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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03 13:58최종 업데이트 25.09.03 14:00

"난 이게 뭔지 모른다" 최면 걸며 본 세기의 작품

테이트 모던에서 감상한 '샘'... 삶을 주도적으로 보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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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테이트 현대 미술관(Tate Modern Museum) 런던 테이트 현대미술관 입구입니다.
런던 테이트 현대 미술관(Tate Modern Museum)런던 테이트 현대미술관 입구입니다. ⓒ 이수정

지난 8월 29일,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Tate Modern Museum)을 향하면서 마음속으로 내내 최면을 걸었다.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나는 이것을 처음 보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마주한 마르셸 뒤샹의 '샘'.

곡선으로 이루어진 형체. 상부 쪽은 좁고 하부 쪽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구조. 하부 좌우 바깥쪽으로 연결되는 작은 네모 부분. 상부 안쪽에 세로로 작은 구멍이 네 개, 하부 안쪽 삼각형 배열의 작은 구멍 여섯 개. 도기 하단에 안에서 바깥쪽으로 뚫려있는 구멍. 하얀 빛깔의 도기 재질. 전체적으로 가로의 두 배정도 되는 세로 길이…

마르셀 뒤샹의 <샘> 런던 테이트 현대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마르셀 뒤샹의 <샘>런던 테이트 현대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 이수정

유리관 안에 고이 전시된 이 작품을 바라보며 상상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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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게 유물이라면 어떤 용도로 쓰였을까?'

'예술작품이라면 내게 어떤 영감을 줄까?'

다행히 평일이라 생각보다 관람객이 붐비지는 않아서 나만의 상상의 즐거움에 빠져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주변은 조용했고, 발걸음 소리와 낮게 울리는 전시장 음악만이 들렸다. 작품과 나 사이에는 오직 시선과 사유만 존재하는 듯했다. 바로 앞으로 가기도 하고, 두어 발자국 뒤로 물러서기도 하고, 천천히 돌며 360도 작품의 전체를 감상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작품을 보러 가는 동안은 아무리 머릿속으로 '나는 이것을 처음 본다'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어도, 딱풀처럼 내 머릿속에 '변기'라는 이미지가 딱 붙어있었다. 그러나 막상 이 작품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느끼고 상상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샘'을 나만의 백지 위에 새롭게 새겨가고 있었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TATE MODERN)에 전시되어 있는 마르셸 뒤샹의 '샘'은 그렇게 내게 사유의 샘을 뚫어주었다. 나의 생각의 '샘'에 퐁 던져 준 사유의 돌!

보이는 것은 이미 정형화되어 있는 것, 고정적인 경험과 사고에서 비롯된 틀, 고유 명칭으로 굳혀진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보는 것은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고 재해석해서 주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뒤샹은 일상의 변기를 예술 작품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제안해 그 예술을 향유하는 자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나의 사유의 샘에 퐁당 던져진 뒤샹의 돌멩이의 파문은 더욱 번져갔다.

예술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예술이다. 주어진 대로, 보이는 대로 살아가는 수동적인 삶의 자세보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재해석하는 삶이 훨씬 즐겁다. 우리는 보이는 것에 이끌리는 삶이 아닌, 보는 것의 즐거움 찾아가는 예술적인 삶, 곧 삶의 예술가가 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런던#테이트현대미술관#뒤샹#샘#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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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아동상담센터 원장입니다. 언어치료사 심리상담가로서 20년 넘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힐링 에세이와, 힐링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따뜻한 치유의 글을 쓰고 싶습니다. <글루미릴레이>공동저서를 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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