흐름의 막힘에서 생긴다. 노력하면 달라지는 변화를 알기에 시간은 내가 잘 알아 운용한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전시장을 찾았다. 넓은 카페 벽에는 회원들의 작품 그림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솜씨 자랑을 하고 있다. 그냥 보았던 그림도 액자 틀 속에 조명을 받고 벽에 걸려 있으니 더욱 빛나고 근사하다. 어느 하나 빠짐이 없이 개성이 있고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림들이 나는 좋다.

옛날 방앗간 그림 옛날 방앗간을 좋아한다.
옛날 방앗간 그림옛날 방앗간을 좋아한다. ⓒ 이숙자

유명한 화가가 아니면 어떠랴, 소소한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주부들의 그림이 더 돋보인다. 액자에 담겨 걸려 있는 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새롭고 많은 손길이 묻어 있는 그림이 친근하다.

내가 그린 그림 풍경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
내가 그린 그림풍경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 ⓒ 이숙자
천천히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모두가 신이 났다. 마치 우리만의 축제장 같다.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들과 견딤을 해 왔을 날들을 서로 알고 있다. 그림에 대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내가 그렸던 그림, 또는 다른 분들의 그림을 보면서 숨겨진 이야기를 찾으려 그림과 대화를 해 본다.

전시장 그림을 걸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회원들 전시장 풍경
전시장 그림을 걸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회원들전시장 풍경 ⓒ 이숙자

오전 반과 오후 반 30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지도해 주신 우리의 스승 류인화 선생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선생님이 계시에 가능한 전시회다. 전시회를 하는 소감 말씀과 나이 순으로 한 마디씩 그림을 그렸던 날들에 대한 소회를 말한다. 선생님 다음 마이크를 잡고 소회를 밝혀야 하는 순번은 나다.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와 그려 오면서 느꼈던 소회와 그리고 난 뒤 오는 뿌듯한 마음을 표현한다. 나는 오늘 내 꿈의 한 조각을 완성해 가는 길 위에 서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나이 80이 넘은 노인이지만 쉬지 않고 삶을 도전하는 이야기가 다는 사람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었으면 하고 희망합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어반#스케치#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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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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